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시는 거예요…” 영웅들 비밀번호 7797, 김혜성마저 떠나면 ‘진짜 시험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폼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시는 거예요.”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최근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에 샌프란시스코 입단 과정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보여줘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 이정후는 자연스럽게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키움 지도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당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 이정후는 “내야수였는데 프로에 갈 때 걱정이 많았다. 휘문고등학교에 다닐 때 같이 뛰었던 형들 있잖아요. 그 형들이 ‘프로 오면 폼도 바꾸게 하고, 니거 고등학교 때 했던 것들 다 바뀐다고. 그래서 와 그렇겠구나’ 그랬다”라고 했다.
어린 이정후는 놀랐다. “처음으로 마무리캠프에 갔는데 폼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 하시는 거예요 코치님들이. 강병식 코치님(SSG 랜더스)이랑 배팅치고, 배팅 친 영상을 갖고 면담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 이제 나 폼 고치려고 하나 보다’ 이런 시간인 줄 알았어요”라고 했다.
반전이 있었다. 강병식 코치는 “아 너무 좋다, 너무 좋으니까 폼 바꾸려고 하지 말고 지금처럼 치면 넌 무조건 잘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그렇게 말씀하셔서 놀랐다. 폼 바뀌는 줄 알고 올라갔거든요. 바뀌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편한 상태에서 편한 폼으로 치게 해준 거니까”라고 했다.
요즘 대부분 구단이 신인들, 저연차의 폼을 쉽게 건드리지 않는다. 너무 망가져 있으면 당연히 공사(?)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 좋지 않다면 드래프트에서 애당초 뽑지도 않았을 것이다. 일단 프로에 들어온 신인들, 상위라운드라면 프로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들이다. 지도자들은 우선 폼을 지켜본 뒤 데이터와 함께 선수와 대화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거친다. 이게 일반적이다.
단, 키움은 2010년대 중반부터 그런 문화가 정착된 상태였다. 상당히 좋은 문화다. 그래서일까. 실제 키움은 2010년대 중~후반까지 타격의 팀이었다. 창단 때부터 신인들을 잘 뽑았고, 그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무한 경쟁 시키니, 젊음의 팀, 특히 타격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런 키움의 타격이 기운 건 2020년대 들어서다. 강정호가 떠났고, 박병호도 메이저리그에 다녀왔고, 해당 시즌부터 부진이 깊어졌다. 외국인타자는 2019년 제리 샌즈 이후 계속 신통치 않았다. 그나마 팀 타선을 지탱하던 김하성마저 2020시즌을 끝으로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이정후와 아이들’ 체제가 됐다.
실제 키움의 지난 4년간 팀 타율은 2019년 1위(0.282)서 2020년부터 7위(0.269)-7위(0.259)-9위(0.252)-7위(0.261)였다. 이정후가 하드캐리 했고, 김혜성이 성장했고, 근래 야시엘 푸이그나 돌아온 에디슨 러셀, 에릭 도슨 등 외국인타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팀 타율을 비롯해 각종 대부분 타격 지표가 수년째 중~하위권이다. 결국 이정후, 김혜성 다음 세대의 기량이 안 올라온다는 방증이다. 키움이 여전히 신인들을 못 뽑는 게 아닌데 타격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해선 다각도로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그 사이 오랫동안 타격을 이끌던 코치는 이적했다.
이정후 말대로 신인들에게 폼을 바꾸게 하지 않는 문화는 좋다. 홍원기 감독은 그 어떤 사령탑보다 가능성 있는 저연차의 과감한 기용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채워지지 않는 뭔가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정후는 떠났고, 올 시즌이 끝나면 김혜성도 떠난다. 차세대 기수로 이주형, 김휘집, 김동헌 등이 꼽힌다. 이들의 성장에 키움 타격의 미래가 걸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들과 경합할 수 있는 더 많은 선수가 튀어나와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7797의 비밀, 올 시즌에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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