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한 달간 휴전 의견 접근···종전 논의엔 이견”

하마스, 종전 논의 포함 ‘포괄적 합의’ 요구
이스라엘, ‘하마스 수뇌부 추방 시 종전’ 제시
WSJ는 ‘단계적 휴전안’ 성사 가능성 보도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제공/로이터연합뉴스

100일 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한 달간 휴전하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전쟁을 영구적으로 끝내는 종전 방안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려 휴전협상까지 지연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하는 휴전 협상은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하마스는 당초 몇개월간의 휴전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이 이를 거부했고, 수차례 논의가 오간 끝에 30일로 의견이 좁혀졌다.

잠정 합의의 골자는 양측이 30일간 교전을 멈추고, 이스라엘이 억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는 대가로 하마스도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을 단계적으로 풀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하마스는 종전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30일 휴전안도 시행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휴전안과 종전안을 분리해 ‘단계적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인질 석방 전에 종전안 합의까지 끝내는 ‘패키지 딜’을 모색하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관리는 전했다. 인질 석방 후 이스라엘이 전투를 재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종전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이스라엘이 공격하지 않겠다고 ‘보장’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집트 소식통들은 우선 1개월 휴전안을 받아들인 후 그 다음에 다시 종전 논의를 하자고 하마스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 주간 종전안과 연계되지 않은 어떤 제안도 거부해왔던 하마스 내에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스라엘이 최장 3개월간 휴전,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가자지구 내 자유로운 이동을 민간인 인질 석방 대가로 제의하자 하마스가 태도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종전 방안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수뇌부 6명을 추방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하마스는 이를 거부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내보내라고 요구한 6명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2인자 야히아 신와르와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모하메드 데이프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제거 1순위로 삼고 있는 인물들로, 가자지구 내 지하터널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가족들과 시민들이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가자지구에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이스라엘에서 납치된 인질 132명이 억류돼 있으며, 이 가운데 104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 공격 당시 250명이 납치됐고 이 가운데 105명은 지난해 11월 일주일간의 ‘일시 휴전’ 기간 동안 석방됐다. 이스라엘이 억류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240명도 이 기간 풀려났다.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 대대적인 지상전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선 2만5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스라엘군은 여전히 ‘하마스 소탕’이라는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완전한 승리”만이 전쟁을 종식시킨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며 인질 생환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는 내부 압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날 가자지구에서 군인 24명이 숨지는 등 이스라엘군 피해가 커지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