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 개편?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백승현 2024. 1. 24. 12:01
한경 CHO Insight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호봉제, 누군가에게는 충성에 대한 달콤한 보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리타분한 유물일지 모른다. 호봉제는 근로자가 회사에 오래 머물수록,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보상방식이다. 근속연수가 증가함에 따라 직원의 경험, 역량, 충성도가 증가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이러한 호봉제 시스템은 과연 오늘날 업무환경에서도 적절한 보상시스템일까?
연공 중심 임금체계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에서 시작돼 한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사무직 보상에 연공급 임금체계가 도입되었고, 이후 생산직 근로자에게도 호봉제가 널리 확산됐다. 경제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호봉제를 적용받는 생산직의 비율은 1987년 15%에서 1990년 26%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 조직문화에 잘 맞는 옷인 것처럼 호봉제는 1990년대 후반까지 계속 확산됐다.
그런데,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은 변화를 모색한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으로 급여가 상승하는 호봉제 구조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서구 기업의 보상 방식을 살펴보며 성과, 직무, 역량, 역할 기반의 다양한 보상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 호봉제 흔적이 남아 있다. 2022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직군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임금체계는 호봉제다.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 1032개 중 경영지원직에서는 50.8%, 연구개발직에서는 45.4%, 생산 기능직에서는 64.3%, 서비스 판매직에 있어서는 31.4%가 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왜 여전히 호봉제를 활발히 운영하는 걸까? 무엇보다 편리한 운영 방식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올라간다. 복잡한 임금 계산이 필요 없다. 기본급 산정을 위해 별도의 연봉협상이나 성과평가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일부 직원들은 호봉제를 다른 임금체계로 바꿀 시, 불이익이 발생할 거라는 인식이 있다.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다른 임금체계에 거부감을 느낀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도 영향을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교적 문화권에 있었다. 선배와 후배간 위계, 장유유서 같은 관행에 익숙하다.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많으면 으레 높은 대우와 급여를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호봉제의 한계로 인해 끊임없는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호봉제는 유연한 인건비 운영이 어렵다. 회사나 개인의 실적과 무관한, 연공에 따른 급여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장기근속자일수록 급여가 높아지는 현상도 호봉제가 안고 있는 문제다. 생산성은 저하되는데 급여는 계속 상승하는 고령 인력의 고용유지 부담이 있다.
조직의 중추로 자리매김한 MZ세대가 연공급 임금체계를 불공정하게 인식한다는 점도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MZ세대들은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성과를 낸 만큼 의미 있는 보상을 받길 선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근속자의 임금 수준이 한국에서는 2.95배, 일본은 2.27배(2020년 기준)이다. 유럽 15개국 평균은 1.65배(2018년 기준)라고 한다. 서구 기업의 경우 개인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체계가 더 일반적이다. 연공보다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호봉제는 이제 그 쓸모를 다한 것일까?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하나의 급여체계란 있을 수 없다. 업무환경, 시대적 상황, 세대 특성에 맞는 급여체계를 모색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이다. 호봉제 역시, 이를 활용하기에 적합한 업무환경이 있다.
호봉제는 표준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 적합한 편이다. 예를 들어, 생산 라인이나 일상적인 관리 업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개인의 성과를 구분하기 어려우며, 근속연수가 업무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간주된다. 교육이나 공공 서비스와 같이 경험이 중요한 직군에서도 호봉제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업종에서 장기근속 직원이 보다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므로 호봉제가 적합할 수 있다.
다만, 호봉제가 적합한 업무환경이더라도 시대 흐름에 맞는 개선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 급여체계에 있어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다. 호봉 책정 기준, 승진 기준, 그리고 호봉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호봉제와 다른 급여체계를 병행 운영하는 기업들을 보면, 공정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유사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도 비슷한 편인데, 호봉제를 적용 받는 직원이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호봉제라 하더라도 시장 변화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시장 임금 수준이 호봉 테이블에 반영되지 않아 보상 경쟁력이 떨어져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장 변화와 경쟁 상황에 맞추어 호봉 테이블을 조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호봉제 내에서도 개인의 성과를 인정하는 것은 호봉제가 안고 있는 중요한 숙제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증진시키고, 조직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조직 내 다양한 역할과 개인의 역량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특정 기술이나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에게는 추가 호봉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호봉제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임금체계다. 근속연수에 따른 경험과 충성도가 업무 능력과 직결되는 환경에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인건비 유연성이 떨어지고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을 만들기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 업무환경의 도전과 기회에 적응하려면 지속적인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봉제의 장점을 살리되, 단점을 보완한 호봉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자.
이윤석 MERCER Korea 컨설턴트
MERCER와 함께하는 'HR 스토리'
호봉제, 누군가에게는 충성에 대한 달콤한 보상이지만, 한편으로는 고리타분한 유물일지 모른다. 호봉제는 근로자가 회사에 오래 머물수록,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보상방식이다. 근속연수가 증가함에 따라 직원의 경험, 역량, 충성도가 증가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이러한 호봉제 시스템은 과연 오늘날 업무환경에서도 적절한 보상시스템일까?
연공 중심 임금체계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에서 시작돼 한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 사무직 보상에 연공급 임금체계가 도입되었고, 이후 생산직 근로자에게도 호봉제가 널리 확산됐다. 경제단체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호봉제를 적용받는 생산직의 비율은 1987년 15%에서 1990년 26%로 크게 증가했다. 한국 조직문화에 잘 맞는 옷인 것처럼 호봉제는 1990년대 후반까지 계속 확산됐다.
