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골’ 중국의 기적을 지운 팔레스타인·시리아, 전쟁의 상처를 잊게 하다
스포츠에선 종종 전쟁의 아픔을 발판으로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한다. 제18회 아시안컵에선 팔레스타인과 시리아가 주연이 됐다.
팔레스타인은 24일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오데이 다바(힐랄 알 쿠드스)의 멀티골에 힘입어 홍콩을 3-0으로 눌렀다.
팔레스타인이 아시안컵에서 기록한 첫 승리다. 팔레스타인은 2015년 호주 대회(3패)와 2019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2무1패)에선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묵념으로 시작한 이번 대회에선 승점 4점(1승1무1패)을 확보해 이란(승점 9)과 UAE(승점 4)에 이은 C조 3위로 사상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에 휩싸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언급하며 16강 진출의 의미를 부여했다.
가자지구 출신인 수비수 모하메드 살레(플로리아나)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우리가 보여준 결과에 행복해 한다. 가자지구의 순교자들, 팔레스타인 땅에 사는 모든 사람, 인류애로 우리 뜻을 지지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이 자랑스럽고 역사적 성취를 바친다”고 강조했다.
마크람 다부브 팔레스타인 감독은 “어려운 상황을 겪는 팔레스타인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이곳에 왔다. 그 목표를 이제 이뤘다”고 기뻐했다.
길고 긴 내전에 신음하고 있는 시리아도 첫 16강의 기쁨을 공유했다. 시리아는 23일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와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2011년 카타르 대회 사우디아라비아전(2-1 승) 이후 13년 만에 승리를 품에 안은 시리아(1승1무1패·승점 4)는 역시 조 3위로 16강에 합류했다.
팔레스타인과 시리아의 극적인 16강 진출은 거꾸로 기적을 꿈꾸던 중국에 악몽을 안기기도 했다.
24개국이 참가하는 아시안컵은 각 조의 1~2위와 조 3위 중 상위 4개팀이 16강에 오른다. 중국은 A조에서 득점 없이 2무1패(승점 2)로 3위에 올랐는데, B조에서 시리아와 인도가 득점 없이 비기는 동시에 C조에서도 팔레스타인과 홍콩과 비겨야 했다.
중국의 ‘시나스포츠’가 빅데이터를 통해 계산한 확률에서 이 모든 조건이 이뤄질 가능성은 0.52%. 그야말로 실낱같은 희망은 에상대로 물거품이 됐다. 16강 진출이 좌절된 중국은 이날 씁쓸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중국 현지에선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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