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회장 "2029년 간암 치료제 시장점유율 50%·매출 3조 목표"
"2014년 우리의 기업가치가 시가총액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직접 IR에 나섰다. 저는 바이오 비전문가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기관을 만나기보다 지역 증권사 객장의 직원들을 직접 만나 비전문가가 배워온 시각, 과정을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진양곤 HLB 회장은 지난 18일 울산광역시 남구 유안타증권 골드센터 울산점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증권사 영업점 순회 기업설명회(IR)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진 회장이 직접 증권사 영업점 순회 IR을 나선 것은 10년만이다.
HLB에게 2014년은 바이오 사업의 변곡점 시기다. 2014년 아시아 최대 제약사인 항서제약이 리보세라닙을 중국 위암 3차 치료제로 시판 허가를 받았다. 당시 구명정 제조사가 무슨 신약 개발을 하느냐는 의구심이 일자 진 회장이 직접 지방을 돌며 회사의 진정성을 알렸다.
10년 사이 HLB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HLB는 시가총액은 6조원의 코스닥 4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HLB 그룹은 코스닥과 코넥스에 8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합성신약, 바이오의약품, 의료기기, 진단키트 등 모든 바이오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한다.
신약 파이프라인도 위암 치료제에서 간암, 선낭암, 교모세포종, 폐암, 안구건조증, 신경영양성각막염, 패혈증으로 늘어났다. 특히 리보세라닙과 캄렐레주맙 병용요법은 글로벌 간암 환자 대상 임상 3상 결과, 22.1개월의 생존기간을 기록했다. 역대 간암 치료제 중 최장 생존기간으로 높은 효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그룹사의 회장이 다시 직접 증권사 영업점 직원들을 만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날 진 회장은 오전 부산, 점심 울산을 거쳐 오후 대구에서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진 회장은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항서제약의 주가 차트를 제시했다. 그는 "이 차트는 항서제약의 기업가치를 보여준다. 2014년 10월 리보세라닙 허가를 받은 후 다른 암종으로 임상을 확대하면서 시총 50조의 회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전 세계 항암제 시장의 평균 5% 수준이다. 중국 내에서 어떤 암에 대해 매출 1조를 올렸다면 글로벌 20조 매출이 가능하다"며 "HLB는 항서제약으로부터 리보세라닙의 로열티를 받고 있고, 간암 치료제 캄렘리주맙의 판권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진 회장은 HLB가 다른 신약 개발사와 근본적으로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기업의 최대 리스크는 임상 실패시 신약가치가 제로(0)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항서제약이 2014년 위암, 2019년 간암으로 시판 허가를 받은 뒤로는 제로가 될 수가 없는 구조다"며 "최악을 가정해도 리보세라닙을 항서제약에 팔면 되고, 글로벌 빅파마들도 다양한 제안을 해왔었다"고 했다.
진 회장은 10년 전과 다른 HLB의 파이프라인에도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딱 하나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 성공할 테니 주주들에게 돈을 대라고 하는건, 내가 로또를 긁으니 돈을 대라는 것과 비슷하다"며 "검증된 리보세라닙 외에도 다른 파이프라인 있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HLB는 오는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간암 1차 치료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신약 허가신청(NDA)을 했고 최근 화학제조품질관리(CMC) 실사를 마쳤다. 오는 3월 3번째 NDA 리뷰를 앞두고 있다.
진 회장은 지난 4년간 주가 하락에 베팅해온 공매도 세력들조차도 이제 신약 허가 가능성을 예상하는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조치 시행 후, 지난 2개월 동안 약 2000억원가량인 500만주의 숏커버(공매도 환매수)가 이뤄졌다"며 "만약 지금의 HLB 기업가치가 거품이면 (공매도 세력이) 버티면 되는데, 지속적인 숏커버를 해왔다는건 그들조차도 신약 허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라고 설명했다.
HLB는 간암 1차 치료제로 품목 허가를 받을 경우 2029년 매출액 3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6800억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간암 치료제 시장에서 HLB가 점유율 50%를 차지한다는 것을 가정했다.
진 회장은 "영업이익률 85%가 가능하냐고 묻겠지만 우리는 매출 원가율이 2% 수준에 불과하다"며 "2043년까지 특허 보호가 되고 있지만, 다른 약들의 출시를 고려할 때 2029년을 '피크 세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시판 1년 만에 간암 치료제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했다"며 "우리 약은 간암 임상에서 최장 생존 기간을 확인했고 간 기능 저하 환자와 출혈 고위험 환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고, 발병 원인과 무관하게 치료 효과가 있어 마케팅 파워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 덕분에 HLB는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판권을 계약금 없이 가져올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진 회장은 항서제약을 만나 캄렐리주맙 계약금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자고 설득했다고 한다.
진 회장은 "제가 영업점 IR을 한 뒤 주가가 오르는 걸 보고 '진양곤 매직'이라고 한다. 모든 제반 상황을 봤을 때 시가총액에 반영이 안 되고 있어 영업점 IR을 한 것이고, 그 설명이 시장에 퍼지면서 주가에 반영된 것 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를 밝히는 두개의 등불은 초심과 비전이다. 10년 전 영업점 IR을 다녔던 그 마음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스스로 경계하는 마음으로 늘 초심을 돌아보며 경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산=김건우 기자 ja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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