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6·25 이후 가장 위험한” 이때, 1위로 귀환한 트럼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 “향후 12개월 안에 두 후보 중 한 명이라도 실수하면 대선이 결정되고 전 세계가 뒤집힐 수 있다”며 2024년 전 세계에 가장 큰 위험(biggest danger)으로 트럼프를 꼽았다.
이변은 없었다
‘로이터’ 통신은 "1988년 밥 돌이 기록한 기존 최대 격차인 12.8%p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과거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 않는 성향을 보였다. 특히 2016년 당시 공화당 테드 크루즈 후보가 1위(27.6%), 트럼프가 2위(24.3%)를 기록했기 때문에 이번 당원대회는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아이오와주 경선이 트럼프에게 더 큰 환희를 가져온 이유다. 경선 직후 트럼프는 "우리는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통합의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공화당원 혹은 일부 보수층에서는 니키 헤일리를 띄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12월 25일 정치 전문매체 '더 힐’이 최근 실시된 508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헤일리가 트럼프보다 좋은 성적을 보이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와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 대결에서는 42.9%와 39.4%의 지지율로 헤일리가 바이든을 3.5%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와 바이든 가상 대결에서는 1.9%p 격차로 트럼프가 우위였다.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이 뉴햄프셔주 공화당 경선 참여 예상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33%, 헤일리는 29%로 나타난 바 있다(12월 21일 기준). '예측 불허 트럼프’의 귀환을 우려한 일부 공화당 및 보수층이 대안으로 니키 헤일리를 주목하고 돈도 쏟아부었지만 이변은 없었다.
미국 매체들은 1월 23일 개최되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가 다시 압승을 거둘 경우 그가 목표했던 '슈퍼 화요일’(3월 5일) 이전에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확정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때 트럼프를 대체할 강력한 후보로 주목받았던, 동시에 '제2의 트럼프’로도 불렸던 디샌티스는 2위를 유지하며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는 '2위 무시, 1위 때리기 전략’을 유지하며 극적인 반전을 노릴 것으로 여겨진다. 헤일리는 트럼프를 ‘깡패’ '거짓말쟁이’로 묘사하는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트럼프가 정말 귀환한다면?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 그중 특히 백인·남성·노동자 계층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트럼프는 이들의 힘으로 2016년 대선에서 믿기 어려운 승리를 거뒀고 그의 인기는 여전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트럼프에게 표를 줬던 핵심 지지층은 2024년 현재도 여전히 그를 원하고, 특히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지지까지 오르고 있다.‘뉴욕타임스’는 1월 14일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공화당을 도널드 트럼프에게 넘겨줬고 이제는 대학 교육을 받은 보수주의자들마저 그를 지지한다"고 썼다. 신문은 "점점 블루칼라 정당으로 변해가는 공화당에서 종종 간과되는 대학 학위를 가진 유권자들은 낙태, 외교정책, 문화 이슈를 둘러싼 공화당 냉전의 핵심에 남아 있다"면서도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이 유권자들이 조용히 당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놀라운 정치적 회복에 힘을 실어줬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4건의 형사 사건에서 91건의 중범죄 혐의가 연달아 제기된 것과 맞물려 주목할 만한 반전"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축포를 터트리는 동안 가장 초조한 건 역시 바이든이다. 1월 14일 미국 ABC 방송이 여론 조사 기관 입소스와 지난 4~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지지 응답은 33%에 그치면서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9월 같은 조사보다 지지율이 4%p 하락한 수치이자 ABC 조사 기준 취임 후 최저치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2022년 최고 9.1%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12월 3.4%까지 급격히 감소했고 실업률도 3.7%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바이든은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느끼는 경제 체감 지수, 바이든에 대한 비호감, 외교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결과적으로 트럼프에게는 득이 되는 상황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누가 덜 나쁜가’ 혹은 '어느 쪽이 덜 싫은가’ 싸움이다.
트럼프가 첫 번째 승리를 거둔 그날, 건너편 영국에서 세계 분쟁 증가에 대해 깊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랜트 ㅤㅅㅒㅂ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1월 15일 공개 연설에서 "5년 내 우리는 러시아, 이란, 북한을 포함하는 여러 분쟁 현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냉전 종식 이후 누렸던 평화의 시기가 가고 다시 분쟁의 시기가 올 것이라 우려하며 "포스트 워(post war) 시대에서 프리 워(pre war)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전선이 새로 그어지고, 세계 질서의 기초가 근원부터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유럽에 생명과 재산을 할애하는 것은 나쁜 거래라고 판단한다"면서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가 당선되면 현재 진행 중인 2개의 전쟁, 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큰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유럽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 중 하나다. 재임 중 트럼프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워’에서 '프리 워’로
"한반도 정세가 1950년 6월 초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며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위험은 이미 북한의 '도발’을 워싱턴과 서울, 도쿄에서 일상적으로 경고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다시 말해 작년 초부터 북한 매체에 등장한 전쟁 준비 테마는 북한의 전형적인 허풍(typical bluster)으로 볼 수 없다."
전 세계 곳곳의 분쟁 증가, 특히 동북아와 한반도 내에 급박한 사태 발생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쳐온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됐을 때,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쟁에 개입하고 문제를 해결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처럼) 확실한 의지를 가져도 끝내기 어려운 게 전쟁이다. "우리에게 돈 안 되는 분쟁에 왜 세금을 쓰고 미군을 보내느냐"는 생각을 여과 없이, 수차례 밝혀온 트럼프가 2.0시대를 시작한다면 이는 한반도 문제와도 직결된다. 트럼프가 온다. 세계는 숨죽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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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뉴시스
이승원 국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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