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이 좀 켜고 들어와” 택시 기사님이 화났다[중국나라]
작년 중국 교통사고 175만건 발생 추정, 사망자도 많아
오토바이, 자전거 등 얽혀 교통흐름 혼잡, 출퇴근 정체도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수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현지에서는 택시를 보통 띠디(대표 택시앱의 이름)라고 부른다)를 잡아탔다. 퇴근 시간에 접어들어 도로에 통행량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갑자기 옆 차선에서 승용차 한 대가 끼어들었다. 택시 기사는 ‘빵’하고 경적을 크게 울렸지만 속도를 줄일 생각은 없었다. 결국 차량 두 대는 접촉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중국에 입국한지 불과 2주도 되지 않았을 때 일이었다.
택시 기사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택시에서 내렸다. 끼어든 차량 운전자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나오더니 둘 사이 논쟁이 오고 갔다. 차 안에 있어서 정확한 대화 내용은 모르겠지만 “왜 아무 신호도 없이 끼어들기를 하나” “왜 끼어드는 차량을 보지 않고 운전을 하나” 같은 실랑이인 듯 하다.
관전자인 승객 입장에서 보기엔 깜빡이를 켜지 않고 무리하게 진입한 상대 차량, 그 차량을 보면서도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이 없던 택시 모두 과실이 있어 보였다. 중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한블리’(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 방송)에 제보할 거리가 풍성함을 실감한다.
중국의 교통 체계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교통 문화는 어색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우선 베이징을 기준으로 한다면 도로마다 교통 신호 체계는 잘 잡혀있는 편이고 무리하면서까지 신호를 어기지는 않는다.
중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교통사고를 직접 접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주변에서 사고 소식은 왕왕 들린다. 차량간 사고는 물론 지나가던 오토바이, 자전거와 부딪혔다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 비해 오토바이나 전기 자전거, 자전거 통행이 훨씬 많아 도로가 더욱 혼잡한 편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후 처리도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사고가 나면 바로 보험사가 달려오고, 논쟁이 격화된다면 경찰까지 부르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 현장에서 택시 기사와 다른 차량 운전자는 5분 정도 격한 실랑이를 벌인 끝에 서로 핸드폰을 확인하더니(중국은 보통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웨이신을 통해 연락처를 교환한다) 곧바로 헤어졌다.
물론 중국 내에도 교통사고에 따른 보험 산정 체계는 다 정해지긴 했다. 다만 현장에서 바로 과실을 정하고 헤어지는 사례도 많다는 게 현지에서 오래 산 교민이나 중국인들의 전언이다. 경미한 사고는 현장에서 수리비 등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교통사고 감소가 지상 과제다. 전기차 활성화로 차량 보유가 증가하고 있고 오토바이는 물론 허가받지 않은 불법 이동 수단도 교통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공안부 교통관리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교통사고는 약 175만건으로 전년대비 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는 2019년과 2020년 6만명대에 달했다. 연간 2000~3000명 정도가 사망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인구수를 감안해도 훨씬 많은 수준이다.
한 바이두 사용자는 게시글을 통해 “기상 조건 등은 물론 운전 미숙, 난폭 운전, 교통 규칙 미준수, 음주운전, 졸음운전 등이 교통사고를 일으킨다”며 “교통 규칙 준수와 법 집행을 강화하고 교통 안전 의식을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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