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시들한데…한수원, 760억 고리원전 입찰제한 논란

이승주 기자 2024. 1. 2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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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 760억원 규모의 원전 보수공사를 추진하면서 입찰 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잡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결국 입찰 기준에 맞는 6곳 중 한 곳만 참여하면서 단독입찰로 유찰돼, 한수원은 재입찰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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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구조물 보강차 건설 입찰 자격 6개 대형사만
"원전 공사인 만큼 안전 중요"…유찰 후 재입찰 추진
[부산=뉴시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모습(사진=고리원자력발전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760억원 규모의 원전 보수공사를 추진하면서 입찰 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잡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건설 경기가 어려운데 일부 대형 건설사만 참여할 정도로 기준이 높아, 중소형 건설사에는 기회마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24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고리원전 항만구조물을 보강하기 위한 건설공사가 지난 22일 유찰됐다. 이번에 참여한 업체가 1곳에 불과해 일반경쟁 입찰 조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수원은 고리원전 항만구조물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보수공사를 추진했다. 기존에 설치된 항만구조물에 소파블록을 추가로 설치, 보강하는 프로젝트다.


한수원은 이를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발주, 지난 15일 마감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입찰 자격을 '최근 10년 간 단일계약건의 항만 또는 어항 외곽시설 준공액' 760억원 이상의 시공실적을 보유한 업체로 제한하면서, 건설업계에서 불만이 나왔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입찰이 가능한 건설사는 현대·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동부·극동건설 등 6곳에 불과하다. 지역건설사는 물론 중·대형 건설사 참여가 제한적이란 이유에서다. 이들 건설사 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참여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토로도 나온다.

한수원은 계약법에 따라 공사 추정금액(762억원)의 1배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실적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기준이 '1배수 내'라는 점에 주목했다. 게다가 기준으로 삼은 공사 추정금액도 애초에 너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이 한수원 측에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유독 자재 가격이 31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공사 추정가격은 원래 449억원인데, 한수원에서 자재 가격까지 더해 총 762억원으로 산정했다"며 "실적의 기준으로 삼는 공사추정액에 굳이 자재 액수까지 넣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준으로 삼은 공사추정액도 높은데, 이 액수의 1배수 내에서 정하면 되는 것을 1배수로 꽉 채워 정하면서 기준이 더 높아졌다"며 "최근 건설업황도 어려운데 굳이 중소형 건설사는 참여도 못할 정도로 기준 자체를 높일 것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한수원은 정정공고를 내며 입찰 마감을 지난 22일로 바꿨지만, 자격 기준은 최종 바뀌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공사 추정가격에 자재를 더하는 방식은 정부 입찰계약에 따라 다른 공공기관 발주청에서도 모두 적용하는 방식"이라며 "1배수 이내이지만 1배수에 책정한 이유는 원전 공사인 만큼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입찰 기준에 맞는 6곳 중 한 곳만 참여하면서 단독입찰로 유찰돼, 한수원은 재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29일이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준이 완화되면 그래도 수십개의 건설사들의 참여 기회가 열리고,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건설 업황도 좋지 않은 만큼 더 많은 건설사에 입찰 기회를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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