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출신 안돼" DGB금융, 은행장 출신 회장 후보 경합할까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 조항에 '은행맨' 힘 실려
3월 주총 고려하면 2월말까지 후보 확정 '급박'
DG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롱리스트 후보군을 선정하면서 김태오 회장 후임 선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체적인 롱리스트 후보군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은행장 출신들이 유력 후보로 경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최근 차기 회장 롱리스트 후보군을 확정했다. 지난 9월 회추위를 가동한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해 연말에 롱리스트를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김 회장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다소 지체된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은 후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롱리스트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벌써부터 은행권에 오래 몸을 담아 왔던 잔뼈 굵은 후보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경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타 금융지주들의 회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는 외부인사가 다크호스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특히 당국에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쏟아내면서 '관 출신' 외부 인사가 후보군에 등장할지 여부에 특히 관심이 쏠렸다.
반면, DGB금융 회추위는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회장 후보 자격을 '금융기관 20년 이상 종사자'로 명시하면서 관 출신이 낙하산으로 올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추위는 지난 2020년 회장 후보 자격으로 지정한 '금융권 20년 이상 종사자'라는 조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금융권'이란 표현을 '금융기관'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금융회사 출신들로 후보군을 좁힌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은행장' 황병우, '농협맨' 이경섭 2파전?
이번 DGB금융 회장 선거에는 은행 및 은행계열 금융사에 입행해 30년 가까이 몸을 담은 '은행맨'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내부 출신 중에서는 황병우 현 대구은행장이, 외부 출신 후보로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이 '2파전'을 치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 행장은 1998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DGB금융과 대구은행에서 27년 가까이 일했다. 대구은행 DGB경영컨설팅센터장, 기업경영컨설팅센터장, 본리동지점장 등을 거친 황 행장은 2018년 김태오 DGB금융 회장 취임 이후 그룹 비서실장으로 이동해 그룹의 여러 요직을 거쳤다.
황 행장이 지난 2023년 1월 대구은행장에 올라 임기를 1년밖에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그러나 과거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과 그룹 회장을 겸임한 적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황 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이 적지 않단 평가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그룹 내 중차대한 과제라는 측면에서도 황 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점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업무 연속성을 고려할 때 황 행장이 DGB금융 회장으로 이동하거나 은행장 겸직을 하면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및 그 이후의 안착 과제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은 지난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장까지 역임한 '농협맨'이다. 외부 출신 후보군이지만, 지난 2004년 농협은행 구미중앙지점장을 거치는 등 지역 은행에서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8년 DGB금융 회장 선임 당시 숏리스트에 올라 김태오 회장과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DGB금융 회장 선임에서는 '재수생'인 셈이다.
당시 농협은행이 지역에서 대구은행과 치열한 경쟁 관계였다는 점이 회자되기도 했지만, 농협지주 부사장 당시 옛 우리투자증권 인수 과정에서 우리아비바생명을 DGB금융에 매각하면서 인연를 맺기도 했다.
주총까지 2개월…급박한 일정 괜찮을까
김 회장이 3월 말에 임기를 마치는 점을 감안하면 DGB금융은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DGB금융은 자료를 통해 2월 중 2차 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주총 일정 등을 고려하면 2월 초에는 숏리스트를 발표 이후 3~4주 간의 검증 일정을 거쳐 2월 말에서 늦어도 3월 초에는 최종 후보가 확정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총 결의안건은 3월 말에 있는 주총 2주 전까지 주주들에게 통지가 돼야 한다"며 "송달 기간 등을 감안하면 2월 말에는 최종 후보자 추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면서 CEO 선임과 관련해 최소 임기만료 3개월 전부터 '충분한 시간'을 부여할 것을 요구한 것을 고려하면 길지 않은 시간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DGB금융이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이후 첫 CEO선임을 진행하는 만큼 부담감이 클 것"이라면서도 "주총 일정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회장 선임과 관련한 원칙이나 일정 등을 바꾸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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