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건축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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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건축과 함께 한다.
한 건물 안에서 신생아 탄생의 기쁨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이 일상적으로 공존하는 병원 건축과 같이 건축은 태생적으로 모순적이고 복합적이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실제로는 그 건물의 완공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현실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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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건축과 함께 한다. 한 건물 안에서 신생아 탄생의 기쁨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슬픔이 일상적으로 공존하는 병원 건축과 같이 건축은 태생적으로 모순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래서 일반 대중에게 건축은 쉽고도 어려운 분야이다. 누구나 건축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건축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흔히 건축가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비유하는 이유는 하나의 건축물이 설계되고 완성되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각기 다른 가치와 이해관계를 지닌 이들이 관계하는 가운데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과 변수들을 건축가가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갈등이 심한 경우 국가적 정쟁의 대상이 되고 건축가가 중간에 쫓겨 나는 경우도 있었다.
호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사례이다.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드니만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백색의 쉘 구조물 지붕들이 독특한 모습을 뽐내고 있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부터가 남달랐다. 1957년 호주의 캐힐 수상은 뚜렷한 국가적 정체성이 없던 호주에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신념에서 국제 설계공모를 실시했다. 오페라극장 1동과 콘서트홀 1동으로 구성되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국제 설계공모에는 23개국의 233개 작품이 출품됐다. 심사 결과 당선작은 놀랍게도 덴마크의 38세 무명 건축가 요른 웃존(Jorn Utzon)의 자유로운 곡선이 중첩되는 작품으로서, 당시의 기술로는 도저히 실현되기 어려운 그림 수준의 계획안이었다.
그러나 당선작에 대한 구조적, 기술적 검토와 시공을 위한 실시설계 작업이 완성되기도 전에 서둘러 땅을 파고 기초 및 하부구조물 공사가 시작됐다. 1959년에 예정된 선거 이전에 착공해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려는 집권당의 욕심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아이디어 스케치 수준의 당선작을 구조적으로 튼튼하고 공사 가능하면서 원작의 조형미를 최대한 살린 쉘 구조 지붕으로 만들기 위해 1963년까지 12번의 지붕 수정계획안이 나왔다. 그러나 최종의 지붕 계획안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시공했던 하부구조물에 대한 대대적인 재시공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사 지연과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공사비 등에 대한 책임 공방과 함께 내외부적 여러 갈등이 불거졌다. 급기야 정권이 바뀌면서 1966년 요른 웃존은 책임건축가 자리에서 사퇴 후 호주를 떠났고 이후 30년 이상 호주 땅을 밟지 않았다. 1957년 설계공모 당시 6년의 예정 공사 기간에서 10년이 더 걸려 1973년에 예정 공사비의 13.5배를 초과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준공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참석한 성대하고 화려한 준공식에 건축가 요른 웃존은 참석하지 않았고 초대되지도 않았다.
올림픽 개최를 앞둔 1999년 호주 정부는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개축설계 의뢰를 핑계 삼아 건축가 요른 웃존에게 화해의 손길을 보냈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실제로는 그 건물의 완공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현실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으리라. 2002년 호주올림픽을 상징하는 휘장에는 이 건물이 호주를 대표하는 2가지 상징물 중 하나로 사용됐다. 다른 하나는 캥거루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건물은 2003년 건축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고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건물의 완공된 실제 모습을 자신의 설계 후 40년 만에 본 건축가는 2007년 개축설계안을 완성하고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심영섭 건축사사무소·우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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