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2억 분양 강남 집이 반지하였다…6.4억 비싼 7층 테라스에 무슨일이? [부동산360]

2024. 1. 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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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
6.4억원 더 주고 산 테라스 75cm 가량 높아 창문 가려
‘프라이빗 테라스’라고 홍보했지만 이제와서 ‘공용공간’
시행사 GL산업개발, 사전점검 후 3주간 수분양자들 연락도 안받아
재시공 약속했지만 실행 여부도 미지수
건축학과 교수 “심각한 설계 오류이거나 거짓분양”
강남구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 막바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서영상 기자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20억원을 넘게 주고 산 강남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분양 당시 홍보자료와 크게 차이가 나게 시공돼 수분양자들이 ‘사기 분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프라이빗 테라스’라고 홍보해 다른 호실보다 약 6억원이 비싸게 집을 구매했지만, 사전점검에 갔더니 해당 테라스는 공용공간으로 사적인 인테리어가 불가능했다. 또 테라스가 방 내부보다 높게 시공돼 외부를 조망하는 창문의 3분의 1 가량을 가로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GL산업개발에 계약 해지까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2일 찾은 강남구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 지하5층~지상20층 3개동으로 234가구 도시형생활주택과 25실 오피스텔로 구성됐다. 2021년 분양 당시 전용 28㎡~49㎡는 9억4000만원~22억원 수준이었다.

7층에 위치한 전용 42㎡ 집을 찾아가자 거실을 둘러싼 외부 테라스가 눈에 띄었다. 테라스가 집 내부보다 75cm 가량 높게 시공돼 바깥을 바라보는 시야를 막았다. 흡사 반지하를 방불케 했다. 테라스가 높다 보니 그 위에 올라서면 위층 집안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도 수분양자들은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강남구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 세대 내부. 테라스가 75cm 가량 올라와 바깥을 바라보는 창문을 가린다. 흡사 반지하 같은 모양새다. 서영상 기자

이같은 ‘75cm 테라스’는 홍보 당시에 사전 고지가 되지 않았다고 수분양자들은 주장한다. 분양계약 시 제시된 평면도와 조감도에는 방과 테라스의 높이가 수평을 이루는 것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주택 홍보 당시 조감도에는 가구 내부와 테라스가 같은 높이로 표현돼 있다.

한 대형건설사 현장 소장은 “테라스가 방보다 높아 폭우나 누수에 취약한 구조인 것도 문제”라면서 “배수시설이 있겠지만 많은 비가 내렸을 때는 위에서 아래로 비가 흘러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 당시 공식 홍보대행사에서 배포한 자료에 ‘프라이빗 테라스’라고 홍보한 점도 문제 삼는다. 시행사가 홍보 때와는 다르게 이제 와서 해당 테라스는 공용부분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모집공고 37페이지 중 한 줄로 ‘일부 세대에 계획된 테라스는 공용 부분임’이라는 문구가 포함됐지만 수분양자들이 이를 전부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원에디션 강남’을 검색하면 ‘파티, 월풀,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테라스 세대’라는 문구가 포함된 홍보 조감도를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건물을 지은 시공사도 “분양 당시 수분양자들에게 테라스는 공용부분이라는 점을 분명 인지시켜 줘야 한다고 시행사에 지적한 바 있다”고 답했다.

과거 분양당시 홍보자료는 세대와 테라스가 수평을 이루고 있지만 현재는 테라스가 방 내부보다 높게 올라와 있다. 분양당시 홍보자료(좌), 현 시공 후 사진(우). 서영상 기자
2021년 3월 분양당시 ‘원에디션 강남’ 모델하우스에서 찍은 세대 테라스 사진. 테라스 높이가 가구와 수평을 이루고 있다. [독자 제공.]

하지만 현재 GL산업개발은 ‘프라이빗 테라스’라는 문구를 제작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분양승인 이후 시행사가 배포한 자료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해당 테라스에는 사적으로 나무를 심거나 데크를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사적으로 개조가 불가능한 테라스에도 불구하고, 테라스가 있는 호실은 다른 집보다 분양가가 6억원이 넘게 높았다. 실제 같은 면적의 집 내부에 테라스가 있는 호실과 테라스가 없는 윗집은 각각 분양가가 22억원, 15억6000만원으로 6억 4000만원 차이가 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GL산업개발은 사전점검 후 약 3주간 수분양자들의 연락조차 받지 않았다. 그 후 취재가 시작되면서 수분양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GL산업개발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분양 당시 인허가 도면 때부터 테라스가 높아질 것은 시행사가 알고 있었지만 조감도와 모형물에 이같은 표현을 전부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해명했다.

GL산업개발 관계자는 “모형에서 모든 것을 상세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면서 “(현 시공상태는) 사업계획 승인 도면과 동일한 상태로 만들어졌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수분양자들에게는 GL산업개발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재시공을 해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행여부도 미지수다. 건물을 지은 시공사 관계자는 “해당공간은 법정 조경면적 공간 확보를 위해 테라스에 나무를 심은 것”이라면서 “테라스를 낮추기 위해 조경공간을 없앴을 때는 허가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할관청인 강남구청은 “현재로서는 구청에 들어온 사업승인 도면과 시공이 일치한다”면서 “(시공 후)분양당시 홍보도면과 크게 다른 부분과 관련해서는 시행사 측의 권한”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강남구 역삼동 ‘원에디션 강남’. 테라스가 높게 시공되서 성인남성이 올라서면 위층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서영상 기자.

전문가들은 이같은 허위·과장분양광고에 대해 다른 수분양자들에게도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이경훈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공사를 하다 보면 시공에 오차가 생길 수 있지만 위 경우는 심각한 설계오류이거나 (시행사의) 거짓분양으로 보인다”면서 “예상 가능했던 부분을 위와 같이 분양했다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진호 법무법인 동감 변호사도 “최근 들어 테라스, 조망 등이 마케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에도 해당 부분이 홍보 때와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경우는 중요한 계약상 하자로 보인다”면서 “만약 그 정도가 심했을 때는 분양사기 등 형사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수분양자 권모씨는 “시행사는 전문가 아니고서는 확인도 할 수 없는 도면과 수십페이지에 이르는 모집공고를 언급하며 그대로 지어졌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허위광고에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에디션 강남’ 시행사 GL산업개발은 용산구 한남동 76번지 일원에 ‘원에디션 한남’을 기획하고 토지 매입 진행중이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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