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약 건강보험 청구 11년 만에 4.4배…"장기적 모니터링 필요"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연간 약값이 1000만원을 초과하는 약의 건강보험 청구 금액이 11년 만에 4.4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더 가격 높은 '초고가 약'의 도입과 사용도 확대될 예정이어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장기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4일 대한약학회에 따르면 이혜재 한국방송통신대 교수·홍지형 가천대 교수·배은영 경상국립대 교수는 이런 내용의 '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급여 현황 분석' 연구 결과를 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연구 취지를 "고가약의 (건강보험) 급여 지출을 적절히 관리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가약의 사용 현황 파악이 선행돼야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고가약의 청구 금액 규모는 국내에서 발표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고가약에 대한 국내 정의도 통일되지 않아 이들은 '환자당 연간 약품비가 1000만원을 초과하는 약제'를 고가약으로 정의한 뒤 2010년부터 2021년까지의 건강보험 청구 금액 추이를 확인했다.
다만, 확인 전에 환자당 연간 약품비가 1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면 저고가 약제,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면 중고가 약제, 1억원에서 3억원 사이면 고가 약제, 3억원 이상이면 초고가 약제로 분류했다.
그 결과, 고가약의 청구 금액은 2010년 3884억원에서 2021년 1조6928억원으로 11년 만에 4.4배 증가했다. 2010년에는 건강보험 총 약품비의 3% 비중이었으나 2021년에는 총 약품비의 8%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건강보험 총 약품비는 연평균 4.7% 증가했지만 고가약 비용은 연평균 14.3% 증가했다. 품목 수는 34개에서 209개, 사용 환자 수는 1만7896명에서 7만7737명으로 증가했다.
고가약을 환자당 연간 약품비에 따라 나눴을 때 1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 저고가 약제(79.1%) 비용 지출이 가장 컸다. 1억원에서 3억원 사이 고가 약제(10.4%),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 중고가 약제(6%), 3억원 이상 초고가 약제(4.5%)가 뒤를 이었다.
2021년까지 연평균 지출 증가율이 가장 큰 것은 1억원에서 3억원 사이 고가 약제(19.6%)였고 저고가 약제(16.7%), 초고가 약제(13.8%) 순이었다. 중고가 약제는 2016년까지 청구 금액이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고가약을 위험분담계약 여부에 따라 구분했을 때 2021년 고가약 청구 금액의 56.7%에 해당하는 약제가 위험분담계약을 통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돼 계약이 유지되고 있으며 4.5%는 위험분담계약 종료, 나머지 38.9%는 일반적인 절차로 급여에 등재된 약이었다.
위험분담계약이란 건강보험 당국이 경제성(비용 대비 효과성)이 떨어지거나 효능·효과가 불확실한 신약이나 희귀의약품 등에 급여 적용을 해주되, 제약사는 보험재정에 큰 충격이 가지 않도록 매출액의 일정 비율 등 일부 보험 약값을 내기로 서로 합의하는 것이다.
위험분담계약을 거쳐 급여 적용된 약이 쓰이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이들의 청구금액은 매년 62.6%씩 증가한 반면 일반적인 절차로 등재된 고가약의 청구 금액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4.9%씩 증가했다.
현재 위험분담계약은 대체약이 없는 항암제 또는 희귀질환치료제로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거나 건강보험에 등재되던 중 경제성평가 절차가 생략될 수 있는 약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22년 7월까지 60개의 약이 위험분담계약으로 등재됐다.
연구진은 "많은 항암제가 위험분담계약으로 등재되며, 상당수가 환자당 연간비용 1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에 분포한다"며 "고가약 중 위험분담계약으로 등재된 약제들의 청구액 증가가 뚜렷한 데는 이 약들이 비교적 최근에 등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약 상당수가 항암제고 위험분담제 안에서 관리되고 있으니, 제도를 점검하자"며 "일각에서는 재정에 기반해 위험분담계약 대상 약제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 불확실성의 효과적인 관리라는 목표 아래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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