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주형 "정후형 후계자? 아직 멀었지만 언젠간 ML 꿈도"[인터뷰]

권혁준 기자 2024. 1. 2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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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트레이드로 키움 합류…"마음 편해지니 야구도 잘 풀려"
"올해 목표는 전경기 출장…등번호는 청대 때 달았던 2번으로"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 /뉴스1 DB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아직 발끝에도 못 미치죠."

키움 히어로즈의 이주형(23)은 '이정후 후계자'라는 수식어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2군 선수'였기에, 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스타 플레이어와 비교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작년부터 그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면서 "내가 (이)정후형을 대체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내 자리에서 꾸준하게 해내고 싶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엔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싶은 꿈도 없지 않다. 이주형은 "지금은 바닥부터 시작하지만 언젠가는 올라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메이저리그에 가서 (이)정후형과 함께 야구 해보고 싶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주형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 13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신인 시즌부터 퓨처스리그(2군)에서 0.356의 타율에 OPS(출루율+장타율) 1.099로 두각을 드러낸 그는 팀 내 최고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LG에서 이주형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많지 않았다. 2년차 시즌 도중 육군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고, 2023년 2월 팀에 복귀해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주형은 "그나마 또래 선수들 중에선 1군 기회를 많이 받긴 했는데, 매일 나갈 수는 없었다"면서 "그렇게라도 기회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벽을 느끼기도 했다. 내 능력에 대한 의심도 생겼다"고 돌아봤다.

LG 트윈스 시절의 이주형. /뉴스1 DB ⓒ News1 조태형 기자

그러던 그에게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일이 생겼다. 지난해 7월 트레이드로 키움에 새 둥지를 틀게 된 것. 당시 우승을 위해 선발투수 보강이 필요했던 LG는 검증된 투수 최원태를 영입했고, 키움은 즉시 전력감을 내주는 대신 유망주인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으며 미래를 꾀했다.

이주형은 "사실 트레이드가 된다는 것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서 "트레이드 될 때 분위기를 봐도 나나 (김)동규보다는 신인 지명권이 더 부각되는 것 같더라"며 웃었다.

키움에 오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안정감이었다. 적은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만 한다는 압박이 강했던 LG와 달리, '리빌딩' 기조로 선회한 키움에선 주전 한 자리가 보장됐다.

이주형은 "전 소속팀에선 1군에 있어도 쫓기는 기분이 있었는데, 키움에 오면서 매일 나가다보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면서 "LG에서의 경험 속에서 간절함도 커졌던 것도 키움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온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내외야를 오가던 '유틸리티 플레이어'에서 포지션이 굳어진 것 또한 안정감의 배경이었다.

이주형은 "LG에선 아무래도 팀 내 약한 포지션이 2루수였기 때문에 그쪽으로 많이 연습을 했다"면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외야수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가장 편한 포지션으로 하라'고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이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News1

69경기에서 0.326의 타율과 6홈런 36타점. 적은 경기수였지만 이주형의 잠재력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이주형은 새 시즌을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는 "작년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올해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시즌 막판에 부상도 있었는데 그 역시 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작년의 기억을 토대로 몸관리하는 법을 잘 배워서 144경기 풀타임을 뛰고 싶은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후에게 짧게나마 조언을 듣기도 했다고. 그는 "키움 와서 5타수 5삼진을 기록한 경기가 있었는데 (이)정후형이 연락을 주셨다. 기죽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기술적으로도 투수 유형이나 당일 내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접근하라고 조언해주셨다. 역시 야구 잘 하는 사람은 생각이 다르다고 느꼈다"며 웃었다.

새 시즌 목표를 크게 정하진 않았다. 일단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럼에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전경기 출장과 두 자릿수 홈런 그리고 20도루다.

키움 이주형. /뉴스1 DB ⓒ News1 박지혜 기자

이주형은 "밖에서 팀 전력이나 성적에 대한 이야기도 하시지만 아직 내가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기는 어렵다"면서 "그저 코치, 감독님과 형들이 이끌어주시는대로 잘 하고 내 역할만 충실히 하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강조했다.

새 시즌 등번호는 2번으로 바꿨다. 고등학교 시절과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줄곧 달았던 번호인데, 프로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번호'를 찾게 됐다.

이주형은 "내가 원하던 등번호도 달게 돼 기분이 좋다"면서 "(이)정후형 등번호(51번)는 감히 달 생각을 못 했다. 사실상 '영구결번' 같은 느낌이니까"라고 말했다.

본인은 한사코 손사래를 치지만, 이정후, 안우진이 빠진 2024시즌 이주형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키움 구단 역시 이주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새 시즌 연봉에서도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됐다. 지난 시즌 3300만원이었던 이주형의 연봉은 정확히 두 배가 뛴 6600만원이 됐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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