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경선] 헤일리, 투표 종료 20분 만에 패배 인정…사퇴 대신 출정식
사퇴 후보 옆에 세운 트럼프 '대관식 불발'에 "헤일리, 이긴 것처럼 연설" 발끈
(맨체스터[美뉴햄프셔주]=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중대 분수령인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예측되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곧바로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는 후보 사퇴 대신 남은 경선에 대한 투지를 불태웠고, 캠프 분위기는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 계속 참여 의지를 밝히자 이날 경선에서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는 대관식을 기대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긴 것처럼 연설한다"라면서 헤일리 전 대사를 비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오후 8시 전체 투표가 종료된 지 20분 만에 콩코드 선거본부를 찾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한 뒤 "오늘 우리는 절반에 가까운 득표를 했다"라면서 "이제 시작이다"라고 외쳤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13분가량 진행한 연설에서 "대선 후보로 트럼프를 공천하는 것은 바이든의 승리"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을 비판하면서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다음 경선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현장에 보인 캠프 관계자와 지지자 등은 "우리는 헤일리를 원한다(We want Haley)", "니키! 니키!" 등을 외치면서 화답했다.
이들은 또 헤일리 전 대사가 자신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헷갈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실수를 다시 거론하자 크게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8시 정각에 정면에 마련된 TV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2.4%로 헤일리 전 대사(46.6%)를 이길 것이란 CNN의 예측 조사 수치가 나오자 어수선했던 선거 본부는 잠깐 숙연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직후 한 사람이 "VP(부통령)"를 외치자 다 같이 VP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40분께 CNN 화면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이기는 한 카운티의 초반 개표 결과가 나오자 환호하면서 "헤일리! 헤일리!"를 연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개표가 본격 시작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반부터 우위를 계속 이어갔다.
개표는 상당수의 투표소가 종료된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됐다. 개표율 1% 때는 헤일리 전 대사가 57.3%를 차지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는 수치가 나오기도 했지만, 개표가 진행될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반이 넘는 득표로 승리하는 구도가 굳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헤일리 전 대사가 연단에 오르기 전에는 10%포인트까지 격차가 확대되기도 했다.
51%가 개표된 오후 9시55분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54% 헤일리 전 대사는 44.85%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포인트 차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헤일리 전 대사 선거본부에 있던 지지자 등은 헤일리 전 대사의 연설 뒤에 바로 해산했다.
이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내슈아의 한 호텔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개표 방송을 시청했다.
이들은 방송에서 '트럼프 승리'라는 자막이 뜨자 "트럼프가 뉴햄프셔를 이겼다"라면서 환호했으며 "유에스에이(U.S.A),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를 반복해서 외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을 계속하겠다는 발표를 하던 8시22분에 "망상적"이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이후 9시21분 환한 표정으로 '미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는 노래에 맞춰 상황실에 들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뒤 자신을 지지한 팀 스콧·비벡 라마스와미 전 후보 등을 옆에 세운 상태에서 20분 가까이 진행한 승리 연설에서 "그녀(헤일리)는 마치 이긴 것처럼 연설했다"면서 발끈했다.
그러면서 헤일리 전 대사가 '멋진(fancy) 드레스'를 입었다고 말한 뒤 "아마 그렇게 멋진 것은 아닐 것"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는 (아이오와주에서) 2등하고도 사퇴했는데 3등 한 헤일리는 여전히 있다"라면서 "그녀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 만약 그랬을 것 같으면 수 분 내에 수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헤일리 전 대사가 주지사 때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으로 지명했던 스콧 상원의원이 자신을 지지한 것과 관련, 스콧 상원의원을 향해 "정말로 헤일리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스콧 상원의원은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화답했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경선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스와미 전 후보도 "헤일리가 경선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미국 정치의 추악한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할 때 휘파람을 불고 환호성을 내면서 호응,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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