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공 확대 정책’에 전국 인문대 학장 모였다…“기초학문 붕괴”

황병서 2024. 1.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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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전국 국·사립 인문대학장 협의회 입장 발표
“느닷없이 무전공 모집 요구…대학 사회 극심한 혼란 빠져”
"어느 선진국의 정부가 대학 일에 깊이 관여하나"
‘일부 전공으로 쏠림현상’ 등 여섯가지 이유 들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교육부가 2025학년도 입시부터 재정지원을 내걸고 ‘무전공 입학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전국 대학의 인문대 학장단이 반발하고 있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게 정책 취지지만, 이들은 일부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2023년 11월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논술고사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국국공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와 전국사립대학교 인문대학장 협의회는 24일 ‘교육부 무전공 모집 정책에 대한 전국 인문대학장의 입장’을 제목으로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학은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인공지능(AI) 혁명이라는 외부 환경의 큰 변화, 그리고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교육부가 느닷없이 내년 입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을 무전공으로 모집할 것으로 요구함으로써 대학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구실로 대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 어느 선진국의 정부가 대학의 일에 이렇게 깊이 개입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무전공은 학생이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다양한 과목을 듣다가 2학년 때 자기 적성에 맞춰 진로를 정하는 제도를 뜻한다. 무전공은 ‘자유전공학부’라는 이름으로 2009학년도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두 협의회가 무전공 확대 정책에 대해 가진 우려의 요지는 크게 6가지다. 첫째는 일부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인해 교육 환경이 더 열악해 진다는 점이다. 둘째는 무전공 제도 도입이 학문생태계는 물론 특히 기초학문의 붕괴를 가속화 할 것으로 봤다. 셋째는 학생모집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충분한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하고 대학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넷째는 이미 대학들은 학생의 전공선택권 확대를 위해 여러 제도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다섯째는 사회 각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으며, 마지막으로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두 협의회는 교육부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전공 계획 즉시 중단 및 모집 단위를 비롯한 학사 제도의 수립과 운영을 대학 자율에 맡길 것 △재정 지원을 구실로 대학의 운영에 개입하는 일을 더는 하지 말 것 △대학과 협의해 무너져가고 있는 학문생태계를 복원하고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우수한 인재가 진출해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 등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각 대학에 △교육부가 추진 중인 무전공 모집안에 대한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각 대학의 교육이념과 특성에 맞는 학생모집 및 교육제도 수립 위한 진지한 논의 △학문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우리나라 학문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 △우수한 인재가 우리나라의 학문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발전할 수 있는 기반 조성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구실로 대학 일에 개입하려는 시도 단호하게 거부 및 대학 자율성 수호 등을 주문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실시되는 2025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수도권 대학은 모집정원의 20%, 국립대는 25%를 전공 구분 없이 모집하는 대학에 한해 대학혁신지원사업·국립대학육성사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직된 학사구조를 깨 첨단 산업분야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고, 학생들이 충분히 진로를 탐색한 뒤 전공을 선택하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총사업비는 8852억원, 국립대학육성사업비는 5722억원이다. 재정지원과 연계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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