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어느 시댄데" 적금 트렌드 달라졌다…'한달 적금' 흥행몰이
재미·성취감 더해 인뱅 적금 인기…"MZ 트렌드에 흥행"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출시 11일 만에 100만좌 달성"
인터넷은행 대표주자 '카카오뱅크(323410)'가 출시한 '한 달 적금' 상품의 기록이다. '적금'이라는 단어와 '한 달'이라는 단어 조합에 적응도 하기 전 카카오뱅크는 100만명의 선택을 받았다.
적금 시장에 '초단기' 열풍을 일으킨 한 달 적금의 시작은 해묵은 법 개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MZ세대 트렌드에 규정도 바뀌었다
지난 2022년 10월 한국은행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낡은 금융 규제를 개선하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정기적금 최단만기는 6개월로 규정돼 있었다. 단기 금융 상품을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수요에 인터넷 전문은행들 중심으로 금융권은 단기 상품을 내고 싶었지만 규정으로 인해 최소 6개월짜리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적금 최단만기를 정해 놓은 한국은행 규정이 시대에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관련 규정은 1997년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당시 목돈을 마련하려면 최소 6개월 정도 적금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서 관련 규정이 포함됐다는 입장이었다.
김 의원은 "최근 소비자들이 예금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하자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하며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에 투자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6개월 이상으로 규정된 정기적금 최단만기 규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변화에 한국은행도 개정 필요성에 동의했다. 같은해 '금융기관의 여수신 이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예고했다. 해당 개정안 시행일은 은행 회계·전산화 작업, 한은의 통계 편제 변경 등에 시간이 필요해 지난해 4월1일로 정했다.
◇시중은행, 한 달 적금 본격 출시…정작 반응은 '미지근'
규정이 개정되자 시중은행들은 초단기 상품들을 쏟아냈다. 먼저 지난해 4월 KB국민은행은 가입자 선택에 따라 1개월 만기도 가능한 초단기 금융상품 'KB 특별(★)한 적금'을 내놓았다. 최소 1개월에서 최대 6개월 동안 가입 가능하다. 월 1000원부터 30만원까지 저축이 가능하다. 당시 기본금리 2%, 최고금리 6%를 제공했다.
8월에는 우리은행도 'N일적금'을 선보였다. 31일·100일·200일 가입 기간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매일 1000원~3만원 이하로 선택해 금액을 적립할 수 있다. 기본금리는 2%였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미약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소비자 유인 역할이 큰 상품이었다"며 "그러나 저축 금액 한도가 일반 적금보다는 작다는 점 등으로 가입으로까지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재미·성취감까지 더 했다"…인터넷은행 초단기 적금 '훨훨'
인터넷은행 반응은 달랐다. 카카오뱅크는 같은해 10월 한 달 적금을 내놓았다. 기본 금리 연 2.5%에 매일 적금을 납입할 때마다 우대금리 연 0.1%p를 제공했다.
5회·10회 적립 시 각 연 0.2%p를 제공하고 15회·20회 적립 시 연 0.3%, 25회 적립 시 연 0.5%p, 31회 적립시 연 0.9%p를 제공해 최대 6회 보너스 우대금리 최대 2.4%p 제공했다. 최고 연 8%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미도 가미했다. 매일 입금하면 저축을 응원하는 '춘식이'도 만나볼 수 있다. 또 31일 적금 만기를 채울 경우 펜트하우스가 31층 여는 등 적금 만기 시 소비자 성취감에도 신경을 썼다.
이같은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를 사로잡는데 적중했다. 카카오뱅크는 출시 이후 약 11일 만에 100만 계좌 달성이라는 성과를 냈다. 출시 약 2일 만인 25일 누적 30만좌를 넘어선 뒤 29일 70만좌 돌파 등 꾸준히 계좌 개설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주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3%대로 하락하면서 대기 투자금이 늘자 단기에 이자를 받으려는 수요도 한 달 적금에 몰리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소액이나마 하루 동안 절약한 금액을 입금하는 MZ세대 절약 트렌드를 반영해 설계해 인기를 끌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 적금은 인터넷은행 중심으로 시그니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지속해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smk503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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