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노쇼·노사과’ 호날두, 중국선 사과 “中은 제2의 고향”

23일 중국 선전에 걸린 호날두 소속팀 알나스르의 중국 투어 포스터 앞에서 한 팬이 호날두 유니폼을 들고 서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소속팀 사우디아라비아 알나스르가 중국 방문 친선경기를 돌연 취소해 현지 팬들이 분노한 가운데 호날두가 이례적으로 중국 팬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2019년 방한 경기 당시 출전하지 않아 ‘노쇼’ 논란을 부른 뒤에도 사과 한마디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알나스르는 23일(현지시간) SNS에 “구단이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24일, 28일 (중국 선전에서) 치를 예정이던 두 경기가 연기됐다”고 알렸다.

알나스르는 “우리는 선전에서 중국 축구 팬, 특히 호날두 팬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더불어 사우디와 중국의 끈끈한 관계까지 고려하면 계획대로 선전에 트레이닝 캠프를 마련할 것”이라며 “행사 주최 측과 (친선전) 일정을 최대한 빨리 새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구단은 이번 행사를 위해 무조건 헌신하려 했다. 호날두를 포함한 전체 선수단을 이끌고 투어에 참여했다”고 구구절절 덧붙였다.

알나스르의 방중 경기 주최 측은 실망한 중국 팬들에게 입장권, 항공, 숙박 등 비용을 전액 환불해주겠다고 했다.

알나스르는 당초 24일 상하이 선화, 28일 저장FC와 친선전을 치를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취소했다. 알나스르가 언급한 ‘통제할 수 없는 이유’는 호날두의 부상이다.

구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중국 팬들은 분노했다. 스포츠 매체 ESPN 등은 일부 중국팬들이 알나스르 선수단이 묵고 있는 선전 시내 호텔로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도착한 호날두와 연호하는 현지 팬들. 사진|EPA연합뉴스

호날두는 평소 그답지 않게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팬들에게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을 사과했다.

호날두는 “내게 오늘은 슬픈 날이다. 중국 팬들, 특히 선전에 온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축구를 하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22년을 축구 선수로 뛰었다. 그간 부상이 많지는 않았는데, 매우 슬프다”며 “여기 중국에 와서 투어를 즐기고 싶었다”고 아쉽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 “중국인들이 보여준 환대와 이곳의 문화 덕에 항상 중국이 제2의 고향이라고 느낀다”며 “우리는 경기를 연기했을 뿐이다. 취소한 게 아니다”라고 현지 팬들을 달랬다.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호날두는 투어 전후로 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것으로 보인다. 부상이 장기화하면 중국 투어뿐 아니라 다음 달 초 예정된 인터 마이애미(미국)와 친선전에도 나서지 못하게 된다. 인터 마이애미와 알나스르의 경기는 투톱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호날두(포르투갈)의 맞대결로 주목받은 빅매치다.

호날두가 중국에선 사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축구팬들은 새삼 분노하고 있다.

2019년 7월 유벤투스(이탈리아) 소속이던 호날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선발팀과 내한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벤치에만 앉아 있었을뿐 한 번도 그라운드를 밟지 않아 ‘노쇼’ 논란을 불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주최·주관사와 계약 조건에 호날두가 엔트리에 포함돼 최소 45분 이상을 뛰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지만, 호날두는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1초도 뛰지 않았다.

이에 호날두와 ‘날강도’를 합성한 신조어 ‘날강두’가 등장할 정도로 국내 축구팬들이 분노하고 여론이 악화됐으나 호날두의 사과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