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억류 가자 주민 수천 명 고문 수준 “끔찍한” 처우[이-팔 전쟁]
겨울인데 남자·소년 옷 벗기고 눈 가리고 맨 발
등 뒤로 손목 묶고 무릎 꿇려 때리면서 욕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이 수천 명의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억류하고 고문에 해당하는 처우를 하고 있다고 유엔이 밝힌 것으로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기구는 수천 명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 억류돼 있으며 억류에서 풀려난 일부 주민들이 기저귀만 찬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가자 지구 북부의 집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남성과 소년들 수십 명이 추위 속에서 거의 벌거벗은 모습으로 M16 소총을 든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지난달 초 거리에서 촬영된 동영상과 사진에 등장한 이들은 속옷 차림으로 줄 선 모습이었다. 한 동영상에서 한 군인이 확성기로 이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우리가 가자 전체를 점령하고 있다. 너희들이 원한 것이 이런 것이냐? 하마스가 있기를 바라느냐? 너희들이 하마스가 아니라는 말은 하지도 말라.”
석방 때 벌거벗은 채 기저귀만 찬 모습도
군인이 “닥쳐”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3개월 동안 발가벗은 채 얻어맞고 심문 당했으며 침묵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 팔레스타인 억류자 대변 단체들도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억류하고 모욕적인 처우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침공한 이래 남성, 여성, 어린이 수천 명을 억류해왔다.
집에서 나오라는 명령과 함께 체포된 사람이나 이스라엘군의 소개 명령에 따라 안전한 곳을 찾아 가족과 함께 이웃집으로 도망치다가 붙잡힌 사람들도 있다.
가자 지구 언론인들이 촬영한 사진에는 석방된 억류 주민들이 병원에서 치료 받는 모습도 있다. 이스라엘군이 몇 주 동안이나 단단히 묶어 둔 손목 주위 피부가 벗겨진 모습이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지난주 이스라엘이 억류한 가자 주민들 처우가 고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수천 명이 억류된 채 “끔찍한” 환경 속에 억류돼 있다가 석방됐고 완전히 나체가 된 채 기저귀만 찬 모습으로 석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여러 주 수감된 채 얻어맞으며 심문받아
인권활동가들은 이스라엘의 억류와 모욕적 처우가 국제 전쟁법 위반이라고 말한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위원회와 유엔 아더메어 수감자 지원회 등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과 지상 침공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군이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전에 없던 야만적 방법으로 체포하고 비인도적으로 대우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직접 공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억류된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와 억류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변호사 및 적십자가 억류자들을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샴 만나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은 매일 가족이 체포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적십자위원회가 약 4000건의 가자 지구 실종자들을 추적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약 절반이 이스라엘군에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억류자들의 처우와 행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들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으나 생존해 있다는 증거를 확보한 경우가 불과 몇 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국제법 억류 비 전투원 처우 기준 따르면 전쟁 범죄 해당
이스라엘은 전쟁 발발 1개월 동안 소개 명령을 내린 지역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테러 단체 구성원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에일론 레비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군대 연령 남성”을 억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전 200만 명이 넘는 가자 지구 전체 주민 가운데 하마스 전투원은 2만 명에서 4만 명으로 추산됐다.
피너케인 연구원은 “군대 연령 남성 모두를 전투원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란체스카 앨버니스 팔레스타인 점령지 유엔 특별조사위원은 지난해 10월 소개하지 않은 민간인을 테러 가담자로 지목하는 것은 집단 처벌 위협일 뿐이며 민족 청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인들과 이스라엘 종군 기자들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에서 한 겨울 실 외에서 등 뒤로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속옷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모습이 확인된다.
가자 시티의 한 운동장을 촬영한 동영상에는 이스라엘군에 포위된 수십 명의 남성들이 속옷만 입은 채 줄서 있거나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일부 남성들은 머리가 희끗희끗했고 어린 소년들도 여럿 보였다. 여성과 소녀들도 있었으나 이들은 옷을 입은 채였다.
여자도 발가벗은 남자들과 함께 트럭에 태워
그와 남편 루시디 알타나(31)가 자신들이 가자 북부 가자 시티 출신으로 지난달 5일 체포됐다고 밝혔다.
알타나는 “총으로 머리를 때리곤 했다. 집사람도 마찬가지로 때리고 ‘닥치라’면서 욕을 했다”고 말했다.
알타나와 부인은 25일 뒤 풀려났으나 부인은 아직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아이만 루바드는 지난달 7일 부인과 함께 부모 집에 있다가 체포됐다. 부인이 세 번째 아기를 낳은 지 몇 주 밖에 안됐다고 했다. 거리에서 총소리가 나고 탱크 소리가 들린 뒤 이스라엘 군인들이 확성기로 모든 남자들이 나와 항복하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두 손을 높이 들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군인들이 무릎을 꿇리고 옷을 벗겼다. 12월의 추운 날씨에 다른 남자, 소년들과 함께 줄지어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모두 속옷 차림에 맨발이었다.
팔레스타인인권단체에서 소속된 인권 활동가인 루바드는 1주일 동안 억류됐다고 했다. 처음부터 군인들 명령에 무조건 따르라는 강압적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 “아무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를 몰랐다”고 했다.
하루 17시간 동안 무릎 꿇고 앉은 채 꼼짝 못하게 해
이스라엘 남부 베에르 셰바의 교도소에 도착해서야 푸른 색 수감자 번호가 달린 회색 운동복이 지급됐다. 간수들은 수감자들 이름이 아닌 번호로 이들을 호명했다.
루바드는 커다란 유치장에 3일 동안 갇혀 있었다.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수십 명의 수감자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야 해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누구라도 자리를 옮기려 할 때마다 처벌 받았다고 했다.
며칠 동안 심문을 받지 않은 채 있다가 예루살렘의 다른 수감 시설로 옮겨졌다.
심문자가 지난달 10월 7일 어디에 있었느냐, 하마스나 이슬람 지하드 대원들을 아느냐고 물었다. 터널과 하마스의 소재에 대한 심문도 받았다.
그가 전혀 아는 것이 없고 자신은 직장과 집에서 대부분 생활한다고 거듭 답하자 심문자가 화를 내면서 눈 밑을 때리고 눈을 가린 천을 바짝 조여 고통스럽게 했다고 했다.
며칠 더 억류돼 있다가 다시 심문을 받았다. 지난달 14일 아침 다른 억류자들과 함께 버스 편으로 가자 지구 남쪽으로 이동했고 걸어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다른 억류자들의 증언도 비슷하다.
네 자녀를 둔 퇴직 공무원 마즈디 알라리니(50)는 40일 억류돼 있는 동안 거의 대부분 손이 묶인 채 지내면서 상처가 나 덧났다고 했다. 석방된 뒤 촬영한 사진에 손목 주변에 큰 딱지가 보였다.
그는 “내내 손목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고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금지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11월 중순 소개 명령에 따라 가족과 함께 가자 북부의 집을 떠나 남부로 걸어서 피난하던 도중에 붙잡혔다고 했다.
그는 “짐승 대접을 받았다. 몽둥이로 때리면서 욕설을 퍼부었다”고 했다.
부인과 함께 억류됐던 알타나는 고초를 겪은 지 25일 째 되는 날 간수가 “뛸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당시엔 왜 묻는 지 이해되지 않았다. 새벽 2시에 버스에 실려 이동했고 버스에서 내리자 저격병이 감시하고 있으니 10분 안에 도망치라는 명령을 받았다. “10분 동안 모두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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