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새 살 돋으려면 굳은살 벗겨야”

김태성 기자(kts@mk.co.kr) 2024. 1. 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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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셋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둘째)이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4 [한주형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동산 파이낸싱(PF) 리스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어려움도 감내하는 강력한 수준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PF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도 경고했다.

이 원장은 “새 살이 돋으려면 굳은 살을 벗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증권업계에 잇따른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엄벌의지도 밝히며 증권사 차원에서 재발 방지에 힘쓰라고 당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4 [한주형기자]
24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PF와 관련해서는 그전에 통상적으로 얘기한 수준이 아니라 엄청나게 강한 강도로 대응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일부 금융사나 건설사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냥 감내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등에서 PF 시행사의 총사업자금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20%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방향성은 같다”면서 “20%가 아니라 100%에 가까운 정도로 자기책임을 질 수 없으면 앞으로 부동산 시행과 개발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증권사 CEO들에게 “보유 PF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주시기 바란다”며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경고는 증권업계의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9월말 기준 13.85%로 전 업권 중 가장 높은데 따른 것이다.

증권업계의 PF 대출 잔액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원장은 또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기때마다 반복됐던 유동성부족 상황이 또다시 발생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증권사 차원의 내부통제 노력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최근 검사 결과 다수의 금융투자 회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사익추구 행위가 지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업계 관행이라거나 일부 임직원의 일탈행위 정도로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며 성과 만능주의가 업계 전반에 만연함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최근 PF담당 임원이 업무 중 취득한 부동산 개발정보로 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는 등 증권사 5곳의 부정행위를 적발한 바 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조직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확충하고, 위법행위 임직원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이러한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획득한 수익 이상의 금전 제재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증권사를 겨냥한 쓴소리를 냈다.

김 위원장은 “혁신기업과 국민 자산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 시장의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증권사들은 여전히 위탁매매·부동산 중심의 영업행태를 보이며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기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형성 지원에 보다 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특히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주가순자산비율(PBR)·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를 시가총액과 업종별로 비교공시하고 상장사들에게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를 권고하며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의 내용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어 김 위원장은 “거래소와 협력해 주주 친화적 기업에 보다 많은 자본이 유입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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