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Y] 디카프리오 없다…제96회 美 아카데미 후보 지명 특이점은?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컬 시상식'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3월 10일 열린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23일(현지시간) 제96회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 지명 결과를 발표했다.
최다 노미네이트의 영광은 '오펜하이머'의 차지였다. '오펜하이머'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여우조연상(에밀리 블런트), 촬영상, 편집상, 의상상, 분장상, 음악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음향상 등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다. 이어 '가여운 것들'이 11개 부문, '플라워 킬링 문'이 10개 부문에 지명됐다.
전반적으로 평단의 예상에 벗어난 바 없는 후보 지명이지만 팬들에게 다소 놀라운 후보 누락은 있었다.
◆ 크리스토퍼 놀란,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불운 벗어날까
아카데미와 지독하게 인연이 없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번 시상식에서 불운을 떨쳐낼 것으로 예상된다.
놀란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인 '오펜하이머'는 감독상, 남우주연상(킬리언 머피), 남우조연상(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여우조연상(에밀리 블런트), 촬영상, 편집상, 의상상, 분장상, 음악상, 프로덕션 디자인상, 음향상 등 총 13개 부문에 지명됐다.
올해 오스카 레이스는 '오펜하이머', '플라워 킬링 문', '가여운 것들'의 3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였지만, 각종 시상식이 거듭될수록 '오펜하이머'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습이다.
놀란 감독은 출세작인 '메멘토'로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아카데미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08년 '다크 나이트'로는 남우조연상(히스 레져), 음향 편집상 2관왕에 올랐다. 2010년 '인셉션'으로는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촬영상, 음향 편집상, 시각효과상 등 기술 부문 4관왕에 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놀란 감독은 기술적 성취는 인정받았지만 감독이나 작가로서 아카데미의 사랑을 얻지는 못했다. 그는 아카데미에서 '인셉션', '덩케르크'로 두 차례 작품상 후보에 지명된 바 있지만, 감독상 후보에 지명된 것은 '덩케르크' 뿐이었다.
올해는 적기다. 놀란은 '오펜하이머'를 통해 기술 부문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 시상식의 '빅4'라 할 수 있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중 작품상과 감독상, 편집상까지 노린다.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마고 로비, 주연상 후보 불발
연기상 부문에서는 이변의 후보 누락도 있었다.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플라워 킬링 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바비'의 마고 로비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두 배우는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모두 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두 배우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할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평단과 흥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결과를 낸 영화의 주역이었기에 연기상 후보 지명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생각은 달랐다.
디카프리오는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전 5기의 도전 끝에 '레버넌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아카데미와 인연을 이어가지 못했다. 마고 로비는 2018년 '아이, 토냐' 이후 아카데미 두 번째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을 노렸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반면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이 처음으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 지명을 받았다. '오펜하이머'의 타이틀롤을 맡아 활약한 아일랜드 출신의 킬리언 머피, '추락의 해부'에서 눈부신 열연을 펼친 독일 출신의 산드라 휠러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하나 인상적인 후보 지명은 '플라워 킬링 문'의 릴리 글래드스톤이다.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미국 원주민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글래드스톤은 기세를 몰아 오스카 트로피까지 도전한다.
미국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연기상 부문에서 '플라워 킬링 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남우주연상 후보 불발과, '메이 디셈버'의 찰스 멘튼의 남우조연상 후보 불발을 특이점으로 꼽았다. 반면 '바비'의 아메리카 페레라와 여우조연상 깜짝 지명과 '아메리칸 픽션'의 스털링 K. 브라운의 남우조연상 노미네이트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고 언급했다.
◆ 여풍 거세다…여성 감독 영화, 작품상 후보 '역대 최다'
올해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는 '오펜하이머', '플라워 킬링 문', '가여운 것들', '바비', '바튼 아카데미', '추락의 해부', '아메리칸 픽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 '패스트 라이브즈'까지 총 10편이다.
올해 가장 흥미로운 기록 중 하나는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가 3편이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는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이다. 해당 작품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연출한 '추락의 해부', 그레타 거윅의 '바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다.
단순히 이름만 올린 건 아니다. 세 편의 영화 모두 빛나는 성취로 2023년 최고의 영화임을 입증했다. '추락의 해부'는 지난해 5월 열린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작 '시빌'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칸 경쟁 부문 진출 2회 만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로써 쥐스틴 트리에는 여성 감독 중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역대 세 번째 인물로 이름을 올렸다.
'바비'는 흥행 부문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바비'는 지난해 미국 내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였다. 또한 여성 감독 영화 최초로 월드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최종 14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2023년 전체 월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또한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영화로 기록됐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신예 셀린 송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다. 역대 아카데미 노미네이션 중 감독 및 작가로서 장편 데뷔작품이 작품상과 각본상에 공동으로 노미네이트 된 건 셀린 송 감독이 네 번째이며, 아시아계 여성 감독으로서는 첫 번째 기록인 만큼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이 작품은 한국의 CJ ENM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배급한 영화인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활약에도 큰 관심이 모아진다.
◆ 작품상·감독상 후보 오른 '추락의 해부', 국제영화상 후보엔 없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추락의 해부'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핵심 부문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 영화인 '추락의 해부'는 전 세계 유수의 평단과 언론이 지난해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는 수작이다.
그러나 아카데미 국제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후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프랑스 영화계가 올해 국제영화상 출품작으로 '추락의 해부'가 아닌 '프렌치 수프'(The Pot-au-Feu)를 출품했기 때문이다. '프렌치 수프' 역시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고, 감독상(트란 얀 홍)을 받은 수작이다. 그러나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추락의 해부'를 아카데미에 출품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는 종종 있었다. 국제영화상 부분은 각 나라마다 단 한 편의 영화만 출품할 수 있기에 해당 나라 자체의 심사 기준이 적용된다. 지난해 인도 최고 화제작이었던 'RRR' 역시 자국에서 국제영화상 후보로 출품하지 않아 주제가상만 받고 돌아가는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추락의 해부'는 국제영화상 부문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작품상과 감독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아쉬움을 달랬다. 특히 영화를 연출한 쥐스틴 트리에는 감독상과 각본상(쥐스틴 트리에, 아서 하라리와 공동각본)에 이름을 동시에 올려 개인 부문 수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지미 키멜의 사회로 열린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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