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 겪은 ‘카노사의 굴욕’ 약이 될까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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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화재가 난 충남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찍은 <위 사진> 을 보고 바로 떠오른 것은 '카노사의 굴욕(Humiliation of Canossa)'이었다. 위>
윤석열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만남을 앞두고 그가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하며 외롭게 기다리는 모습에서 950여 년 전 이탈리아 북부 카노사 성에서 발생한 사건이 오버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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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 황제가 교황 권위에 도전하다가 찍혀서 황제가 교황 거처까지 찾아가 용서를 빌고 관계를 회복한 일이다. 시기는 1077년 1월로 그 때도 눈발이 흩날리는 한겨울이었다. 신성로마제국(현 독일) 황제인 하인리히 4세(Heinrich IV)는 제국 내 성직자 임명권이 저멀리 이탈리아에 있는 교황에게 있지 않고 황제에 속한 권한이라며 맞섰다가 바로 꼬리를 내렸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Gregorius VI)가 황제를 기독교 교단에서 즉시 파문해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파문은 절대 세계였던 기독교계에서 배제되는 매우 두려운 조치였다. 황제가 믿었던 제국 내 영주들마저 교황 편으로 돌아서자 게임은 끝났다. 하인리히 4세는 교황한테 용서를 구하러 험준한 알프스를 넘어 거지꼴이 돼서 카노사에 숨어있던 교황을 찾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전 비서실장을 통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는 한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옹호하는 등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외부에서는 윤(尹)-한(韓) 갈등이 권력다툼으로 비춰지면서 한 위원장이 홀로서기를 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선거로 뽑힌 대통령의 자리는 여당 수장이 넘어설 만한 게 아니다. 한 위원장도 이를 알기에 서천 시장을 먼저 찾아가 한파와 눈발 속에서 오만가지 상념에 잠긴 채 윤 대통령을 기다렸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고뇌에 휩싸였던 하인리히 4세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하인리히 4세는 카노사의 굴욕을 겪었지만 그게 약이 돼서 스스로 힘을 길러 교황 권력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 정치도 카노사의 굴욕 이후처럼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위원장한테는 정계 입문 후 처음 겪은 이번 시련과 굴욕이 향후 정치 활동에 약이 될 것이다. 다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윤한 간에 2·3차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했다. 만일 그게 맞다면 그 때는 누가 웃게 될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국민의힘도 2·3차 갈등이 재현되면 총선 승리는 끝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이 대표 희망대로 흘러가진 않을 것 같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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