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등 출연료 미지급' 기획사 대표 횡령 혐의 집유

자회사 자금 141억 모회사 계좌로 이체
안모씨 "회사 경영난 타개하기 위한 것"
법원 "모회사만 이익"…징역 3년·집유 4년

[서울=뉴시스] 2023.06.2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이경규, 유세윤, 장도연 등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료 미지급 논란을 빚었던 엔터테인먼트사 대표가 140억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모회사에 이체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안모(57)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안씨는 영상물·광고물 제작 및 대행업을 하는 A사 대표로서 A사의 매출액이 떨어지고 막대한 영업손실이 계속적으로 발생하자 방송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완전자회사 B사의 자금을 대여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안씨가 B사 재무이사에게 'B사 자금을 A사로 이체하라'고 지시하면, 재무이사는 B사 명의 계좌에서 A사 명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2016년 3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279회에 걸쳐 모두 141억4950여만원이 자회사에서 모회사 계좌로 이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안씨 측은 두 회사가 하나의 법인처럼 운영됐고, 경영 위기에 처해있던 A사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B사의 자금이 이동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B사 자금은 안씨의 개인적인 이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 A사의 운영자금으로 활용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회사가 동일한 임원진에 의해 경영상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라면서도 "그러나 엄연히 별개의 법인에 해당하는 B사의 자금을 대여금 명목으로 회계처리해 A사로 이동해 사용한 것은 A사의 이익을 위한 행위일 뿐이고 B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횡령 혐의가 성립된다고 봤다.

이어 "두 법인이 공동의 이익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피고인의 주장과는 달리 A사의 이익이 사실상 B사 소속 연예인들의 저명성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반대로 B사는 연예인들의 수익 창출이 A사의 프로그램 제작·공급에 있어서 의존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사의 경영실적 악화와 자금경색이 있어서 B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특별한 변제계획이나 대책 없이 약 14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송금하는 행위는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넉넉히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사적인 용도로 유용하지 않은 점 등은 양형 요소로 참작됐다.

A사의 출연료 미지급 소식은 지난 2020년 12월 소속 연예인 이경규가 소속사로부터 수억원대의 출연료를 정산받지 못했다며 계약 해지를 하면서 알려졌다. 뒤이어 A사 소속이었던 유세윤, 장동민, 장도연 등도 같은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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