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팀리그 사상 최초 2번 챔프 도전...하나카드-SK렌터카, '막차'가 쓴 새 역사

권수연 기자 2024. 1. 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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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렌터카 강지은-히다와 하나카드 주장 김병호, PBA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깨부수며 가장 마지막에 올라온 팀들이, 가장 오래 살아남았다. 

지난 23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023-24'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하나카드가 NH농협카드를, SK렌터카가 크라운해태를 각각 세트스코어 4-1로 돌려세우며 3선승으로 파이널에 극적 안착했다.

두 팀의 파이널 무대는 사상 처음이고, 또한 상당히 극적으로 이뤄졌다. 

1차전에서 하나카드 막내 신정주가 5세트 단식에서 2-9로 쳐지다가 갑자기 하이런 9점을 폭발시키는가 하면, 2차전에서도 에디 레펀스(벨기에)가 하이런 10점을 몰아치며 경기를 집어삼켰다.

20-21시즌 PBA팀리그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TS샴푸 JDX, PBA
21-22시즌 챔피언에 등극한 웰컴저축은행ⓒ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22-23시즌 PBA챔피언이 된 블루원리조트, PBA

PBA팀리그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지난 2020-21시즌 첫 팀리그가 출범했다. 이 중 원년 팀리그 챔피언인 TS샴푸 푸라닭(당시 TS샴푸 JDX)는 22-23시즌을 기점으로 해체한 상태다. 

때문에 21-22시즌 챔피언 웰컴저축은행, 22-23시즌 챔피언 블루원리조트를 제외하면 이하 7개 팀(SK렌터카, 하나카드, 하이원리조트, 에스와이, 크라운해태, NH농협카드, 휴온스)중 어느 팀이 올라와도 파이널 무대는 각 팀에게 최초가 된다.

당초 이번 포스트시즌은 14연승, 팀리그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세운 NH농협카드와 남녀 전력에 구멍이 없는 정규리그 전체 2위 크라운해태의 롱런에 초점이 모였다. 갓 PBA에 데뷔한 산체스, 한지은 등이 힘을 내는 에스와이의 파란에도 어느정도 기대치가 오른 상황이었다.

에스와이는 2라운드 우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에 올라왔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하나카드에 연속 두 번 꺾이며 시즌을 마감했다. 

NH농협카드, PBA
크라운해태, PBA

NH농협카드는 조재호의 단단한 실력을 필두로 김민아, 김보미 등 건재한 여성멤버들이 활약을 펼쳤다. 크라운해태 역시 마르티네스와 백민주, 임정숙, 김재근 등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이미 최상의 호흡을 구성한 상태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판도는 완전히 달랐다. 꼴찌로 올라온 팀들이 '뒷심'은 더 셌다.

SK렌터카는 20-21, 원년시즌 창단되어 현재까지 롱런하고 있는 스타팅 멤버다. 멤버 구성 또한 주장 강동궁, 외인 에디 레펀스(벨기에)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현재와 대동소이한 멤버 구성은 22-23시즌 완성됐다. 창단 첫 시즌부터 포스트시즌에 이름을 올렸지만 TS샴푸에 연속 세 번 패하며 파이널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이후 21-22시즌과 22-23시즌, 두 시즌 연속으로 정규리그 7위에 오르며 좀처럼 플레이오프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23-24시즌 파이널 진출이 확정되자 환호하는 SK렌터카, PBA

이번 시즌에도 SK렌터카는 오르락내리락의 라운드별 순위(1라운드 7위, 2라운드 2위, 3라운드 6위, 4라운드 6위, 5라운드 2위)를 선보였다. 마지막까지 웰컴저축은행과 블루원리조트가 3~4위 경합을 하는 반면 SK렌터카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아슬아슬한 모양새였다. 5라운드에 3연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와는 더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느닷없이 4연승, 4위 블루원리조트(57점)를 승점 3점 차로 밀어내고 극적으로 3위에 올랐다. 

블루원리조트와 승점이 같은 하나카드가 극적으로 5라운드 8전 6승을 만들며 우승팀이 된 부분도 서사의 한 몫을 차지한다. 

하나카드 역시 사실상 창단 1년 차를 막 넘긴 사실상의 신생팀이다. 기존 팀인 신한금융투자가 해체하며 '여제' 김가영, '당구 아이돌' 신정주를 품고 PBA 챔프 출신 김병호를 주장으로 세웠다. 김병호는 20-21시즌 이후 팀리그 활동을 쉬던 차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한금융투자에는 본디 김병호의 딸인 김보미가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팀은 아빠를 품고 딸은 NH농협카드로 보냈다. 김병호는 전 TS샴푸 JDX 소속으로 PBA팀리그 원년 챔피언 출신이다.

승리 후 기뻐하는 하나카드, PBA

22-23시즌에도 하나카드는 극적으로 트로피를 들었다. 최종 우승 트로피는 아니다. 이 때는 리그가 전후기리그 우승제로 운영되며 전, 후반기에 한번씩 기간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었다. 

당시에도 NH농협카드가 웰컴저축은행을 꺾으며 자력 우승을 확정하지 못한 하나카드에게 마지막 남은 '경우의 수'가 기적적으로 먹혔다. 하나카드는 전기리그 우승 트로피와 함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미끄러졌다.

23-24시즌은 더했다. 1~4라운드 내리 5~7위로 바닥을 헤매는 하나카드의 포스트시즌, 그것도 파이널 진출에 몰리는 여론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 시즌 LPBA 통산 2승 사카이 아야코(일본), '튀르키예 강호' 무라트 나지 초클루, '베트남 특급' 응우옌꾸옥응우옌의 오랜 적응기가 끝나고 후반부에 경기력이 폭발하며 하나카드가 급격히 5라운드 1위로 치고 나섰다. 

두 팀은 가장 막차를 타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리그 1, 2위를 나란히 밀어냈다. 그리고 가장 오래 살아남아 최후의 트로피를 겨루는 팀이 됐다. 

1, 3라운드 중복 우승을 차지한 NH농협카드가 하나카드를 상대로 한 게임도 제대로 따지 못하고 무력하게 3연패를 할 것이라는 예상은 거의 없었다. 막차의 '뒷심'이 벌인 이변이다. 

22-23시즌 전기리그 우승컵을 든 하나카드 주장 김병호ⓒ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만일 하나카드가 이번 팀리그에서 트로피를 들면 김병호는 사상 최초로 팀리그에서만 두 번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한편, 플레이오프서 나란히 승리를 거둔 SK렌터카와 하나카드는 곧바로 24일부터 열리는 파이널(7선4선승제)에 돌입한다. 파이널은 하루에 두 경기씩 진행된다. 24일에는 오후 4시 1차전에 이어 오후 9시30분 2차전이 진행된다.

 

사진= PBA,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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