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더 나은 청렴 대전을 희망한다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한해가 시작되는 1월에는 모든 사람들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지난해 목표했으나 이루지 못한 소망이 올해는 모두 이루어지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드린다.
우리 대전경찰도 지난해를 되돌아보면 아쉽고 안타까웠던 일도 있었지만 반면에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그중 가장 보람된 성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국의 500여 개 행정기관 및 공직 유관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1등급을 달성한 것을 들 수 있다.
2023년 종합청렴도 평가는 △민원인과 내부 공직자 상대 설문조사 결과인 '청렴 체감도' △1년간 추진한 부패방지 노력을 평가하는 '청렴 노력도' △부패사건 발생 현황 평가를 합산해 나온 결과다.
사실 경찰 내부직원들 대부분은 경찰이 청렴하다고 인식한다. 혹여 부패한 경찰관이 일부 있다면, 경찰 스스로 동료로서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한편, 시민들은 단속과 처벌이라는 규제기능을 주로 수행하는 경찰업무의 특성상 경찰의 청렴 수준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작년 연초부터 대전경찰 모두가 청렴 경찰을 목표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해왔고, 이런 노력을 대전시민들께서 높게 평가해주신 것으로 보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청렴이란 공직자에게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의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고 열심히 일하더라도 청렴하지 않으면 시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가 없다. 예로부터 유교가 정치와 사회의 중심이념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청렴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으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나 대전은 선비의 고장이라 할 만큼 덕망 높은 유학자들의 터전이었고, 청렴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대표적인 유학자가 많이 있었다.
사육신의 한사람인 박팽년은 학문이 훌륭하고 충절이 뛰어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청렴하고 결백하다는 점 때문에 후대 사람들에게 더욱 추앙받았다. 선조 임금도 어느 날 조정 대신들을 모두 모아 놓고 "옛날 박팽년은 그가 천거하여 벼슬을 한 친구가 밭을 주려고 하여도 꺼리면서 싫어하여 받을 수가 없다하면서 거절하였다 하니 이것은 가히 청렴이다"고 말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500년 역사를 통틀어 약 200명에 불과한 청백리로 선정된 설봉 강백년, 관직을 할 때는 남을 위해 봉사와 배려하는 마음을 강조한 우암 송시열, 안빈낙도하지 않고 일생을 구국운동에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신채호 등 대전 출신으로서 청렴의 표상이 되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선조들의 청렴 정신이 오늘날까지 축적돼 우리 지역의 고유한 문화로 이어져 오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겨져 있다. 청렴의 중요성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시민들이 공직자에게 기대하는 청렴의 의미는 날로 확장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청렴은 공직자가 부패하지 않은 것을 넘어 적극적인 업무처리, 친절함, 업무의 전문성까지를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공직자들이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거나 친절하지 않거나 전문성이 없다면 이는 곧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과 공직자들이 청렴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변화된 시민들의 청렴에 대한 높아진 요구와 기대수준에 맞게 조직 내부구성원의 청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보다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업무 추진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은 물론 모든 구성원들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끊임없이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청렴하다는 소리가 사방에 퍼져 좋은 소문이 나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요, 청렴의 맑은 기운은 남들에게 스며든다는 말이 있다. 대전경찰은 이번 청렴도 1등급 평가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청렴의 맑은 기운이 조직구성원 전부와 지역사회에 널리 스며들 수 있도록 청렴수준을 더욱 높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윤승영 대전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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