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런’ 3년간 중화권 시총 8000조원 증발 [글로벌 머니 무브]

2024. 1. 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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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셍지수 19년만에 최저...인도증시, 홍콩 추월
작년 8월 이후 中서 외국인투자 40조원 이탈

중국 증시가 장기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난 3년간 중국 본토와 홍콩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6조달러(약 80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하락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가 2조위안(약 372조원)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인 경기 반등 없이는 상승세로 돌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크다. 중화권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가며 인도 주식시장은 시가총액에서 처음으로 홍콩을 제치고 세계 4대 주식시장 자리를 꿰찼다.

23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중국 증시는 새해 들어서는 증시 폭락 사태 때인 2016년 이후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3년간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 빠진 시총은 약 6조달러에 달한다. 이는 영국의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8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1867억위안(약 34조8800억원)어치의 중국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300억위안(약 5조6000억원)의 외국인 투자금이 중국 증시를 빠져나갔다.

외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자국 증시를 탈출하는 ‘차이나런(China run)’이 일어나고 있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 AMC 노무라 니케이 225 ETF(상장지수펀드)’는 이달 17일과 18일 개장 직후 1시간가량 거래가 중단됐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ETF에 내국인 투자가 몰려 과열되자 중국 금융당국이 거래를 잠시 막은 것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홍콩에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상하이에선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ETF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이탈로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대형주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최근 5년 만에 최저지로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19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22일 기준 홍콩 증시 시가총액(4조2900억달러)이 사상 처음으로 인도 증시(4조3300억달러)에 추월 당했다.

증시가 하락세를 거듭하자 중국 금융 당국은 2조위안 규모의 증시 부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 소식통을 인용해 “국유기업의 역외 계좌 등을 통해 돈을 마련해 본토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단발성 자금 투입으로는 시진핑 정부의 민간 기업 통제와 중국 거시 경제 전반에 실망한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동산 침체, 디플레이션, 부채 증가,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외국 기업들을 제압하는 인상을 주는 당국의 이념 주도 정책 등이 중국 거시 경제의 구조적 문제라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리서치 노트에서 “지난 3년은 중국 주식 투자자들과 시장 참가자들에게 의심할 여지 없이 힘든 시간들이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가 구조적인 문제이며 쉽게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수 년 간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은 “중국 경제 문제의 핵심인 부동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패한 부동산 개발업자들을 지원하고 주택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무라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 기조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8월 이후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갈등도 중국 증시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석가들은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에 대한 자산 노출과 소유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GT)의 후시진 전 편집장은 22일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주식시장의 지속적인 하락은 자본시장을 넘어 경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며 “금융 리스크를 방지하고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정목희 기자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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