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가구 박람회, 쾰른 가구 박람회 트렌드 리포트

서울문화사 2024. 1.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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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통틀어 가장 먼저 열리는 리빙 페어, 쾰른 가구 박람회(IMM). 독일 최대 인테리어 비즈니스 행사인 그곳에서 대혜건축 권혜리 대표가 2024년 트렌드 현주소와 쾰른 페어 관전 포인트를 직접 전한다.

쾰른 가구 박람회(IMM)는 쾰른메세에서 열린다. ‘왜 독일 최대 박람회를 수도인 베를린이 아닌 이곳에서 개최할까?’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검색해본 적이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니 쾰른메세는 독일 최대 전시장으로 1924년 오픈했고, 그 최초 계획은 1910년 독일제국의 빌헬름 2세가 세웠다고 한다. 100년 전부터 최대 전시장을 운영해온 덕분인지, 독일 사람들의 성실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전시 내용은 물론이고 부스 운영 노하우나 신진 디자이너 지원 사업 등 그 어느 하나도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폭넓은 네트워킹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이벤트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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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 가구 박람회에서 가장 부러웠던 신진 디자이너 지원 사업은 ‘퓨어 탤런트 콘테스트(Pure Talents Contest)’. 순수 인재 공모전이라 해석할 수 있다. ‘공간이 제한된 도시의 생활과 주거’, ‘순환 사회에서의 생활과 주거’, ‘사회적 위치·메시지·콘셉트로서의 생활과 주거’ 분야에서 미래의 과제를 연구한 결과를 공개한다. 에밀 뢰버와 조피아 라이센베버, 프리드리히 게를라흐가 협업한 이동형 사우나 작품이 1등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첫날 박람회장을 찾았을 때 어찌나 순수 인재 공모전에 관심이 높은지 1등을 한 이동형 사우나 작품의 사진을 찍기 위해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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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운영사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점은 가이드 투어. 오전 11시와 오후 2시 30분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장소에 모이면 가이드가 전시장을 돌며 브리핑을 해준다. 독일어를 잘 알았다면 그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프랑스어인지라 부럽게 바라만 보았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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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장은 총 11개 홀과 쾰른메세 길 건너편 호텔 뒤에 위치한 디자인포스트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이번 박람회에는 주방 가구가 참여하지 않아 8개 공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1번부터 11번까지 모든 홀의 중심에는 서클 카페, 즉 동그란 식음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박람회장에서 취합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정리하고, 일행을 만나기 좋은 공간이라서 자주 이용했다. 심지어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전기가 지원되는 가구들이 마련돼 불나는 발바닥을 식혀가며 방전되기 직전의 휴대폰도 충전할 수 있어 유용했던 공간. 또한 이곳은 6명의 건축가를 차례로 초청해 라이브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관심 있는 건축가의 세션이 예정된 시간에 다른 일정이 있어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전시장에서 그 건축가들의 작업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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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홀은 중국관으로 따로 분류돼 있어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어떤 제품이 주로 있을지 궁금했던 곳. 실제로 둘러보니 전시장 내 모든 홀에 중국 제품 또는 중국과 협업 관계가 있는 기업의 부스가 있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한국과 같은 마감재를 가지고 만든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고품질의 가구와 유럽 제품들 속에서 자주 보았던 조명이 전시돼 있어 적잖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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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질감의 패브릭 소파와 안전하게 모서리가 라운딩 형태로 처리된 가구들이 주요 브랜드에서 대부분 출시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집에 있는 매끈한 소파 대신 신제품으로 바꿔볼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행복한 순간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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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대표 가구 박람회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가구뿐만 아니라 조명과 신소재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쾰른 가구 박람회의 장점.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디자인 포스트에 전시돼 있던 코르크 소재. 오래전부터 코르크는 합판에 부착해 바닥재로도 만들고, 벽 마감 재료로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코르크를 잘게 만들어 테라조로 생산한 제품을 선보인 것. 박람회장에서 만난 외국 디자이너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상 깊었던 점은 그들에게 재생과 지속 가능성이란 단어는 더 이상 특별한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다음 세대를 위해 의무적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동일한 시대를 사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 그 시사하는 바의 무게가 느껴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권혜리 @hyeree_kwon

인테리어 디자이너 권혜리 @hyeree_kwon

대혜건축 신사업개발본부 대표. 6년간 이탈리아에서 건축&가구 디자인을 공부하고, 16년째 인테리어 전문 회사 대혜건축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이끌며 맹활약 중이다. 대혜건축은 2010년부터 삼성 래미안 설계사로 등록돼 아파트 설계에 특화된 팀이 별도로 있고, 에테르노 청담 등 고급 주거 공간에 탁월한 노하우를 가진 대표 기업. 2년 전부터 유한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인테리어 전문가다.

에디터 : 서지아 | 글 : 권혜리(인테리어 디자이너) | 사진 : 권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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