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이제 헝가리만 남아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1.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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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의회 외교위원장(가운데)이 26일(현지 시각) 앙카라에서 외교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외교위는 이날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연합뉴스

스웨덴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식 회원국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튀르키예 의회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를 비준했다. 스웨덴이 2022년 5월 핀란드와 함께 가입 신청서를 낸 지 1년 8개월 만이다. 이로써 스웨덴은 헝가리 의회의 동의만 받으면 나토 정회원국이 된다. 나토 회원국이 되려면 기존 회원국 전체의 가입 의정서 비준이 필요하다. 스웨덴이 가입 신청을 할 당시 나토 회원국은 총 30국으로, 튀르키예와 헝가리를 제외한 다른 나라는 일찌감치 동의 절차를 마쳤다.

튀르키예 의회는 이날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의 주도하에 찬성 287표, 반대 55표의 큰 표 차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3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의정서에 서명하고 이를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의회 외교위원회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비준안의 본회의 상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결국 2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26일에야 통과시켰고, 또 한 달가량 지난 이날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래픽=백형선

튀르키예는 당초 “핀란드와 스웨덴이 ‘테러리스트 조직’을 후원해 우리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모두 반대했다. 스웨덴·핀란드는 튀르키예 출신 난민들의 정치적 망명을 대거 수용해왔고, 이 중엔 쿠르드족 분리 독립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및 2016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시도와 연관된 인물들이 있었다. 두 나라는 이에 PKK 관련자의 자국 내 활동을 제한하고, 범죄자 인도 요청이 된 인물 중 일부를 튀르키예로 송환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튀르키예는 그러나 지난해 4월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동의한 뒤에도 스웨덴에 대해서는 스웨덴 내 반(反)튀르키예 및 반이슬람 시위 등을 문제 삼으며 계속 어깃장을 놨다. 국제 사회에선 “시위는 구실이고, 실제론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과 미국산 F-16 전투기 구매를 위해 스웨덴을 지렛대 삼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결국 지난해 7월이 되어서야 “10월 의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적극 지원키로 선언하고, 미국이 튀르키예의 전투기 구매 문제를 해결해 주기로 하면서다. 튀르키예는 현재 미국 의회의 F-16 전투기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스웨덴은 이제 헝가리 의회의 동의만 얻으면 나토 헌장 5조에 의거한 ‘집단 방위’의 혜택을 받는 정회원국이 된다. 다만 확연한 친(親)러 성향을 보여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마지막 장애물이다. 헝가리는 지난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 때는 튀르키예보다 사흘 먼저 가입 의정서 비준을 하는 등 ‘대세’에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스웨덴이 2019년 중등학교 교육 자료 영상에서 헝가리를 ‘민주주의가 침해되는 나라’로 묘사했다”며 돌연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입장을 내놨다. 오르반 총리는 또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선 총 500억유로(약 73조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채택도 반대하며 연일 서방 동맹에 반기를 들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와 독일 주간 슈피겔 등은 이를 놓고 “오르반이 나토 확장을 반대하는 러시아의 눈치를 보는 듯하지만, 실은 EU 지원금을 모두 받아내려 튀르키예의 선례를 따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U는 오르반 정부의 사법 독립 침해와 언론 탄압 등 비민주적 행위를 이유로 헝가리에 배정된 총 300억유로(약 44조원)의 경제 지원금 지급을 수년째 동결해왔다. 이 중 102억유로는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 개시를 용인한 대가로 지난달 동결 해제된 상태다.

이제 남은 198억유로를 모두 받아내려 오르반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는 것이 서유럽 주요 매체들의 시각이다. 그는 튀르키예 의회의 스웨덴 나토 가입 동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하자”며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를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공식 초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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