그런데,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기업들은 변화를 모색한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으로 급여가 상승하는 호봉제 구조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서구 기업의 보상 방식을 살펴보며 성과, 직무, 역량, 역할 기반의 다양한 보상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기업에 호봉제 흔적이 남아 있다. 2022년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직군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임금체계는 호봉제다.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 1032개 중 경영지원직에서는 50.8%, 연구개발직에서는 45.4%, 생산 기능직에서는 64.3%, 서비스 판매직에 있어서는 31.4%가 호봉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왜 여전히 호봉제를 활발히 운영하는 걸까? 무엇보다 편리한 운영 방식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올라간다. 복잡한 임금 계산이 필요 없다. 기본급 산정을 위해 별도의 연봉협상이나 성과평가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일부 직원들은 호봉제를 다른 임금체계로 바꿀 시, 불이익이 발생할 거라는 인식이 있다. 임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다른 임금체계에 거부감을 느낀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조직문화도 영향을 원인 중 하나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유교적 문화권에 있었다. 선배와 후배간 위계, 장유유서 같은 관행에 익숙하다.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많으면 으레 높은 대우와 급여를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호봉제의 한계로 인해 끊임없는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호봉제는 유연한 인건비 운영이 어렵다. 회사나 개인의 실적과 무관한, 연공에 따른 급여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장기근속자일수록 급여가 높아지는 현상도 호봉제가 안고 있는 문제다. 생산성은 저하되는데 급여는 계속 상승하는 고령 인력의 고용유지 부담이 있다.
조직의 중추로 자리매김한 MZ세대가 연공급 임금체계를 불공정하게 인식한다는 점도 임금체계 개편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MZ세대들은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성과를 낸 만큼 의미 있는 보상을 받길 선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근속자의 임금 수준이 한국에서는 2.95배, 일본은 2.27배(2020년 기준)이다. 유럽 15개국 평균은 1.65배(2018년 기준)라고 한다. 서구 기업의 경우 개인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체계가 더 일반적이다. 연공보다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호봉제는 이제 그 쓸모를 다한 것일까? 모든 상황에 들어맞는 하나의 급여체계란 있을 수 없다. 업무환경, 시대적 상황, 세대 특성에 맞는 급여체계를 모색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접근이다. 호봉제 역시, 이를 활용하기에 적합한 업무환경이 있다.
호봉제는 표준화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에 적합한 편이다. 예를 들어, 생산 라인이나 일상적인 관리 업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개인의 성과를 구분하기 어려우며, 근속연수가 업무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간주된다. 교육이나 공공 서비스와 같이 경험이 중요한 직군에서도 호봉제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시장 변동성이 낮고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업종에서 장기근속 직원이 보다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므로 호봉제가 적합할 수 있다.
다만, 호봉제가 적합한 업무환경이더라도 시대 흐름에 맞는 개선을 모색할 필요는 있다. 급여체계에 있어 공정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다. 호봉 책정 기준, 승진 기준, 그리고 호봉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호봉제와 다른 급여체계를 병행 운영하는 기업들을 보면, 공정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유사한 수준의 업무를 수행하고 성과도 비슷한 편인데, 호봉제를 적용 받는 직원이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경우가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호봉제라 하더라도 시장 변화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시장 임금 수준이 호봉 테이블에 반영되지 않아 보상 경쟁력이 떨어져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장 변화와 경쟁 상황에 맞추어 호봉 테이블을 조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호봉제 내에서도 개인의 성과를 인정하는 것은 호봉제가 안고 있는 중요한 숙제다. 성과에 따른 보상은 직원들의 동기 부여를 증진시키고, 조직 전반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조직 내 다양한 역할과 개인의 역량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으로, 특정 기술이나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에게는 추가 호봉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호봉제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임금체계다. 근속연수에 따른 경험과 충성도가 업무 능력과 직결되는 환경에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인건비 유연성이 떨어지고 성과에 따른 보상 차등을 만들기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늘날 업무환경의 도전과 기회에 적응하려면 지속적인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호봉제의 장점을 살리되, 단점을 보완한 호봉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자.
이윤석 MERCER Korea 컨설턴트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경제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
- "이 자리에 월세 3000만원 말이 됩니까"…대기업도 짐 쌌다 [현장+]
- "운전하다 속 터졌는데, 진작 좀 해주지"…벤츠 차주들 '술렁'
- "그 아파트엔 뭐가 있길래"…1년도 안 돼 5억원 뛰었다
- "이건 사야 해" 5억 대박 터졌다…'슬램덩크' 출판사의 변신 [이미경의 옹기중기]
- 인도서 난리나더니 결국…삼성 '갤럭시S24' 제대로 일냈다
- 초등생들 '비키니女 합성' 뿌렸는데…아동학대 신고당한 교사
- 기획사 대표 수억원 '꿀꺽'…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이경규
- 재벌집 맏며느리의 변신… '시선 강탈 착시 시스루'
- "족발 너무 탔으니 환불해주세요"…열어보니 뼈만 '덩그러니' [법알못]
- 넷플릭스, '프로레슬링' 중계에 6.7조 베팅…사상 최대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