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시계, 2년 연속 ‘자정 90초 전’

곽노필 기자 2024. 1. 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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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분침이 2년 연속 '자정 90초 전'을 가리켰다.

자정 90초 전은 1947년 운명의 날 시계가 처음으로 설정된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핵과학자회보 1947년 6월호 표지에 등장한 첫 운명의 날 시계를 디자인한 마르틸 랑스도르프는 첫 분침을 '자정 7분 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보기에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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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이후 파멸 최근접 상태 지속
핵 위협·기후 위기 고조 등 요인 꼽아
2024년 ‘운명의 날 시계’ 분침 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핵과학자회보 관계자들. 핵과학자회보 제공

지구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분침이 2년 연속 ‘자정 90초 전’을 가리켰다. 자정 90초 전은 1947년 운명의 날 시계가 처음으로 설정된 이후 자정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자정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지구 파멸의 시점을 상징한다.

미국 핵과학자회보(BAS) 과학안보위원회는 23일(현지시각) “인류가 계속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90초 전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핵과학자회보는 핵 위협, 기후 변화, 인공 지능, 새로운 생명공학과 같은 파괴적인 기술 등 지구와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험을 기반으로 시계를 설정한다.

앞서 핵과학자회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핵확산 위험 증가를 주된 이유로 들어 2023년 운명의 날 시계 분침을 ‘자정 100초 전’에서 ‘자정 90초 전’으로 앞당겼다.

레이첼 브론슨 핵과학자회보 대표는 “시계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을 국제 안보 상황이 완화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전 세계 분쟁 지역의 핵 위협이 높아지고 있고, 기후 변화는 이미 죽음과 파괴를 야기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및 생물학적 연구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은 보호 장치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과학자회보는 구체적으로 중국, 러시아, 미국이 모두 핵무기를 확장하거나 현대화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는 점, 2023년 지구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한 점, 유전공학 기술의 고도화, 허위 정보 확대 등을 지적했다.

제리 브라운 핵과학자회보 집행위원장은 “마치 타이타닉호에 탑승한 것처럼 세계의 지도자들은 더 많은 핵폭탄, 막대한 탄소 배출, 위험한 병원체 및 인공 지능 등의 재앙으로 세상을 이끌고 있다”며 “강대국들은 깊은 적대감에도 불구하고 서로 협력해 우리를 (재앙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1947년 이후 ‘운명의 날 시계’ 분침 조정 연혁. 위키피디아

‘운명의 날’ 시계는 1947년 핵과학자회보가 당시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만들었다. 첫해 ‘자정 7분 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7분 전’에서 ‘100초 전’ 사이를 오가며 지구의 위험 상태를 알리는 경고 신호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분침이 조정된 횟수는 모두 25번이며 앞으로 17번, 뒤로 8번 움직였다. 핵과학자회는 2007년 기후 변화를 인류 멸망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추가했다.

‘운명의 날’ 시계를 운영하는 핵과학자회보는 미국의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 참여자를 비롯한 핵과학자들이 1945년 결성한 단체다. ‘운명의 날 시계’는 이 단체의 과학안보위원회가 1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는 후원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한다.

76년 전 ‘운명의 날 시계’가 자정 7분 전에서 시작한 것은 과학적 근거보다는 디자인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핵과학자회보 1947년 6월호 표지에 등장한 첫 운명의 날 시계를 디자인한 마르틸 랑스도르프는 첫 분침을 ‘자정 7분 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보기에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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