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기차 밖 내던져져 숨진 고양이에 러시아 들썩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모스코타임스는 트윅스가 지난 11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러시아 서부의 외딴 지역인 키로프역에서 내던져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모스코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러시아 기차 승무원이 영하 30도의 추위에 기차 밖으로 반려묘를 내던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내부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반려묘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모스코타임스는 반려묘 ‘트윅스’가 지난 11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러시아 서부의 외딴 지역인 키로프역에서 내던져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트윅스는 동물 운송이 허용되는 객차에 합법적으로 타고 있었다. 트윅스 주인인 에드가르 가이풀린의 아버지는 고양이 수하물 티켓을 구매했다. 그러나 부자가 잠이 든 사이 트윅스는 이동장에서 빠져나와 객차를 배회했다. 가이풀린은 누군가 이동장을 열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트윅스가 이동장에서 빠져나온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러시아 매체 인사이더는 보도했다.

트윅스를 발견한 승무원은 주인이 없는 고양이라고 판단해 기차가 키로프역에 정차한 동안 트윅스를 기차 밖으로 내던졌다. 당시 키로프 지역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졌다.

이 사실을 안 가이풀린은 12일 철도 당국에 신고했다. 자원봉사자 수백명이 키로프역 주변에서 트윅스를 수색했다. 가이풀린이 3만루블(약 45만원)의 보상금까지 걸었지만 트윅스는 20일 키로프역에서 8㎞ 떨어진 눈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자원봉사자들은 트윅스가 추위에 시달리다가 다른 동물에 물려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동물에 물린 것으로 의심되는 상처들이 있었고 트윅스 주변에 동물의 발자국처럼 보이는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모스코타임스는 트윅스가 지난 11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를 타고 가다가 러시아 서부의 외딴 지역인 키로프역에서 내던져져 숨졌다고 보도했다. 모스코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트윅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트윅스를 기차에서 쫓아낸 승무원을 해고해달라는 청원에 20만명이 넘게 동참했고 승무원을 형사 처벌해달라는 청원에도 10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논란이 일자 러시아철도공사(RZD)는 성명을 내어 “트윅스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승무원이 기차에서 동물을 내릴 수 없게 하는 등 동물 운송에 관한 규정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수사 당국도 나섰다. 알렉산드라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수사위원장은 22일 트윅스에 대한 ‘동물 학대’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환경보호위원장인 드미트리 코빌킨은 23일 대중교통으로 반려동물을 운송하는 규칙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철도공사는 이 직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보도했다.

트윅스를 내쫓은 승무원은 “고양이는 얌전하지 않았고 길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감염의 우려도 있었다”며 “승객 가운데 주인이 있는지 큰 소리로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아 동물을 내려줬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에서 트윅스의 이탈을 막지 못한 주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러시아는 고양이를 좋아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세계인구리뷰(WPR)는 러시아에서는 개보다 고양이가 더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계인구리뷰는 올해 기준 러시아에 개 약 1700만마리, 고양이 약 2300만마리가 살고 있다고 추산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