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꿈'·서태지 '시대유감'…추억의 인기곡 줄줄이 소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980년 나온 '가왕'(歌王) 조용필의 대표곡 '단발머리'가 후배 가수 목소리로 TV 드라마에 흘러나오고, 2000년 발매된 히트곡 '비의 랩소디' 리메이크 버전이 전국 노래방에서 불린다.
2024년 새해 가요계에서 조용필, 서태지, 최재훈 등의 1980∼2000년대 인기곡이 재해석돼 재조명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24일 가요계에 따르면 가수 임재현이 지난달 발표한 신곡 '비의 랩소디'는 오랜 기간 차트 정상을 지킨 르세라핌·에스파 등 쟁쟁한 걸그룹을 제치고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비의 랩소디'는 가수 최재훈이 지난 2000년 발표한 동명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임재현은 원곡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특유의 호소력 짙은 보컬로 애절함을 더해 새해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이 노래는 멜론 말고도 1월 TJ노래방 인기곡 2위, 국내 유튜브 뮤직 인기곡 '톱 100' 차트 5위를 기록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인기를 입증했다.
원곡을 부른 최재훈은 지난 17일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출연해 음원 1위 소식에 "너무 기분이 좋다"며 "연말 콘서트에 임재현을 게스트로 초대했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 목소리가 훌륭한 사람이 잘 되는 걸 보니 기분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최재훈은 그러면서 "최근 친구들이 '우리 아들이 네 노래를 안다'고 이야기해 기분이 좋았다. 알고 보니 다른 (임재현) 버전이었다"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이처럼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 큰 인기를 끌었던 히트곡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다시 사랑받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서는 '가왕' 조용필의 명곡이 줄줄이 OST로 등장해 반가움을 안겼다. 극 중 주인공 이름이 조용필(지창욱 분)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
'단발머리'(세븐틴 도겸), '꿈'(소녀시대 태연), '추억 속의 재회'(신승훈) 같은 대표곡이 OST로 리메이크돼 발표됐다.
이 가운데 '꿈'은 멜론 '톱 100' 80위까지 오르는 등 별다른 홍보 없이도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또 이들 노래를 포함해 '모나리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창밖의 여자' 등 조용필이 부른 원곡도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리마스터링돼 공개됐다.
최근 종영한 '웰컴투 삼달리' 제작진은 조용필 측과 이름 사용, 음악 저작권에 대한 계약을 마친 뒤 촬영을 진행했다.
이러한 리메이크 바람은 K팝 한류를 선도하는 '4세대 아이돌'로도 번졌다.
걸그룹 에스파는 지난 15일 서태지와아이들의 인기곡 '시대유감'을 리메이크해 내놨다. '시대유감'이 가사 없는 버전으로 1995년 발매된 점을 고려하면 에스파 멤버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를 재해석한 셈이다. '시대유감'이 담고 있는 체제 저항적인 가사와 아이돌 걸그룹이라는 묘한 이질감이 신선함을 자아냈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K팝 역사를 재조명하는 'SM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 대중음악사적으로 의미 있는 인물과 곡의 리메이크를 하고 싶었다"며 "서태지는 그런 의미에서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었고, '시대유감'은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모두 관통해 젊은 세대의 심경을 반영하는 메시지가 담긴 상징적인 곡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곡을 4세대 아이돌 대표인 에스파가 재해석한다면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곡이 주는 주된 메시지를 그대로 가져가되 음악적인 면에서 에스파의 색깔로 재구성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SM 신인 그룹 라이즈는 KBS 드라마 '쾌걸춘향' OST로 잘 알려진 '응급실'(2005)을 샘플링해 신곡 '러브 119'(Love 119)를 내놨다.
'러브 119'는 문득 찾아온 첫사랑의 감정을 응급 상황에 빗대 표현한 겨울과 잘 어울리는 노래로, 엠넷 '엠카운트다운'과 SBS '인기가요' 같은 주요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SM 관계자는 "라이즈 멤버들도 이 노래를 빨리 들려드리고 싶어서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을 정도"라며 "요즘 날씨에 편하게 듣기 좋은 곡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차트에서도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리메이크곡은 잘 모르는 젊은 소비자에게는 신비감을 주고, 원곡이 발매된 시절을 기억하는 30대 이상에게는 추억을 주는 음악"이라며 "과거에 히트한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는 증명된 성공 공식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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