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경선] 헤일리, 사퇴 압박 거부하며 고향서 배수진…완주 가능할까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더 쉽지 않아…또 지면 경선 계속하기 힘들 듯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23일(현지시간) 두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하면서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대세론을 한층 강화한 트럼프 측의 사퇴 압박에 굴하지 않고 다음 달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반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경선 출발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등을 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중도하차로 인해 트럼프와의 일대일 구도로 치러졌다.
헤일리 전 대사가 트럼프의 독주를 막고 경선을 좀 더 유리하게 끌어갈 동력을 확보하려면 뉴햄프셔에서 이겼어야 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지배적인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지만, 뉴햄프셔는 무소속이 전체 유권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이들이 헤일리 전 대사를 더 지지해 그나마 해볼 만했기 때문이다.
헤일리로선 뉴햄프셔가 판을 바꿀 수 있는 승부처였던 셈이다.
헤일리는 40%대로 득표율을 올리며 어느정도 존재감을 과시하긴 했지만, 75% 개표 기준으로 표차이가 10% 포인트 이상 두자릿대로 벌어지고 있어 격차를 한 자릿대로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 경선 직후 헤일리 전 대사를 향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사퇴 압박 공세에 나섰다.
헤일리 전 대사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마저 지면서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이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사퇴 압박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뉴햄프셔 콩코드에 마련된 선거본부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이 경기가 끝나려면 멀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여러 주가 남아 있다"면서 "다음은 내가 사랑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다"라고 말해 2월 24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까지 적어도 한달은 더 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난 투사(fighter)"라면서 "오늘 우리는 절반에 가까운 표를 얻었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기대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태어났고, 2011∼2017년 주지사를 지내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선은 모든 유권자가 자기가 원하는 정당의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 이는 등록된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보다 헤일리 전 대사에게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00만달러 상당의 광고를 예약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사우스캐롤라이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헤일리 전 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뉴햄프셔보다 더 큰 차이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는 공화당 소속의 연방 상·하원 의원이 8명 있는데 이 가운데 7명과 주지사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인 팀 스콧도 경선에서 하차한 뒤 트럼프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이후에도 경선 일정이 많이 남아 있고, 헤일리 측은 10여개 주가 같은 날 경선을 치르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지면 앞날을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전에는 네바다주와 미국령 버진제도에서 경선이 있지만 전체 판세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대의원 26명이 걸린 네바다주는 2021년 법을 제정해 경선을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방식으로만 치르기로 했지만 이에 반발한 공화당은 코커스(당원대회)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정부가 주관하며 모든 유권자가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는 2월 6일, 당이 주관하며 당원만 참여하는 코커스가 2월 8일 진행된다.
헤일리는 프라이머리에, 트럼프는 코커스에 후보로 등록해 직접 맞붙지는 않는다.
공화당은 코커스 결과에 따라 대의원을 배정하기로 했기에 트럼프가 대의원을 전부 가져갈 전망이다.
버진제도는 대의원이 4명에 불과하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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