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라미란 표 소시민이 해냈다 [무비뷰]

서지현 기자 2024. 1. 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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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덕희 리뷰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담았다. 코미디보단 현실의 갑갑함에 초점을 맞춘 '시민덕희'다.

'시민덕희'(연출 박영주·제작 씨제스스튜디오)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추적극이다.

영화는 보이스피싱 조직원 이른바 '손대리'에게 사기를 당한 평범한 시민 김덕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탁소 화재 사고로 거처를 잃어 절박해진 김덕희는 손대리의 꾐에 넘어가 전재산은 물론, 사채까지 대출받아 돈을 송금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기였다. 뒤늦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김덕희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생때같은 두 아이가 있어 무너질 수 없었다.

같은 시각, 보이스피싱범이자 해외 고액 알바 사기 피해자인 재민은 조직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이어 김덕희에게 다시 전화를 건 재민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제보한다.

이미 모든 걸 잃어 절박해진 김덕희는 재민의 전화를 토대로 친구 봉림(염혜란), 숙자(장윤주), 봉림의 동생 애림(안은진)과 함께 중국 칭다오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무생)을 찾아 나선다.

과연 김덕희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검거에 성공하고, 평범한 일상을 찾을 수 있을까.

시민덕희 리뷰 / 사진=쇼박스 제공


작품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지난 2016년 경기도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보이스피싱 피해자 김성자 씨는 당시 총책을 비롯한 조직 전체를 검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성자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민덕희'는 평범한 소시민 김덕희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평범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 직접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기까지, 간절함과 절박함이 스크린을 타고 고스란히 넘어온다.

이 과정에서 김덕희는 자신과 같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입을 모아 내뱉는 말은 "내가 바보 같아서" "주변에 차마 알릴 수 없었다" 등이다. 김덕희는 그런 피해자들에게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를 전한다. 단순히 보이스피싱범들을 잡는 통쾌한 권선징악물이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전하는 용기의 메시지와 성장기를 담은 것이다.

김덕희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묵직하게 그려진다. 배우 라미란이 가진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기대하고 본다면, 가슴이 무거워질 수 있다. 라미란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시민덕희'를 그려낸다.

극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이들은 김덕희를 돕는 조력자들이다. 이른바 '팀 덕희' 혹은 '덕벤져스'로 불리는 봉림, 숙자, 애림은 김덕희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중국행을 망설이는 김덕희의 등을 떠밀어주고, 그가 총책을 앞두고 물러서지 않게 하는 용기가 된다. 이들이 보여주는 티키타카 '케미'는 극의 무게를 덜어주고, 웃음 포인트가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오가는 재민 역의 공명도 몫을 더한다. 누구보다 달콤하게 피해자들을 유혹하면서도, 전화를 끊은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두 얼굴을 가진 재민 역을 그려냈다. 보이스피싱 총책 역을 맡은 배우 이무생은 등장만으로도 위압감을 준다. 김덕희를 위협하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잔혹하다.

'시민덕희'는 마냥 유쾌, 상쾌, 통쾌한 전개를 보여주지 않는다. 때론 답답하고, 때론 분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서로에게 전하는 용기'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전하고, 이미 아픔을 겪은 이들에겐 위로를 안긴다.

다만 칭다오로 떠나기까지 이야기가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이다가 등장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린다. 엄청난 극적 반전은 없다. 그럼에도 결말 속 덕희의 모습을 기다릴만하다.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은 114분이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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