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에…대기업들 잇달아 사장단 회의 개최
"거문고 줄 고쳐 맨다" SK '토요 사장단 회의' 부활
롯데그룹 사장단 80명 모여 중장기 전략 논의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사업 전략 점검을 위한 사장단 회의를 잇달아 개최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연초부터 타개책 마련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사장단 회의인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를 격주 토요일에 열기로 결정했다. 2000년 7월 주 5일 근무 제도를 시행한 이후 토요일에 회의를 열지 않았으나, 지난해 말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최창원 의장이 새로 취임함에 따라 이러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읽힌다. 회의 횟수도 한 달에 한 번에서 월 2회로 늘린다. 20년 만에 부활한 '토요 사장단 회의'에서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과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가운데,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는 '토요 사장단 회의' 부활을 놓고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 넣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주요 사업 분야 투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하는 상징적인 행보라는 해석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경영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 줄을 고쳐 매다)의 자세로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자"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그룹은 이미 상반기 사장단 회의를 마쳤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상반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을 열고 그룹 경영 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VCM은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그룹 사장단 회의로, 신동빈 회장과 롯데지주 임원, 사업군 총괄 대표,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총집결하는 자리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도 참석한다.
이번 VCM에서는 먼저 '목표 지향 경영을 통한 실행력 강화'라는 주제의 외부 강연이 이뤄졌다.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강력한 실행력을 통해 혁신하자는 취지다. 또 롯데미래전략연구소가 올해 발생 가능한 주요 사업에서의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CEO의 역할 변화와 관련해 내용을 공유했다. 지난해 경영 성과 리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재무·HR 전략,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 재무 리스크 관리 방안 등도 다뤄졌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회장은 "올해 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국내 경제의 저성장과 글로벌 경기 침체, 국내외 정치적 이벤트 등으로 과거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룹 전체가 경영 환경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며 민첩한 대응력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강력한 실행력을 발휘해달라"고 재차 당부하며 △산업 내 선도적 입지 확보 △글로벌 사업 확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종합적 리스크 관리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삼성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경영진 회의를 수차례 열고 사업 전략을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0일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6G 통신 기술 개발 현황을 살핀 뒤 경영진과 미래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지난 16일에는 서초사옥에서 사내 최고 기술 전문가인 '삼성 명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제조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주요 기업들의 전략 회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LG그룹의 경우 2~3월 중 사장단이 모여 중점 사업 과제를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올해 경영 여건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정례화되지 않은 변화 대응 차원의 회의가 계속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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