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구단 소통 없었다’ 예비 24인 중 부상자만 5명…‘항저우 대참사’ 겪은 대한민국 농구, 안준호 체제 시작도 다르지 않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4. 1. 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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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들을 선발하는데 부상 체크도 없었다. ‘항저우 대참사’로 얻은 교훈 역시 없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23일 오후 안준호 대한민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 그리고 서동철 코치 선임 소식을 전했다.

안준호 감독은 2011년 서울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12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2023년 12월 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로 선택받으며 코트 복귀를 알렸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선발하는데 부상 체크도 없었다. ‘항저우 대참사’로 얻은 교훈 역시 없었다. 사진=KBL 제공
안준호 감독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당연히 존재한다. 2010년대 초반과 2020년대 중반의 농구는 분명 다르다. 2023년까지 수원 kt 사령탑이었던 서동철 코치가 있다고 해도 부정적인 평가에 있어선 자유롭기 힘들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오는 2월 말 열리는 호주, 태국과의 국제농구연맹(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예선에 앞서 발표한 예비 24인 명단은 현장과 얼마나 소통이 없었는지 알려주고 있다.

협회가 발표한 예비 24인 명단에서 현재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뛰지 못하고 있는 부상자만 허훈(kt)과 김낙현(한국가스공사), 전성현(소노), 송교창(KCC), 안영준(SK) 등 5명이다.

아시아컵 예선 브레이크는 2월 16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그렇다면 5명의 부상자는 이때 복귀가 가능할까? MK스포츠 취재 결과 대부분 어렵다는 답을 내렸다.

허훈은 종아리 근막 파열 부상을 당했고 현재 휴식 중이다. 최소 1개월의 휴식이 필요한 부상이다. 실전 투입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대표팀 합류는 어렵다.

kt 관계자 역시 “허훈의 경우 현실적으로 이번 대표팀 합류는 어렵다. 회복이 잘 안 되는 부상이며 무리하게 복귀했을 경우 공백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송교창은 이미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바 있다. 사진=KBL 제공
무릎 통증이 있는 김낙현은 현재로선 1월 내내 재활이 필요하다. 그러나 2월이 된다고 해도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 가능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2월 내 복귀도 상태는 봐야 한다. 병원에서도 ‘애매하다’고 말한다. 진단해보면 크게 무언가 나오지는 않지만 선수 본인이 통증을 꾸준히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 합류는)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리 문제가 있는 전성현은 당연히 대표팀 합류가 어렵다. 그는 올 시즌 내 복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송교창의 경우 회복세에 따라 대표팀 합류가 가능하다. 그는 전반기 막판 종아리 부상을 당했고 4주 진단을 받았다. 복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빨라도 2월이다. 대표팀 합류가 가능하다고 해도 정상 컨디션으로 호주 원정에 나설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안영준도 마찬가지다. 회복세가 좋아 기존 3월 초 복귀에서 일정을 앞당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시아컵 예선 브레이크 이후 돌아온다. SK 역시 안영준의 대표팀 합류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1월 말 발표 예정인 최종 명단은 최소 10명, 최대 12명으로 구성된다. 예비 24인 명단 중 5명의 선수가 부상 중이어도 여유가 있다.

또 협회는 “현재 예비 24인 명단은 2월 12일까지 FIBA에 제출해야 한다. 일찍 발표한 것이며 정해진 제출 기간 전에는 수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성현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된 허리 통증이 결국 시즌 아웃 위기로 이어졌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대표팀 합류가 어려운 선수들을 확인 절차 없이 예비 24인 명단에 포함했어야 했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예비라고 해도 결국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이름을 올리는 것이 정상이다.

잠깐의 소통만 있었더라도 충분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협회와 구단이 소통, 아시아컵 예선 시기에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건 아무리 길게 잡아도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구단들의 경우 예비 24인 명단 발표 전후 협회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저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명단만 받았을 뿐이다. 물론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기본적인 절차가 무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대한민국 농구는 지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악인 7위, ‘항저우 대참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당시 대표팀의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으나 결국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선수들을 무리하게 선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좋은 환경, 그리고 지원이 좋은 프로 구단과 달리 열악한 대표팀에서 몸 상태를 회복하고 재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 결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정상 컨디션으로 나선 선수는 몇 없었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경기력 저하가 발목을 잡았다. 전성현의 경우 이때의 후유증으로 커리어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허리 부상이 악화했다.

‘항저우 대참사’의 교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번에도 부상당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리한 선발을 이어가려고 한다. 5명의 부상자 중 4명의 합류가 어렵다. 송교창도 장담할 수 없다. 부상자들의 회복 시기가 맞아 합류한다고 해도 정상 경기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비 24인 명단 중 4, 5개의 자리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예비 24인 명단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정하는 것도 코미디다. 협회는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히는 자충수를 또다시 뒀다.

▲ 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예선 대표팀 예비 24인 명단

오재현, 안영준(이상 SK), 허훈, 문성곤, 한희원, 하윤기(이상 kt), 김낙현(한국가스공사), 허웅, 송교창, 최준용, 라건아, 이승현(이상 KCC), 이우석, 장재석, 박무빈(이상 현대모비스), 양홍석(LG), 전성현, 이정현(이상 소노), 김종규, 강상재(이상 DB), 이현중(일라와라), 이원석(삼성), 변준형(상무), 박지훈(정관장)

대한민국 농구는 분명 ‘항저우 대참사’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했다. 사진=천정환 기자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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