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립공원 들고양이 불가피하면 안락사' 규정 유지키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환경부가 국립공원 등에서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를 안락사하는 것도 불가피하면 허용하는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안락사도 들고양이 포획 후 조치 방법 하나로 규정한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 지침을 적용받는 들고양이는 '야생동물과 그 알·새끼·집에 피해를 주는 들고양이'다. 흔히 길고양이라고 부르는 '도심이나 주택가에서 자연적으로 번식해 자생하는 고양이'와는 다르다.
쉽게 나누면 고양이가 국립공원이나 습지보호지역 등에 들어와 야생동물에게 피해를 주면 들고양이로 환경부가 담당하며 포획의 대상이 되지만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 아래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호 대상이 된다.
2022년 기준 국립공원에 사는 것이 확인된 들고양이는 187마리이고 중성화 수술 후 재방사된 들고양이는 148마리이다.
이번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 개정안 핵심은 들고양이 포획 후 처리방안 우선순위를 명확히 한 것이다.
개정안은 '중성화 수술 후 포획한 곳에 방사'를 제일 우선하도록 했다.
다만 들고양이를 포획한 곳이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비롯해 국립공원 핵심보호구역 등에 해당하면 다른 지역에 방사(이주방사)도 가능하게 했다.
방사가 어려우면 동물보호기관에 보내거나 보호기관을 통해 일반인에게 분양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보호기관으로 보낼 수 없는 경우엔 '관리동물협의회' 논의를 거쳐 '들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한 제한적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기관에 보낼 수 없는 경우로 '보호기관 수용력 부족'이 예시로 제시됐다.
국립공원 들고양이 안락사는 '뜨거운 감자'다.
고양이가 작은 새나 포유동물을 사냥하는 '외부에서 온 위협자'인 만큼 잡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안락사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안락사를 '최후수단'으로라도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들고양이와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길고양이가 사실상 '사는 곳'에 따라서만 갈린다는 점도 안락사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사실 국립공원 들고양이 안락사는 윤리적 차원에서 2018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환경부는 안락사를 들고양이 포획 후 조치 방법으로 남겨놔도 안락사가 다시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질병 등 '특수하고 불가피한 사정'으로 들고양이를 안락사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규정은 필요하다는 것이 환경부 입장이다.
하지만 사문화된 안락사 규정을 굳이 남겨둘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서나 기후변화에 개체수가 급증한 동물 처리방안으로 쉽게 '살상'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최근 두드러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물가마우지다.
겨울 철새나 기후변화로 국내에 눌러살면서 개체가 많이 늘어난 민물가마우지는 내수면 어업 등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작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그러면서 총기 등으로 포획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전남 영광군 안마도 유기 사슴 문제 해결 방안도 사슴들을 총기로 포획해 처리하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안마도 유기 사슴을 유해야생동물이나 '야생화된 동물', '생태계교란생물', '생태계위해생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환경부가 검토하도록 했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총기로 포획할 수 있게 되고, 야생화된 동물로 고시되면 환경부 장관이 지정한 방법으로 포획 가능해지며, 생태계교란·위해생물이 되면 '살충과 제거' 등 방제작업이 허용된다.
권익위는 작년 9월 11~20일 4천6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안마도 사슴을 '총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포획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당시 응답자 61.6%가 총기를 사용하는 데 찬성했고 반대는 38.4%에 그쳤다.
안마도 사슴 문제는 1980년대 후반 축산업자가 사슴 10여마리를 섬에 유기하면서 시작됐으니 사실 사슴도 '피해자'인 셈이다.
한편 환경부 들고양이 포획 및 관리지침 개정안에는 들고양이 포획 방법으로 총기를 제외하는 대신 마취총과 마취파이프를 포함하고 처리방안에서 '대학 등에 학술연구용으로 제공'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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