“총기 밀매 조장 책임져라”…멕시코, 美총기업체 상대로 2심 승소

최혜린 기자 2024. 1. 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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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경. AP연합뉴스

멕시코 정부가 자국으로 불법 유통될 것임을 알면서도 총기를 판매해 밀수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미국 총기 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2심 재판에서 승소했다.

23일(현지시간) 멕시코 외교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소재 연방 고등법원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 총기 제조업체 7곳과 도매업체 1곳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린 원심 판결을 뒤집고 멕시코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멕시코 정부는 2021년 8월 “미국 총기 업체들이 멕시코로 총기가 밀매되는 것을 방조하거나 적극적으로 조장하고 있다”며 100억달러(약 13조 3800억원) 상당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외국 정부가 미국 법원에 미국의 특정 업계를 상대로 제기한 최초의 재판이다.

소장에서 멕시코 정부는 미국에서 매년 생산되는 약 4000만개의 총기 중 2.2%가 멕시코로 밀반입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피고들이 만든 59만7000여개의 총기가 포함돼 있다고 추정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러한 총기 밀수가 멕시코를 총기 관련 사망자 수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만든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로인해 국경 지대의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안전 정책 관련 지출이 늘어나는 등의 손실을 입었으니 이를 피해액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멕시코 측 입장이었다.

재판부의 판단을 가른 쟁점은 총기 관련 업자에게 총기사고나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 총기판매보호법(PLCAA) 적용 여부였다. 멕시코는 해당 법이 미국 내에서 발생한 총기 관련 사건에만 적용되며, 멕시코 범죄자들의 총기 밀매를 방조한 책임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1심 재판부는 “멕시코 영토에서 피해가 발생했을지라도 PLCAA에 따라 피고 책임은 면제된다”며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무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부주의한 사업 관행이 멕시코로의 불법 밀매를 조장한 경우까지 면책받을 수 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봤다.

멕시코는 총기 규제가 다른 나라들보다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멕시코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총기 판매상은 1곳뿐이며, 총기를 소지하려면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멕시코 정부는 1994~2004년 미국에서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 기간 동안 감소했던 멕시코의 살인사건이 법의 만료와 함께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피고가 만든 총기의 생산과 유통이 늘어난 시기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2심 판결이 나오자 멕시코 정부는 “재판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피고의 과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해 손해배상 필요성을 소명할 것”이라고 했다. 피고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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