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용 주니어’ 롯데 진승현 투수 “올해 더 높은 곳에서 인사 드리고 싶다” [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상동=원성윤 기자] 롯데 투수 진승현(20) 앞에는 무거운 수식어 하나가 붙어있다. 바로 KIA 진갑용 수석코치 아들이라는 점이다. 진 코치는 2000년대 ‘삼성 왕조’를 이끈 포수였다. 그런 아버지 그림자를 이겨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2일 경남 김해 롯데 상동야구장에서 만난 진승현은 “아버지한테 혼 날 때는 살 쪘을 때뿐”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진승현은 아버지를 보며 야구를 꿈꿨다. TV에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 아버지 모습은 멋졌다. 리틀 야구에 입문했다. ‘취미로 하다 말겠지’라던 아버지 예측은 틀렸다. DNA는 강력했다. 야구에 발을 들인 진승현은 그길로 야구에 푹 빠졌다. 초등학교 3학년인 10살. 그는 2년간 ‘포수 진갑용’을 꾸준히 설득했다.
“아버지, 야구하게 해주세요. 야구가 저랑 너무 잘 맞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야구. 물론 쉽지 않았다. 그는 “첫날부터 너무 힘들더라”며 “그만할까 하다가 점점 적응이 되면서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아버지도 어쩔 수 없었다. 공을 던지며 희열을 느끼는 아들에게 더 이상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진갑용 코치는 “야 이거, 쉬운 거 아니다. 힘들다”고 뜯어 말리는 것도 더 이상 하지못했다. 어머니 뒷바리지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아버지는 투수 공을 수십 만개 받아 본 베테랑 포수다. 그렇기에 투수 진승현의 미세한 움직임도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는 KIA와 맞대결을 “9연전”이라며 또렷하게 기억했다. ‘감정이 묘할 것 같다’는 질문에 진승현은 “똑같다”면서도 “끝나면 아버지께 피드백을 받는다”고 말했다. “슬라이더가 빠진다, 직구가 뜬다, 발이 뜬다, 힘이 들어갔나” 온갖 잔소리가 날아 들어온다. 그래도 즐겁다.
피드백이 정확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주로 식사하며 지난 경기를 이야기 한다. 사진까지 찍어 보내준다. 진 코치의 은밀한 이중생활이다. 그렇기에 진승현은 스스럼 없이 KIA전에서 상대팀 더그아웃에 가 인사를 건넨다. 팬 입장에선 흐뭇한 풍경이다.
진승현은 경북고 시절 고교 최고라 평가 받았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감이 넘쳤다. 최고 구속 150㎞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프로도 별 것 아닐 것”이라던 생각은 틀렸다.
그는 “솔직히 고등학교를 씹어먹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에 왔더니 완전히 달랐다”며 “스트라이크 존도 작았고, 내 공을 못 칠줄 알았는데 (타이밍을) 잡아놓고 때리는 선배들을 보고 프로의 벽을 확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좋은 날 안 좋은 날, 컨디션 조절이 잘 안 된다. 몸 컨디션 문제가 있다. 멘탈적인 부분도 솔직히 있다. 그러면 컨디션 위축이 된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려면 이걸 잡아야 큰 선수가 될 거 같다.”
또 스스로 “기복이 심하다”는 문제점도 파악했다. 이는 체력 문제와 겹쳐 있다.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낀 날에는 슬라이더 구속이 떨어지고, 커브가 뜨는 현상이 나왔다. 상동 구장에서 만난 진승현은 진땀을 뻘뻘 흘렸다. 오전부터 러닝에 열중했다. 최근 어깨 통증 탓에 체력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2주가량 뒤에 피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구를 잡아가며 자신의 강점인 다양한 구종을 연마할 계획이다.
올시즌 목표는 선발 투수다.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10승 이상을 거두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롯데 3년 차에 접어드는 진승현은 “안 아프고, 이닝 수도 더 챙기겠다”며 “방어율도 낮추고 승도 홀드도 더 올리겠다”고 밝혔다.
롯데 가을 야구 여부에 대해 “솔직히 29년만에 우승한 LG가 부러운 게 사실이다. 롯데는 더 오래됐다(32년)”며 “올해는 높은 곳에서 팬분들께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롤 모델은 롯데 고(故) 최동원 투수와 삼성 오승환 투수다. 그는 “최동원 선배님이 연투하신 정신력과 커브를 닮고 싶다”며 “오승환 선배님 멘탈과 직구 구위도 닮고 싶은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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