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자연스런 노화과정? “아뇨, 얼마든지 피할 수 있어요”
"치매는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증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잘못이에요. 고령이 되면 치매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경미한 기억 장애와 같은 치매 전(前)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대처하면 얼마든지 정상적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은 "기억력이 떨어졌는데도 '괜찮아, 옆집 노인도 비슷해'라면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다가 검사와 진단 시기를 놓쳐 나중에 치매로 진전되는 사례가 흔하다"며 "조기 발견이 치매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번 걸리면 빠르게 진행... 치매 전 단계서 멈추게 해야"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99만여명이다. 올해 상반기 중 1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2023년 약 949만명) 10명 중 1명 꼴이다. 2017년(71만명) 이후 연평균 약 5만명씩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매섭다. 또한 암, 심장병 등과 더불어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렇게 치매는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그럼에도 치매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과 증상에 대한 인식과 대처는 아직 미흡하다고 양 이사장은 진단한다. 그는 "치매 단계에 들어서기 전에 적절히 대응하면 10년, 20년 발병을 늦출 수 있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치매가 시작되면 그 이후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나빠진다. 치료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때 발견과 진단, 관리에 들어가는 게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경도(輕度)인지장애'는 말 그대로 가벼운 인지장애가 있는 상태다. 건망증이 나타나는 등 인지력이 조금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는 정도를 일컫는다. 반면 치매는 정신 능력과 사회적 활동 능력을 잃은 상태다. 기억력과 이해력의 저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장애, 행동장애 등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큰 장애가 나타난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는 노화에 따른 건망증과 치매의 중간 지점 쯤이라고 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상태에서 예방·치료 절차를 시작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이 단계에선 뇌를 훈련하거나 뭔가를 배우면 학습이 되기 때문에 인지치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도 많지 않아 치료제도 잘 듣는 편이고요. 여기서 병이 진전되는 것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단계를 지나면 치료제를 써도 잘 안듣고 인지치료도 어려워집니다."
"운동·인지훈련·사회적활동 당장 하자"
-근원적 치료를 위한 치매 신약 개발은 먼 미래의 일인가.
"그간의 치료제들은 증상을 조금 개선하는 정도다. 뇌 신경을 손상시키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나 타우 단백질을 제거하는 원인 치료제는 아직 없다. 하지만 최근 이런 원인 단백질을 제거해서 증상 완화와 진행 억제 효과를 내는 항체치료제 '레카네맙'이 개발돼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 승인됐다. 국내에서도 올해 허가 절차가 끝나면 내년 중에는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레카네맙이 치매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보나.
"레카네맙을 써도 치매 환자의 병이 나빠지는 걸 막지는 못한다. 다만, 천천히 덜 나빠지게 된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제거에 효과가 있지만 이것 만으로 병의 진행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로 인해 이미 작동한 신경염증물질 생성, 혈류순환문제, 신경세포활성물질 부족 등 여러 상태가 함께 정상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도나네맙'이라는 항체치료제는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이 진행 중인데, 3~4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들 2개 약을 모두 쓸 수 있는 때가 되면 치료 수준이 한층 나아질 것이다."
-약으로 근본 치료가 안된다면 결국 예방과 조기진단·관리가 더 중요한 것인가.
"예방은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이미 치매 발병을 억제하는 다양한 예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경도인지장애 상황에서 적절한 예방 조치와 관리를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데, 최근에는 그 전 단계인 '주관적 인지 저하' 상황에서 관리에 들어가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주관적 인지 저하는 기억력만 조금 떨어졌을 뿐 다른 이상은 없는데,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조금 쌓여있는 상태 등이 해당한다. 여기에서 여러 예방적 조치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상태로 넘어가는 걸 막는 전략인 셈이다."
-치매 가족력이 있거나 건망증이 심한 50대, 60대 연령층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예방법은 무엇인가.
"뭐니뭐니해도 운동이다. 일주일에 5회 이상, 하루 40~50분 땀이 나도록 운동하면 좋다. 근육을 자꾸 움직이면 뇌를 좋게 만드는 물질이 분비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로 인해 뇌신경세포가 활성화하고,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 그 다음에는 뭔가 배우고, 읽고, 요리를 하는 등 머리를 쓰는 인지훈련을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사회적 활동이다. 친구, 지인을 만나 재밌게 놀고 대화하는 것이다. 다만, 놀더라도 지나친 음주는 금물이다."
치료제로는 역부족..."치매 예방·관리 강화에 초점"
-치매환자 가족의 고통이 엄청나다. 고통을 못 이겨 비극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흔하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 환자 가족을 제2의 환자, 눈에 보이지 않는 환자(Invisible Patient)라고 한다. 환자 간병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고혈압, 심장병, 당뇨, 우울증 등이 심해진다. 환자를 돌보느라 약도 제때 못 챙겨 먹는 등 본인이 갖고 있는 병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일년 내내 환자 옆에 붙어 있으면 병이 생기고 만다. 이런 사람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데이케어센터 같은 것들이 그런 장치다. 그곳에 환자를 맡기고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볼 수가 있다. 환자들은 비슷한 또래와 어울릴 수 있으니 좋다. 다만, 환자가 적응하지 못해 오히려 상태가 나빠진다거나 하는 문제도 있어 데이케어센터가 충분히 잘 작동하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대한치매학회도 1년에 두차례 환자와 가족을 초대하는 '일상예찬' 행사를 통해 가족에게 작은 휴식을 선사하고 있다."
양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인공지능(AI)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했다. 이미 자기공명영상(MRI) 판독 등 진단 분야에서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데, 앞으로 간병과 인지학습 등에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AI 로봇이 집에 머무는 환자의 말동무가 되고, 환자가 아파서 인기척이 없으면 환자보호센터나 가족에게 상태를 알려주게 될 것"이라며 "환자 상태나 수준에 맞게 인지 문제 난이도를 조절하는 AI 학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로 치닫으면서 치매 환자가 계속 증가할텐데, 국가 차원에서 더 촘촘한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치매 관리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 기능 검사를 통해 병원 치료가 필요한 사람, 위험군, 정상인들을 가려낸다. 40만~50만원 상당 검사를 무료로 받는 것이다. 환자로 판명되면 센터에서 인지 훈련도 하고 약값 지원도 한다. 위험군은 별도로 추적 관리에 들어간다. 치매 조기발견, 조기치료를 위한 장치인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앞선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장기요양 시스템을 통해 간병인 방문 케어 지원을 받게 되면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된다. 입원 환자를 집중 케어하는 치매 특화 병원도 있지만 이 부분은 아직 미흡한 듯하다. 현재로선 치매 조기 발견을 통한 예방·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진성기 기자 (jsg0366@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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