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아닌 미래권력 길 택한 한동훈[이현종의 시론]

2024. 1. 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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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역대 대통령 모두 친인척 비리
尹에게 악순환 고리 단절 기대
‘명품 백’ 뭉개기에 더 큰 실망
2인자 한동훈 향해 사퇴 요구
역린 건드리고도 韓 마이웨이
총선 과반 실패 땐 정치적 공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박근혜 전 대통령 본인,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 씨….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자녀, 친인척 등이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를 받았거나 수사 중이다.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는 필연인 것처럼 보인다. 모두 재임 중 친인척 비리로 논란을 빚었고 대국민 사과도 해야 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0.73%P)이기는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온갖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와 도덕성에서 확연히 비교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검사 정권’이라고 비난하지만, 공정과 청렴, 법치주의 확립을 바라던 국민은 윤 대통령을 선택했고, 이제야 대통령이 각종 비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그러나 야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원인도 있지만, 윤 대통령의 장모(최은순 씨)가 구속되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이 사건을 종결시키거나 무혐의 결정을 내지 않았고,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야당은 특검법으로 이슈를 만들어냈고, 이것도 모자라 친야 유튜브와 한 목사가 짜고 김 여사에게 계획적으로 접근, 명품 가방을 전달해 주는 장면을 찍는 공작을 벌였다.

김 여사가 이 가방을 들고나오길 바라며 1년 넘게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결국, 특검법 정국에 이 영상을 폭로했다. 집요하고 사악할 지경이다. 죽기 살기로 윤 정권을 흔들어 보겠다는 데 당해 낼 도리가 없다. ‘몰카 공작’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지만, 한편으로 언제나 부정부패에 단호했던 윤 대통령이 이 문제도 잘 대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동영상을 보고 내용도 알고 있는데 “몰라도 된다”는 식이다. “사과를 하면 더 물어뜯을 것이다” “침묵도 사과의 한 방법”이라는 황당한 얘기만 친윤 의원들이 대변하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이 그저 설명해 주길 바랐는데, 그런 질문이 나올 기자회견도 못 하겠다니 실망이 크다.

급기야 2인자 격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이 걱정하실 만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고, 이에 격분한 윤 대통령은 30일도 안 된 한 위원장을 사퇴하라고 했다. 20여 년 검찰에 함께 몸담고 있으면서 한 위원장을 지금의 위치에 이르도록 끌어주었고, 김 여사 문제의 본질에 대해 누구보다 잘 파악할 한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데 대한 배신감일 것이다. 2인자가 임기 3년이나 남은 1인자보다 더 권력이 세지는 데 대한 견제가 급발동한 것일 수도 있다. 자동차 부품처럼 한 위원장을 다른 사람으로 갈아 끼우면 된다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2인자에 머물러 있지 않겠다는 한 위원장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사실 권력의 2인자가 1인자가 된 적은 드물다. 김종필 전 총리나 리커창(李克强) 전 중국 총리처럼 쓸쓸히 사라져 갔다. 한 위원장은 비운의 2인자가 아니라 마오쩌둥(毛澤東)을 넘어선 덩샤오핑(鄧小平), 전두환을 넘어선 노태우처럼 1인자를 뛰어넘는 미래 권력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상황은 한 위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흐른다.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대통령을 치받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만큼 권력은 마지막 날까지 무섭다. 그래서 지금 이 갈등이 가지는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지금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물러나게 할 경우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총선 참패의 모든 책임을 윤 대통령이 져야 할 수도 있다. 당무 개입이라는 법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명품 백’ 피하려다가 권력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 모든 위기는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일 때 예상했고 감수해야 할 일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순 없지만, 단 하나의 해법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총선 승리’밖에 없다. 합심하지 않고는 그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지금처럼 삐걱거리면 선거 직전에 피눈물을 삼키며 ‘나를 밟고 지나가더라도 선거에서 이겨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현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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