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대]5호선연장 중재안 내놨지만 '영' 서지 않는 대광위

채신화 2024. 1. 2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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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역 수는 '김포', 노선은 '인천' 유리?
최종 합의까지 난항 예상…GTX-D도 관건
개통까지 약 10년…'교통지옥' 언제쯤?

'9년'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사업의 시작부터 개통까지 걸리는 최단기간(예상)이다. 최근 진통 끝에 노선의 윤곽(중재안)이 나왔지만 인천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까지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재안을 내놓은 '광역교통 총괄 컨트롤 타워'의 '영(令)'이 서지 않는 이유다.

김포시와 인천시가 빠르게 합의해 사업 추진에 나선다고 해도 노선의 B/C(비용 대비 편익)값이 낮다는 것도 문제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D노선에 따라 5호선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 예비타당성조사를 순탄히 통과할지도 관건이다. 김포·인천 주민들의 염원인 '교통 지옥'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중재안 열어보니…인천시 '분노' 김포 '그럭저럭'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지난 19일 김포 7개, 인천 2개, 서울 1개 등의 정차역을 지나는 총연장 25.56km의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을 발표했다. ▷관련기사:5호선 연장노선, 진통 끝에 인천검단 '2개역' 경유(1월19일)

연장 노선이 구체적으로 나온 건 해당 사업 추진 후 7년여 만이다. 5호선 연장은 김포와 인천 내 신도시 주민의 '교통지옥' 해소를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 왔다. 2021년엔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추가 검토 사업으로 반영됐으나 인천시와 김포시가 정차역의 위치, 개수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지지부진했다.

인천시는 인천 검단신도시 지역과 그 인근인 서구 △원당동(2개) △아라동(1개) △불로동(1개) 등 총 4개 역사 설치를 요구해 왔다. 노선이 인천 지역을 깊게 돌아 나오는 'U자형'이다. 반면 김포시는 인천 서구에 1개, 인천 불로동과 김포 감정동 경계지점에 1개만 역사를 둘 것을 제안했다. 

대광위가 이번 중재안을 통해 손을 들어준 곳은 김포시다. 중재안에는 인천이 요구한 정차역 가운데 아라동 1곳(I05·S05), 원당동 1곳(I07·S06)만 반영됐다. 인천시가 강하게 원했던 원당사거리역(I06)이 빠지고 인천 불로동 정거장도 김포 감정동으로 조정(S07)됐다. 

원당사거리역은 검단으로 가장 깊게 들어오는 역으로 인천에서 원하던 'U자형' 노선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역이 빠지면서 노선의 U자형이 완만해졌다. 이 정차역은 이용 수요가 1일 4603명으로 적고 I05, I07 정거장과 거리가 짧아 반영되지 않았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인천 불로동에서 김포 감정동으로 정차역을 조정한 것 또한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인천시가 제안한 정차역(I08)은 1일 7545명, 김포시 안(K06)은 8518명, 대광위의 조정안(S07)은 1만2819명이 될 것으로 추정됐다. 조정안이 인천시 안에 비해 1.7배가량 수요가 높은 셈이다. 

대광위는 김포시가 단독으로 책임지기로 했던 건설폐기물처리장(건폐장)도 두 지자체가 공동 책임으로 조성하게 했다. 서울시-김포시 간 체결된 업무협약 내용을 고려해 부지 제공 등 역할을 분담하되, 분담 비율 등은 인천시가 김포시와 별도 협의를 거쳐 확정토록 했다.

이에 검단신도시총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당연히 만들어져야 할 원당사거리역은 제외되고 불로역은 감정동으로 이동하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반발했다. 인천 서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되지 않은 편파적 조정안"이라며 비판했다. 

김포시는 '그럭저럭 반긴다'는 입장이다. 인천 내 정차역 수는 줄었지만 반응이 미지근한 이유가 있다. 인천에서 원한대로 노선이 아라동(I05·S05)을 지나면서 인천이 바라던 'U자형'에 가까운 중재안 때문이다. 

김포원도심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김포시가 차량기지와 건폐장 및 콤팩트시티 수용 등 많은 부분을 감내한 것에 비해 결과가 아쉽긴 하다"면서도 "조정안을 적극 환영하며 이의 없이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 인천시 안(I), 김포시 안(K), 국토교통부 대광위 조정 안(S) 비교. 노랑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정차역이 인천시 안이 반영된 정차역./자료=국토부

합의 잘 될까…그래봤자 10년?

대광위는 이번 중재안이 전체 노선의 '90%'를 확정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큰 틀의 노선 변경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부 추가 정거장 수요 등은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아직 기대감을 놓지 않은 분위기다. 

대광위는 1~2월 중 각 지자체에서 조정안에 대해 지역 주민의 의견을 받고 그 과정에서 정거장 신설, 노선 추가 연장 등의 건의사항 중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사업타당성 용역에 포함할 수 있게 했다.

결국 중재안이 '합의안'으로 종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강희업 대광위 위원장도 지난 19일 5호선 연장 노선안과 관련한 백브리핑 자리에서 "이번 중재안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다"며 "내부적으로 중재안 분석에 들어가면 옥신각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발표 예정인 GTX-D 노선과의 차별성도 관건이다. 이 노선은 김포 장기~인천 검단~부천~서울을 지나는 노선으로 서울 5호선 연장 노선안과 일부 유사하다. '급행'인 D 노선의 수요가 더 크다면 '완행'인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의 수요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이번 5호선 연장 노선안의 B/C값이 0.89로 1을 밑도는데, D 노선에 따라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노선이 축소 반영되거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예타를 통과해야 공사가 시작된다. 

이에 대해 대광위 관계자는 "B/C 0.8 미만도 예타를 통과한 사례가 있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지만 교통 혼잡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포시와 인천시가 합의해서 대광위의 계획대로 사업 추진에 나선다고 해도 노선 개통까지는 최소 9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대광위는 오는 5월 지자체 기술검토 내용을 토대로 5호선 연장 최종 노선 등을 확정하고 6월 예타 조사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간 합의가 늦어지면 교통 개선은 향후 9년이 아니라 15~20년이후로 더뎌질 수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지자체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망 계획(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이 안 된다"며 "이번에 합의가 안 돼서 망 계획에 못 들어가면 최소한 5~10년은 늦어질 텐데 그사이 입주하는 분들의 불편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례로 3차 철도망 계획 때부터 위례~과천 노선을 두고 경기도와 서울시가 대립했는데, 4차망에 들어가긴 했지만 아직도 합의가 되지 않아 진전이 없다"며 "노선 논의가 너무 길어져서 인구 감소 등이 나타나면 망 계획이 백지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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