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작가 업무”vs“자문 거절” 연일 시끄러운 ‘고거전’ 피곤함은 시청자 몫 [TV보고서]

장예솔 2024. 1. 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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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
왼쪽부터 김동준 지승현 이시아 하승리 최수종 (사진=뉴스엔 DB)

[뉴스엔 장예솔 기자]

'고려거란전쟁'을 두고 제작진과 원작자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된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뜨거운 호평이 쏟아지던 '고려거란전쟁'은 양규(지승현 분)와 김숙흥(주연우 분)이 고려를 수호하다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16회 이후 불필요한 전개로 연일 시청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원작자 길승수 작가 역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되었다",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현종을 바보로 만들었다" 등 거센 비난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지난 1월 23일 '고려거란전쟁' 전우성 PD와 이정우 작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역사 일부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입을 열었다. 이 작가는 가장 먼저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고 운을 뗐다.

이 작가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했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 이 드라마는 분명 1회부터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별개의 작품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우성 PD 역시 원작 계약 방식에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며 "리메이크나 일부분 각색하는 형태의 계약이 아니었다. 꼭 필요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해보고자 길승수 작가와 원작 및 자문 계약을 맺었고, 극 중 일부 전투 장면에 잘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길승수 작가는 이정우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다. 제작진 측은 수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고사했다. 이후 새로운 자문자를 선정해 꼼꼼한 고증 작업을 거쳐 집필 및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며 길 작가의 주장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입장문이 공개되자 길 작가는 또 한 번 반박에 나섰다. 길 작가는 "오늘 KBS에서 해명 보도 냈더라. 웃기지도 않는다"며 "제가 2022년 6월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돼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그런 스토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화들짝 놀라 '전작 '천추태후'도 있는데, 그런 역사 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천추태후'는 포기됐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살아남았더라. 원정왕후를 통해서"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자문을 거절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제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정우 작가로 교체된 다음 회의를 갔더니 이 작가가 마치 위의 사람인 양 저에게 페이퍼 작성을 지시했다. 그런 페이퍼 작성은 보조작가의 업무이지 자문의 업무가 아니"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전우성 PD가 집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밝힌 길 작가는 "이정우 작가가 시킨 대로 페이퍼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제가 보조작가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더니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제가 '고려거란전쟁'은 어려운 내용이니 자문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자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만일 나에게 받기 싫다면 임용한 선생님께 받는 것을 추천했다. 전 PD의 대답은 '알아서 하겠다'였다. 제가 자문을 거절한 것이냐. 지금이라도 사태를 거짓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대하사극인데 역사적 맥락을 살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고려거란전쟁'은 KBS 대하사극의 명맥을 잇는 작품이자 최수종이 10년 만에 복귀한 대하사극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또 방영된 지 약 2개월 만에 최수종이 '2023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비교 대상이 없는 최고의 화제작이었다.

27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될 만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 작품. 그러나 역사 왜곡, 원작 각색 여부 등을 둘러싸고 제작진과 원작자의 힘겨루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피곤함이 쌓이고 있다.

32부작으로 기획된 '고려거란전쟁'은 현재 20부작까지 방영됐다. 과연 '고려거란전쟁'이 지금의 혼란을 수습하고 성공적인 종영을 맞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KBS 제공, 뉴스엔 DB)

뉴스엔 장예솔 imye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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