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에 초등학력 인증, 거창 이근순 할머니 "못 배운 한 풀어"

"못 배운 한을 이제야 풉니다."

평생 무학(無學)으로 살아온 이근순(93·경남 거창군) 할머니는 최근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아 평생소원을 이뤘습니다.

오늘(24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23일 도교육청에서 열린 '2023년 경남 성인문해교실 심사위원회'에서 초등 학력 인정 대상자로 결정됐습니다.

그는 2021년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인 초등 1단계를, 이듬해는 3∼4학년 수준인 초등 2단계를 마쳤습니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 인증 마지막 단계이자 5∼6학년 수준인 초등 3단계를 수료했습니다.

이제 이 할머니는 일기도 쓰고, 친구에게 편지도 자유롭게 보냅니다.

내달 7일 졸업식을 앞둔 이 할머니는 "공부를 시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같이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 선생님을 힘들게 한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나는 운이 참 좋다"라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 할머니가 중등 학력 과정에 진학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 할머니를 포함해 올해 경남지역에서 초등·중등 학력 인정을 받은 성인은 총 166명입니다.

성인문해교실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에게 정해진 과정을 마치면 초등 혹은 중등 학력을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경남도교육청은 2012년부터 도내 18개 기관에서 59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5개 학급으로 확대합니다.

현재까지 총 1천131명이 학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배움은 새로운 세상과 만나 꿈을 이루는 일이다"며 "문해교실을 통해 만난 더 넓은 세상에서 그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경남교육청이 응원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사진=경남도교육청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