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급한데…'산업기술 유출시 최대 5배 배상' 법안, 폐기 위기
[편집자주] 산업에 미치는 피해는 막대하지만 처벌은 미약하다. 기술유출 사범 얘기다. 지난해 경찰이 검찰에 넘긴 기술유출 사건 중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0건이었다. 기소돼도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이 떨어지거나 실형인 경우에도 많아야 징역3년이었다. 기술유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더이상의 '솜방망이' 처벌은 없어야 한다.
23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5~2022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에 대해 법원이 1심 판결을 내린 114건 중 유기형을 선고한 사건은 12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집행유예(40건) 또는 벌금형(11건)에 집중됐다. 실형 선고 비중이 10% 수준에 그친 셈이다.
법적 처벌수위가 느슨한 반면 산업기술 유출 범죄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다 적발된 건수가 한 해에 3~6건 수준이었으나 2023년엔 13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8년간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 165건 중 39건이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외로 기술을 유출한 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 국가 핵심 기술을 빼낼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양형 기준은 최고형보다 현저히 낮은 징역 1∼6년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집행유예로 결론 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지난해엔 국내 삼성전자 임직원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 등 해외로 빼돌리다 잇따라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이에 국회에서도 지난해부터 산업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에 초점을 둔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구자근·홍석준·박병석 등 의원들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대표발의한 13개 법안을 병합심사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이하 산업기술보호법)'을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해 지난해 11월 통과시켰다.
문제는 현재 이 개정안의 21대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단 점이다. 지난 8일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야당이 반대하며 계류됐다.
당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도 행정기관에 신고한다는 게 피의사실 공표 등 현행법하고 충돌할 수 있다"며 "그 신고행위 자체가 비밀에 해당하고 기밀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걸 행정기관한테 의무적으로 신고를 하게 하는 게 아무리 면책을 준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그 과정에서 기밀이 새고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또 "국가핵심기술 여부에 대한 판단을 직권으로 정부가 기업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 아닌가"라며 "행정기관이 그걸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따졌다.
이어 "벤처일 경우는 특히 이게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히 여러 가지 스케일업 해야 되는 상황도 있는데 아무리 그 영역이 국가핵심기술 영역에 속한다 하더라도 그 기술 자체가 그 기업에게는 생명일 수 있는데 산업부가, 행정기관이 한 손에 틀어쥐고 이걸 다 조종할 수 있다는 게 지금 우리나라 현재 구조하고 맞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한 전화통화에서 "제 의견이 당론은 아니다"라며 "필요하면 향후 당과도 논의할 생각이고 입장을 조율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법사위는 오는 24일과 31일 개의가 예정돼 있다. 24일 안건엔 해당 법안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31일에도 포함될지 미지수다. 법사위 관계자는 "이견이 해소돼야 안건으로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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