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성적' 中 헛된 상상 "차라리 벤투가 왔으면"... 0골·0승 탈락 충격 꽤 크다

박건도 기자 2024. 1. 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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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건도 기자]
파울루 벤투 현 아랍에미리트(UAE) 감독. /AFPBBNews=뉴스1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국가대표팀의 굴욕적 결과에 중국 내 여론이 불타오르고 있다. 중국 언론은 부진의 원흉으로 감독을 꼽는 분위기다.

중국 '소후닷컴'은 24일(한국시간) "알렉산다르 얀코비치(52) 중국 감독은 경질될 것이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며 2무 1패를 기록했다. 수치스러운 역사를 썼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중국축구협회와 얀코비치 감독은 기로에 섰다. 감독 경질은 불가피하다. 중국축구협회 경영진은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라고 협회의 경질 발표를 부추겼다.

지난날 감독 선임 선택 자체가 잘못됐다고 봤다. '소후닷컴'은 "한국은 파울루 벤투(현 아랍에미리트) 감독을 데려왔다. 중국도 노렸던 감독이지만, 협회가 그를 설득하지 못했다"라며 "카를로스 케이로스(70) 감독은 당시 중국과 짧은 협상 끝에 카타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중국축구협회가 얀코비치를 선임한 것 자체가 이른 결정이었다. 4년간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이끌던 그가 A대표팀을 맡을 것이라 선언한 뒤 일이 일사천리로 흘러갔다"라고 꼬집었다.

선수들에게 전술 지시하는 벤투 감독. /AFPBBNews=뉴스1
내심 16강 진출을 기대하던 중국의 희망은 20시간 만에 꺾였다. 지난 23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B조 경기에서 시리아가 인도를 1-0으로 꺾으며 중국의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은 사라졌다.

같은 날 중국은 카타르와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1로 졌다. 2무 1패 승점 2, 0골 1실점이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겼다. 24개국이 참가한 대회 규정상 조1, 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조3위 중 상위 4팀이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D, E, F조 결과에 상관없이 탈락 확정됐다.

중국 언론도 타 조 상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중국의 토너먼트 진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우 레이(왼쪽). /AFPBBNews=뉴스1
얼굴을 감싸쥔 중국 선수. /AFPBBNews=뉴스1
기대가 꺾여버리는 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B조 3위 시리아가 1승 1무 1패 승점 4로 중국을 제쳤다. 중국 경우의 수 계산기가 멈췄다.

중국 매체 '시나스포츠'는 시리아와 경기가 끝나자 "아시안컵 축구 대표팀은 2무 1패 0득점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걸었다.

'소후닷컴'은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해당 매체는 "기적은 없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역대 최악의 3경기를 치렀다", "축구대표팀 탈락, 불쌍한 퇴행 축구"라는 기사를 올렸다. 해당 소식을 접한 중국 팬들도 댓글을 통해 분노를 쏟아냈다.

특히 '시나스포츠'에 중국 팬들은 자국 대표팀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중국 선수들은 발이 천으로 묶여있는 것 같다", "중국 대표팀은 아침 일찍 세상을 떠난 뒤 이제야 공식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10년 동안 국가대표팀을 해체하자"라는 등 자조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해당 기사에는 1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애초에 중국 축구 체계가 무너졌다고도 봤다. '소후닷컴'에 한 중국 팬은 "중국 축구협회가 선수들의 배를 불려놨다. 승리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라고 했다. 이밖에도 "중국 축구를 망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시스템이다", "더는 세금을 낭비하지 말라", "중국 축구에 투자한 모든 돈은 낭비였다"라는 등 분노 섞인 댓글이 쏟아졌다.

넘어지는 우레이(오른쪽). /AFPBBNews=뉴스1
중국-레바논 경기 장면. /AFPBBNews=뉴스1
중국은 2011년 대회 후 두 번째로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득점과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건 사상 최초였다.

마지막 경기까지 중국은 무기력했다. 중국은 카타르 알 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A조 최종전에서 개최국 카타르를 만났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도 노려볼 법했지만, 중국은 마지막 기회까지 살리지 못했다.

심지어 이날 카타르는 2군급 선수들을 내세웠다. 이미 조별리그 2승으로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대회 최고 스타 중 하나인 아크람 아피프와 베테랑 미드필더 알 하이도스(이상 알 사드)는 모두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게다가 주전 골키퍼 메샬 바르샴(알 사드)도 선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뒤가 없었던 중국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웨이스하오(우한 싼전)까지 선발로 내세웠다. 이번 아시안컵 첫 출전이었다.

키르기스스탄과 경기 후반전 득점 취소 후 망연자실한 중국 대표팀. /AFPBBNews=뉴스1
얀코비치 중국 감독은 과감한 변화까지 줬다. 중국의 축구 스타로 통하는 우 레이(상하이 하이강)은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앞선 두 경기에서 졸전을 펼친 게 컸다. 한때 중국 내에서 최고 공격수라 치켜세웠던 선수다. 스페인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최고 전력을 내세우지 않은 카타르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그나마 전반전에 수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형편없는 결정력으로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특히 웨이스하오는 경기 감각이 떨어진 듯 실책성 플레이를 자주 범했다.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다 헛발질을 하거나, 문전 골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날린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귀화 선수만이 분전했다. 중국 센터백 장광타이(타이어스 브라우닝, 잉글랜드 태생)는 카타르의 발 빠른 공격수들을 막으려 애썼다. 이날 중국은 유독 카타르에 뒷공간을 자주 노출했다. 최종 수비수 장광타이의 활약이 없었다면, 전반전부터 카타르에 끌려갈 뻔했다.

경기 종료 후 허탈한 표정의 중국 선수들. /AFPBBNews=뉴스1
승리 후 활짝 웃는 카타르 선수단. /AFPBBNews=뉴스1
후반전 카타르 정예 멤버들이 하나씩 나왔다. 중국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중원에서 볼이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카타르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카타르 선수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경기 도중 주심을 보며 활짝 웃기도 했다.

막상 첫 득점은 카타르에서 나왔다. 21분 알 하이도스가 중거리 발리 슈팅으로 중국의 골망을 갈랐다. 세트피스 전술이었다. 아피프가 코너킥을 문전으로 붙이지 않고, 페널티 박스 부근에 서있던 알 하이도스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연결했다. 알 하이도스는 이를 지체하지 않고 바로 때렸다. 슈팅이 골문 구석에 꽂히자 중국 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중국은 후반 추가시간 10분까지 공격을 시도해봤다. 여전히 마무리가 무뎠다. 경기는 카타르의 1-0 승리로 끝났다.

앞선 두 경기에서도 중국은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0위권 밖인 타지키스탄과 레바논도 잡지 못했다. 심지어 중국은 대회 첫 출전국인 타지키스탄과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슈팅 20개를 얻어맞기도 했다. 타지키스탄은 조2위 16강 진출이란 파란을 일으켰다.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난 뒤 고개 숙인 중국 선수들. /AFPBBNews=뉴스1

박건도 기자 pgd1541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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