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최영준, 진심을 다했기에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하나의 얼굴에 수많은 감정을 표현한다. 똑같은 얼굴 없이 매 캐릭터마다 새로운 결을 보여준다. 연기를 수행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는 배우 최영준의 이야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극본 강은경·연출 정동윤)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최영준은 극 중 의학부 출신 군인이자 생체 실험을 통해 크리처를 탄생시킨 가토 중좌를 연기했다. 괴물에 대한 집착, 광기, 소름 돋는 탐욕을 열연해 호평받았다.
"안 해봤던 캐릭터라 너무 좋은 기회였다"는 최영준이다. 그는 "감독님이 먼저 불러주셔서 출연하게 됐고,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히 해주셨다.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지점이 있더라. 하면 재밌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경성크리처' 속엔 조선인에게 생체 실험한 731부대의 만행이 다뤄졌다. 가토 중좌는 그 중심에 있는 빌런 캐릭터였다. 최영준은 "제가 그렸던 이미지는 체재가 중요한 사람이 아닌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따로 악역이라 생각하고 연기하진 않았다. 가토 중좌를 자기 일을 충실히 하는 성실한 사람으로 해석했다"고 얘기했다.
인물 자체에만 집중했다는 최영준은 엘리트다운 비주얼도 보여줬다. 그는 "감독님이 원하셨다. 군복을 입고 있지만 의사다. 우아함이 있어야 한다고 이해했다. 처음엔 그 이미지에 접근하는 게 쉬웠는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니 고충이 있었다. 처음 이런 역할을 하다보니까 아주 미세한 차이임에도 조율이 많았다. 꽤 오래 시간 맞췄던 것 같다. 6~7부 찍을 때쯤 되면서 가토 중좌에 맞춰진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체중 감량 고충도 있었다. 최영준은 "8일동안 굶어 7kg를 감량했다. 57kg를 1년동안 유지하는데 너무 힘들었었다"며 "예민한 성격의 인물이기 때문에 화면을 보니 잘했다 싶었다"고 웃었다.
가토 중좌는 괴물 세이신에 대해 광기 어린 집착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여신"이라 칭하는 광기는 소름을 유발했다.
최영준은 괴물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을까. 그는 "공상과학 같은 생각을 했다. 나약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치로가 무기화 시키자 할 때는 싫어하지 않나. 가토가 만들어낸 피조물이지 이걸로 전쟁을 할 생각은 없다고 생각한다. 신인류가 될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혹여 내가 죽더라도 나약한 인간이 죽고 새로운 인류가 태어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자라온 전사 없이 이렇게 되버린 인간, 좋지 않는 말로가 된다.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실제 괴물을 보지 않고 연기하는 과정도 어려웠다고 한다. 최영준은 "정확한 이미지를 잘 모르니까 얼마만큼의 크기인지, 낯설지 모르니 어려웠다. 일본어 만큼 어려웠다. 분량이 길지 않았어도 괴물을 보고 도망가고, 붙잡고 협박하는 것들이 색다른 경험이면서도 현타가 오기도 했다. 마블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처음 해보는 캐릭터였지만, 최영준은 가토 중좌가 가진 내면적 면모, 처한 상황에 최대한 몰입하며 녹아들었다.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최영준은 "성실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며 "마지막에 가토가 나진 갖고 자빠질 때 기억에 남는다. 재밌었다. 스턴트맨이 먼저 넘어지고 제가 일어나는 걸로 하기로 했는데 느낌이 잘 안 살아서 제가 다 했다. 얘도 어쩔 수 없이 인간이다. 살려고 하는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가토가 도망치는 와중에도 나진이 든 아기를 꺼내는 장면에 대해서도 "감독님에게도 이거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을 거라해서 촬영을 했는데 그 모습이 가토다. 나의 일거리가 보이면 여건이 어떻든 수행하는 면이 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2에서도 가토의 활약이 있을까. 시즌 1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가토가 마에다에게 찻잔을 건네는 장면이 클로즈업된 바 있다. 최영준은 "가토가 차를 주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지켜 볼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차를 주고 가토는 자리를 뜨는데 앞으로 시즌 2에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지 모르니,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웃었다.
최영준은 '경성크리처'뿐만 아니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우리들의 블루스' 등 다양한 작품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최영준은 "많은 사람으로 연기할 수 있고, 새로운 얼굴이라 봐주시는 점은 감사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 조금 '최영준이다' 싶은게 있은데. 잘 못 알아 보시기도 하더라. 사실 이것도 재미이긴 하다. 실생활에서도 저를 아는 분들도 절 잘 못 알아본다"고 해 웃음을 안겼다.
작품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꾸준히 활약 중인 그다. 최영준은 지치지 않고 열일 중인 원동력에 대해 "공연을 딱 1년 쉬어봤다. 누가 '공연을 왜 하냐'고 물어보더라. 전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지 졌다고 생각하면 잘 못산다. 공연할 때는 유명하고 일이 끊이질 않는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사실 한풀이하는 게 있다. 한풀이가 끝났나 싶은데 아니었다. 거기서 받았어야 할 평가를 못 받고 넘어온 것 같아 미련이 있다"며 "미련과 승부욕, 열등감이 원동력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오늘까지만 듣고 내일은 잊어버야한다는 게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금방 금방 다른 것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영준은 앞으로도 수많은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을 오래하려면 직업에 대해 큰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감정은 없었으면 좋겠다 싶다. 얼굴을 바꾼다기보다는 내가 이 만큼 못 될 수 있나, 비련해질 수 있나다. 몰랐던 감정을 찾아가다보니 새로운 얼굴이 나오는 거 같다. 수행하는 느낌"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이 직업을 오래하고 싶어요. 20~30대는 실패의 기억 밖에 없어요. 운이 없어서가 아니였더라구요. 끈기가 없었고, 일을 사랑하지 않았던 거에요. 이후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그만둘 수 없는 장치, 모르는 감정,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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