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서울가스 SG증권발 폭락 직전 내다 판 5촌조카들, 누구?
오너 김영민, 호기 놓칠세라 2% 457억 매각
기막힌 타이밍…종제수 등 4명도 138억 챙겨
작년 4월24일, 주식시장에 전대미문의 ‘쇼크’가 덮쳤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매물 폭탄’이 쏟아지며 8개 종목이 하한가로 내리 꽂혔다. 4일간 시가총액 8조2000억원이 증발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다. 주가조작 의혹으로 번지며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왔다.
삼천리, 대성홀딩스,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선광과 더불어 서울도시가스가 여기에 휩쓸렸다. 와중에 SCG의 오너 김영민(79) 회장은 물론 ‘사돈의 팔촌’, 형제사(社)까지 주가 급락 전(前) 주식을 대거 처분해 한 몫 단단히 챙긴 것으로 드러나 말 들이 많았다.
서울가스, 실적과 따로 놀았던 주가
서울가스는 SCG 계열의 사업 중추지만 벌이가 예전만큼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다. 매출(연결기준)이 2013~2014년 2조원대에 올라선 뒤로는 거의 해마다 예외 없이 뒷걸음질 쳤다. 2021년에는 1조28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2022년 1조7200억원으로 회복했지만 전성기 때 기량이 아니다.
수익성이 좋을 리 없다. 2015년 이후로 영업적자를 보는 해가 많아졌다. 흑자를 내더라도 많아야 105억원, 적으면 33억원에 머물렀다. 2009년 이후로 영업이익률이 1%를 넘긴 적이 없다. 시원찮은 재무실적과 달리 주가는 180도 따로 놀았다.
2020년 말부터 심상찮았다. 오랜 기간 6만~7만원대(종가 기준)를 오르내리다 2020년 12월 10만원을 돌파했다. 2016년 1월(10만7000원) 이후 거의 5년만이다. 파죽지세였다. 2022년 5월 20만원, 10월 30만원, 11월 40만원을 훌쩍 넘기더니 작년 4월 초에 가서는 49만9500원으로 50만원에 육박했다.
아니나 다를까. SG증권발 폭락 사태 이후로는 등등했던 기세는 좀체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은 5만9200원(19일 종가)으로 추락했다. 불과 9개월 만에 8분의 1 토막이 났다. 결국 3년여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5촌조카들 22년 만에 첫 차익실현
타이밍 기가 막혔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 회장이 블록딜을 통해 서울가스 주식 11.54% 중 2%(10만주)를 매각한 때가 주가 폭락 5일 전인 작년 4월17일이다. 주식을 넘긴 가격이 어마무시했다. 주당 47만7000원이다. 18년 전(1만7500원)과 비교하면 26배다. 자그마치 457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주식시장이 달리 떠들썩했던 게 아니다.
대조적이다. 1인 회사 서울도시개발 소유의 서울가스 주식은 한 주도 손대지 않았다. 김 회장(100%․의결권 기준)→서울개발(26.27%)→서울가스로 이어지는 우회장치를 훼손하는 일은 없었다.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②편’에서 얘기했지만, 김 회장이 ‘호기(好期)를 놓칠세라’ 2004년 6월(0.58%) 이후 다시 거액을 현금화할 수 있었던 데는 경영권 유지를 위한 보루 서울개발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참 애지중지한다.
차익실현 시기에 관한 한, 절묘했던 오너 일가 또 있다. 김 회장에 가려 별로 주목받지 않았을 뿐이다. 종제수 김순미(68)씨와 5촌조카 김세민(41), 김성민(39), 김효진(34)씨다. 숙부 고(故) 김의근 모토닉 회장의 장남 김영준씨의 부인과 자녀들이다.
일가 4명이 지분 2.31% 중 0.15%~0.16%씩 도합 0.62%(3만815주) 장내에 내다 판 게 작년 3월15일~4월19일의 일이다. 2000년 7월 이후 줄곧 보유해왔던 주식이다. 서울가스 주가가 장중 45만500원~50만4000원 하던 때다. 최저가로 어림잡아도 22년 전(1만8500원)의 24배나 됐다. 일가들이 거머쥔 돈이 최소 34억~35억원씩 총 138억원이나 됐다.
요지경…맏딸, 예전 주가 돌아가자 재매입
뿐만 아니다. 서울가스 주가가 급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2020년 말부터로 범위를 넓혀보면 더 있다. 동생 김영훈(72) 대성홀딩스 회장이 주인이자 서울가스 2대주주인 대성홀딩스가 2022년 8월~2023년 3월 4차례 블록딜을 통해 챙긴 자금이 1600억원(주당 평균 34만1000원)에 달했다. 22.6% 중 9.4%(47만주)를 팔아치웠다.
이게 다가 아니다. 비록 김 회장이나 종제수 일가가 챙긴 현금에 비할 바 못되지만 말이다. 김 회장의 큰형 김영대(82) 대성산업 회장의 부인 차정현(75) 대성아트센터 이사도 가만있지 않았다. 2022년 9월 0.04%(2000주)를 주당 26만원에 장내처분해 주식을 터는 기회로 활용했다.
요지경이다. 비록 얼마 안되지만, 서울가스 주가가 달아오를 무렵 내다 팔았다가 폭락 사태 이후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자 다시 사들인 이도 있다. 김 회장의 맏딸 김은혜(44) 서울도시미디어 대표다.
개인주식 0.03% 중 0.01%(404주)를 주당 15만5000원에 처분한 때가 2021년 8월이다. 후속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개인회사 서울미디어 소유 0.05% 역시 2020년 11월~2022년 12월 0.04%(1780주)를 주당 14만7400원에, 0.01%(511주)는 하한가 둘째 날 22만900원에 싹 정리했다. 작년 11월 김 대표가 다시 100주를 매입했다. 6만200원 하던 때다.
어쨌거나 서울가스 1대주주 서울개발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2020년 10월 말 63.22%에서 현재 51.11%로 12.11%p나 축소된 것은 김 회장을 위시한 오너 일가 등의 연쇄적인 주식 매각에서 비롯됐다. 이래저래 참 분주했다. (▶ [거버넌스워치] 서울도시가스 ④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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