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성과 없어도 6개월 재직 땐 RSU 보상…사실상 주식 고정급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보상제를 한화그룹이 지난 2020년 국내 기업 중 처음 도입한 이후 일부 대기업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명칭은 같거나 엇비슷하지만 운영 방식은 차이가 크다. 특히 한화의 알에스유 제도는 지급 시점까지 기간(vesting)이 길고 대주주에 부여하며 성과 조건이 없는 특징이 있었다.
한화 ‘성과 조건 없이 6개월만 재직하면 조건 충족’
한화그룹이 ㈜한화 등 일부 상장 계열사에서 운용 중인 알에스유의 가장 큰 특징은 ‘성과 달성 조건 없는’ 보상이다. 사실상 주식으로 주는 고정급이다. 가득·취소 조건도 느슨하다. ㈜한화의 재무제표를 보면, 알에스유는 부여 대상자가 해당 보직을 6개월만 유지하면 알에스유 행사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6개월 재직 조건만 충족한 뒤 퇴임하더라도 10년 뒤 보통주와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단 얘기다. 물론 취소 기준이 있긴 하다.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나 김승연 한화 회장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그 내용이 담겼다. ‘부여 이후 10년 사이 (알에스유 부여) 대상자의 고의의 중대한 손실 또는 책임이 발생한 경우’를 취소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런 비교적 단순한 가득·취소 조건은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 알에스유의 최종 확정지급액이 부여 시점 10년 뒤 주가에 따라 정해지는 탓에 ‘후배 경영진의 성과’를 퇴임한 경영진이 누릴 수 있다. 한 예로 지난해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금춘수 부회장과 이보다 한 해 앞서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옥경석 사장이 2030년부터 지급될 주식과 현금은 현 경영진(대표이사 김동관·김승모·양기원)의 경영 능력에 맡겨져 있다는 얘기다. 금 부회장과 옥 사장이 보유한 알에스유 누적 수량은 각각 43만9천주(112억1천만원 상당, 지난해 12월 기준 평가가치) , 8만3천주(21억3천만원 상당)다.
네이버 주가 안 오르면 지급 취소·대주주엔 부여 안해
스톡옵션 제도를 없애고 알에스유를 2022년에 도입한 네이버의 운영방식은 이와는 다르다. 우선 경영진 중 대주주는 주식보상 대상이 아니다. 총수 이해진 GIO(지분율 3.74%, 2023년 9월 말 기준)가 알에스유를 보유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9.30%)이다. 네이버는 소유분산그룹에 해당한다.
가득·취소 조건도 까다롭고 지급 방식도 점진적이다. 구체적으로 알에스유는 부여 시점 그 다음해부터 3년에 걸쳐 매년 30%, 30%, 40%씩 나눠 지급된다. 매년 전년 대비 네이버의 주가 상승률과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을 비교해 그 결과에 따라 매년 지급 약정된 알에스 물량은 전량 취소하되거나 외려 1.5배 더 지급한다. 이에 지난 2022년 주가 부진 탓에 같은해 초 12억원 상당 알에스유(4166주)를 받은 최수연 대표이사는 이듬해 지급 약정된 물량(30%·1회차) 전량이 취소됐다. 채선주 대외 및 ESG 대표, 김광현·이윤숙 CIC 대표 등도 모두 빈 손으로 돌아갔다.
또다른 소유분산그룹인 포스코의 계열사 포스코퓨처엠도 알에스유를 지난해 도입했다. 부여 대상은 핵심 기술을 담당하는 연구·생산 등의 부서 직원이다. 대주주는 물론 경영진은 대상이 아니다. 회사 쪽은 “이차전지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수 인재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려는 취지에서 알에스유 제도를 도입했다”며 “장기 근속을 하지 않으면 부여한 알에스유는 취소된다”고 말했다. 부여 뒤 실 지급되기까지 기간도 2년으로 한화보다 크게 짧다. 씨제이 이엔엠(CJENM)은 직원에게만 알에스유를 2022년부터 부여 중이다.
두산·LS, 총수 일가에 지급, 한화와 유사한 운영
두산과 엘에스도 최근 1~2년 새 알에스유를 도입한 곳이다. 두 그룹의 알에스유 운영 방식은 네이버·포스코퓨처엠보다 한화와 더 유사하다. 두 회사 모두 총수 일가에게 알에스유를 부여하며, 특별한 성과 달성 조건도 두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두산은 2022년 3월 알에스유 제도를 도입하면서 첫 대상자 중 한 명으로 박정원 회장(지분율 7.4%)으로 삼았다. 그는 그해 64억1천만원의 급여와 함께 알에스유 약 2만4600주를 받았다. 그의 동생이자 2대주주 박지원 부회장(5.3%)도 급여 19억8천만원과 알에스유 약 6700주를 받았다. 다만 알에스유의 지급 시점은 한화에 견줘 상대적으로 짧은 3년이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각각 3만2200주와 1만1500주의 알에스유를 받았다. 박 부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을 겸직하면서 이곳에서도 2년째 알에스유를 받고 있다.
엘에스는 지난해 알에스유를 도입했다. 두산과 마찬가지로 최대주주(약 3.6%)인 구자은 회장도 부여 대상이다. 구 회장이 지난해 받은 알에스유는 약 2만7300주다. 다만 이사회 의장인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알에스유를 받지 않았다. 알에스유가 소유 전환되기까지 기간은 두산과 같은 3년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위 기사에 대해 아래와 같은 반론보도문이 게재되었습니다.
알려왔습니다 https://hani.com/u/ODg2Nw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한동훈 “정치 개같이 하는…” 말조심 당부 하루 만에 스스로 막말
- 입 닫은 이종섭, 질문하는 취재진 쳐다도 안 본 채 회의장으로
- [속보] 서울 버스 파업 종료…오후 3시부터 모든 노선 정상운행
- “돌아와요 박항서”…베트남, 후임 감독 1년 만에 경질
- 오다 만 벚꽃에 “하늘을 이길 수 없습니다”…고민 끝에 이 도시는
- 민주 공영운, 22살 아들에 ‘30억대 주택’ 증여…이준석 “전역 선물”
- [단독] 검찰이 가져간 ‘영장 밖 휴대전화 정보’, 권한 없는 수사팀원도 접근
- [단독] 검찰이 가져간 ‘영장 밖 휴대전화 정보’, 권한 없는 수사팀원도 접근
- 한동훈의 ‘생닭’과 윤석열의 ‘대파’
- [단독] 갑질 신고당한 ‘윤 동창’ 주중대사…“자녀 거론하며 막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