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단계 의심 업체에 결제 시스템 ‘구멍’ 뚫린 토스페이먼츠
토스페이먼츠 결제 시스템 도용
시스템 도용 사실 파악 못해 방치
취재 시작 후 다급히 후속조치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전자결제대행(PG) 계열사인 토스페이먼츠가 다단계 의혹을 받는 업체에 최근까지 결제 시스템을 도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한 온라인 쇼핑몰의 전자결제가 막히자 시스템 코드를 조작하고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결제 시스템을 끌어다 쓴 것이다.
토스페이먼츠 측은 결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조선비즈 취재가 시작된 후 다급히 후속조치를 취했다. PG업계에서는 결제망 도용이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토스페이먼츠 역시 가맹점 계약 때 주의를 덜 기울인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불법 다단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워너비그룹이 운영하는 A 온라인 쇼핑몰은 전날까지 토스페이먼츠를 도용해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사용했다. 토스페이먼츠에 따르면 토스페이먼츠는 A 쇼핑몰과 가맹 계약을 맺고 결제 시스템을 공급하지 않았다. A 쇼핑몰은 우회 기술을 써 토스페이먼츠 가맹 계약을 맺은 B 온라인 쇼핑몰을 거쳐 전자결제가 가능하게 시스템을 조작했다.
A 쇼핑몰 고객이 물건을 구매할 때 표면상 토스페이먼츠 시스템을 이용해 정상 결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 몰래 B 쇼핑몰로 자동 연결해 결제되는 것이다. 물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와 결제로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자가 다른 셈이다. 이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금지하는 위장가맹점 운영에 해당한다.
이러한 기술적 우회가 가능했던 이유는 A 쇼핑몰과 B 쇼핑몰 모두 워너비그룹과 관련된 사업체이기 때문이다. A 쇼핑몰은 워너비그룹 계열사인 워너비데이타가 운영하며 이 회사의 대표는 워너비그룹 회장 전영철(55)씨다.
B 쇼핑몰은 다른 업체에서 운영하며 대표는 김모(57)씨다. 김씨의 B 쇼핑몰은 A 쇼핑몰에 전자결제 시스템 우회로를 제공하고 김씨의 친동생은 또 다른 워너비그룹 계열사의 실무를 맡는 등 형제가 워너비그룹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쇼핑몰과 B 쇼핑몰의 홈페이지 디자인이 똑같으며 판매 상품이 유사하고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같다는 점에서 두 쇼핑몰이 사실상 한 몸임을 유추할 수 있다.
두 쇼핑몰의 실질 운영 조직으로 지목되는 워너비그룹은 현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횡령·배임)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대전경찰청과 세종경찰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에 투자하면 배당금을 주겠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았으나 원금 환불과 배당금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혐의다.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이 경찰청에 워너비그룹 수사를 의뢰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금감원의 수사 의뢰와 경찰의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PG사들은 워너비그룹 관계사의 전자결제 공급을 중지했다. 몇몇 카드사들이 PG업계를 상대로 워너비그룹 관계사에 대한 가맹 중지를 요청한 데 따른 대응이다. NH농협카드는 지난해 7월 18일, 토스페이먼츠를 비롯한 PG사들에 “유사수신 혐의 업체와 관련된 온라인 쇼핑몰을 확인했다”며 “워너비그룹 관련 쇼핑몰에 대해 제재를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배포했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해당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토스페이먼츠 역시 이러한 업무 요청을 받고 몇몇 쇼핑몰에 대해 결제 시스템 공급을 중단했다. 다만 B 쇼핑몰이 워너비그룹과 관련된 곳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울러 가맹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A 쇼핑몰이 B 쇼핑몰을 통해 토스페이먼츠의 결제 시스템을 도용한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 사이 전자결제 길이 막혔던 A 쇼핑몰은 관계사 B 쇼핑몰을 통해 토스페이먼츠 시스템을 우회 사용했다.
토스페이먼츠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야 사실관계를 인지했다. 토스페이먼츠 관계자는 “A 쇼핑몰과 토스페이먼츠 간 계약 관계가 없음을 확인했으며 B 쇼핑몰을 통해 기술적 우회 방식으로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그는 “워너비그룹과 B 쇼핑몰 사이 법적인 관계를 확인할 경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토스페이먼츠 측은 어쩔 도리 없이 속았다는 입장이지만 PG업계에서는 애초에 가맹점 계약을 맺을 때부터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 쇼핑몰의 통신판매업등록 정보상 웹사이트 주소가 실제 쇼핑몰 웹사이트 주소와 다르게 기재된 점 등 부적절한 가맹점으로 의심할 요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PG사 대표는 “PG사는 신규 가맹 계약을 맺을 때 쇼핑몰 웹사이트 진위, 통신판매업 등록여부, 판매상품의 불법성 여부 등을 심사하는 과정이 있다”며 “전자결제 서비스 개통 이후 1~2개월은 실제 거래가 등록정보와 일치하는지 모니터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리스크 관리 업무가 PG사의 핵심 업무인데 이번 경우, 토스페이먼츠가 신규 가맹점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토스페이먼츠는 조선비즈 취재가 시작되자 “B 쇼핑몰에 대해 즉시 전자결제 시스템 공급을 일시정지했고 계약 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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