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비용, 또 역대 최고치…전통시장 ‘비교적 저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설 명절을 3주 앞두고 전국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평균 비용이 전통시장의 경우 28만1천500원, 대형마트의 경우 38만580원이라고 24일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8.9%(전통시장), 5.8%(대형마트) 상승한 수준으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35.2% 높았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을 방어했던 효자 품목들에서 반전이 있었다.
차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류와 견과류, 채소류는 지난해 가격이 내렸으나 올해는 20% 넘게 오르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과일류는 재작년부터 2년간 재배면적이 늘고 생육 환경이 좋아 저렴하게 형성된 가격이 이어졌는데, 올해는 품종별 주요 생산 시기에 잦은 강우와 각종 병해충, 냉해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견과류 또한 지난해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작년에 작황이 좋아 출하량이 크게 늘어 가격이 내렸던 견과류는, 올해 작황 부진이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전 품목 가격이 올랐다.
나물류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채소류는 최근 들이닥친 강력한 한파로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특히 김장철 이후 수요가 감소하고 안정적인 기후에 공급량이 늘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던 대파와 배추는 최근 강추위와 더불어 우박 등 기상이변으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수산물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수 품목이 전년 대비 가격 변동이 없으나, 수입 물량과 단가 영향을 받는 중국산 조기와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급감한 다시마는 2년 연속 가격이 올랐다.
매년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던 축산물 가격은 올해 더욱 올랐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이후 오른 사룟값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축사 관리 및 유통 비용 증가 등으로 생산비용이 높아진 것이 고물가 현상을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닭고기는 가격 변동이 없었으나, 향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상황에 맞춰 가격 추이가 달라질 전망이다.
또한 원부자재와 인건비 상승 영향을 받은 과자류와 지난해 가격이 크게 내렸던 쌀 가격이 다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쌀은 지난 추수철,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치를 기록할 만큼 벼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악천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탓에 햅쌀 가격이 오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공산품 중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은 내렸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1차 가공식품인 밀가루나 식용유 등에 영향을 미쳤는데, 공급이 안정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차례상 비용이 최고를 찍자, 정부는 설 민생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25.7만톤)로 공급하고, 과일류 등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도입했다.
정부 할인지원율도 최초로 30%까지 상향 조정함은 물론, 농·축·수산물 할인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역대 최대 규모(840억원)로 지원한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보통 그 해 작황에 따라 품목별로 가격이 오르내리기 마련인데, 올해는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이례적으로 품목 전체가 오른 양상”이라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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