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파값 2배" 사장님도 무서운 신선식품…1년새 17.3%↑
전월비로도 13.9% 올라…물가 경계 늦추기 어려워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달 국내 생산자가 부담한 신선식품 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17.3%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과와 파가 거의 2배 몸값으로 치솟았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올라 3개월 만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1.2% 올라 5개월째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하락한 미국,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소폭이긴 하지만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생산자물가는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기업(생산자) 간 거래되는 가격으로,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생산자물가 반등은 특히 신선식품 급등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12월 신선식품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비 13.9%, 전년동월비 17.3%로 집계됐다.
전월비로는 4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 전년동월비로는 15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12월 생산자물가는 공산품이 내렸으나 농림수산품, 서비스 등이 오르면서 전월비 상승했다"며 "신선식품의 경우 딸기, 사과 등의 과실류가 연말 수요 증가, 작황 부진 등으로 상승했고 수산물에서는 오징어 등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과는 12월 한 달간 17.4% 올랐는데, 한 해 전과 비교할 경우 122.3% 폭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는 전월비 기준으로는 3.9% 오르는 데 그쳤지만 전년동월 대비로는 92.1% 급등했다.
만일 지난달 식품 제조 공장이 사과와 파를 사들였다면 그 매입 비용은 1년 전 시점의 2배에 달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밖에 배(78.0%), 토마토(61.8%), 복숭아(57.3%), 참외(56.6%), 감(54.4%) 등 신선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50%를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 구성 품목을 통틀어 12월 월간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딸기였다. 딸기는 1년 전과 비교해 17.5% 크게 올랐고 지난 한 달 동안은 154.1% 뛰었다.
이처럼 신선식품 물가가 유독 높게 치솟은 배경에는 폭염·폭우 등 날씨 영향이 컸다.
예컨대 사과는 농촌 고령화로 인해 지난해 재배면적 자체가 줄어든 데다 꽃이 피는 봄에는 냉해 피해를 봤으며 여름에는 병충해까지 돌아 작황이 나빴다. 자연스레 가을 출하량이 적어지면서 가격이 올랐다.
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농업관측월보에서 대파 가격이 경기·강원 지역 강우와 기온 하락으로 인해 상승했으며 농가의 인력 수급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반영되는 데다 신선식품은 소비자 체감 정도가 커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추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한은의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 조사를 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은 공공요금(65.3%), 농축수산물(45.9%), 개인서비스(24.6%) 순으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최근 축산물 가격 안정을 고려하면 농수산물의 영향력이 높게 짐작된다.
이에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농산물 가격'을 지목하기도 했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 16일 블로그 글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 추세를 이어가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누적된 비용 압력의 영향도 지속되는 만큼 아직 물가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3%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하반기 2.3%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가가 이 경로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부합하려면 에너지는 물론 농산물 가격 변동성도 어느 정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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